금융위원회, 5세대 실손보험안 발표...이르면 올해말 상품 출시 예고
실손보험 핵심인 관리급여 지정 미루는 건보당국, 눈치 싸움 중?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금융위원회가 5세대 실손보험의 모습을 공개하고, 이르면 올해 말까지 5세대 보험 상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손보험 개혁방안의 핵심인 관리급여 항목의 발표는 미뤄지고 있어, 건강보험이 금융당국과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관리급여 항목이 지정될 경우 의료현장의 파장이 크기 때문에 건보당국도 관리급여 선정과 발표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실손보험 개편안을 반대해온 의료계는 관리급여만은 반드시 막아낸다는 입장 이어서, 이를 둘러싼 건보당국과 의료계, 금융당국 간의 줄다리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이른바 ‘5세대 실손보험’ 내용을 공개했다. 보험료를 낮추되 비중증 질환의 의료비 보장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급여는 입원과 외래(통원)로 구분해 자기부담률을 차등화하고, 비급여는 중증 비급여(특약1)와 비중증 비급여(특약2)로 구분해 보장을 합리화한다.
급여 중 입원 진료는 중증 질환으로 분류해 현행 4세대와 마찬가지로 자기부담률 20%를 일괄 적용한다. 단, 외래의 경우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조정된다. 또한 지금까지 보장되지 않았던 임신·출산 관련 급여 의료비도 보장 범위에 포함된다.
비급여 항목의 변화는 더 크다. 암, 뇌혈관·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 중증화상·외상 등 중증질환의 비급여 진료는 보상한도와 자기부담 등에서 현행 보장을 유지한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입원 시 연간 자기부담한도를 500만원만 부담하도록 해 중증 보장을 강화한다.
반면, 비중증 비급여의 보장성은 낮아진다. 보상한도는 연간 5000만원(4세대 보험 기준)에서 1000만원으로, 회당 20만원에서 일당 20만원으로 하향 조정된다. 병·의원 입원 시 보상 한도도 회당 300만원으로 제한된다. 자기부담률도 입원과 외래 모두 30%에서 50%로 상향된다.
더불어 보험금 지급 분쟁이 빈번한 주요 비급여 보장은 분쟁조정기준을 마련해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조정 기준은 5세대 뿐만 아니라 1~4세대 보험에도 모두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5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이르면 올해 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관리급여 항목 발표 빠져, 의료계 '관리비급여' 제안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실손보험 개편의 핵심으로 꼽히는 관리급여 항목은 빠졌다. 관리급여는 실손보험 효용성과 전환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번 개편 성패의 관건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달 의료개혁 2차 시행안과 앞서 지난 1월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토론회에서 과잉 우려가 큰 다빈도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해 급여 제도로 편입시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손보험의 과도한 비급여 보장이 필수의료 체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관리급여로 지정될 경우 해당 진료는 실손보험 보장에서 제외되며, 환자는 진료비의 95%를 본인부담, 5%만 건강보험 급여로 부담하게 된다.
현재까지 관리급여 대상으로는 도수치료·체외충격파 등 근골격계 치료와 신데렐라주사·마늘주사 등 비급여 주사제가 거론되고 있으나, 명확한 항목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장영진 입법조사관은 지난 4일 ‘5세대 실손보험 도입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언’ 보고서에서 "5세대 실손보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리급여의 명확한 선정 기준이 중요하다"며 "비급여 항목별 이용량과 진료비용 등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를 한 후 조속히 발표해야 실손보험 개편이 실효성을 거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건보당국은 관리급여 지정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빠르게 상품안을 공개한 금융당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관리급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타당성을 분석하고 권고하며 보건복지부가 최종결정한다. 심평원 관계자에 따르면 복지부와 관리급여 설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논의 중이나, 아직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의료 현장 파장, 개원가 반발, 정치적 이슈(탄핵 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건보당국이 관리급여 지정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 이태연 위원장은 "빈도가 낮은 중증 수술 하나를 급여에 포함하려면 비용과 효과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검증한 후 수많은 회의를 거쳐야 한다"며 "관리급여 지정은 여러 비급여를 한 번에 급여로 편입시키는 작업으로 몇 달만에 뚝딱할 수 있는 간단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이 쉽지 않은 일은 심평원 등이 굳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계는 5세대 실손보험 상품 출시와 별개로 비급여의 관리급여 지정은 반드시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관리비급여'제도를 제안했다. 진료비용, 진료 빈도, 가격 편차가 크고 증가율이 높은 비급여 항목을 관리비급여로 지정하되 급여권 밖에서 관리하자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일부 비급여가 오남용되고 있다는 점에 모두가 공감을 하고 있다"며 "표준 편차에서 벗어난 진료를 의료계가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의협이 의료기관을 관리감독 및 징계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러한 주장을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에게 전달하고, 향후 의협의 대선기획본부 활동 등을 통해 대선주자들의 공약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의협은 지난달 27일 의협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과 간담회를 가지고 실손보험 및 비급여 관리 문제 해결을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 앞서 같은달 13일에는 전 의원과 공동으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 문제점을 환자 관점에서 짚는 토론회를 진행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