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 치료 저항성 우울증에서 쿠에티아핀과 리튬 치료효과 분석
국내 처방 경향성도 쿠에티아핀 선호…정밀한 진단과 치료도 중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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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TRD)에서 약물을 추가(증강)할 때, 쿠에티아핀이 리튬보다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발표됐다. 명확한 치료 가이드라인이 없는 국내에서도 쿠에티아핀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았다.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등은 치료 저항성 우울증을 '적절한 용량과 기간으로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항우울제 치료를 받았지만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로 정의한다. 

또 미국심리학회(APA) 등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리튬과 쿠에티아핀은 치료 저항성 우울증에서 1차 추가 옵션으로 권고된다. 그러나 두 약물 효과를 직접 비교한 연구가 적고, 8주 이상 이뤄진 경우는 아직 없다.  

TRD 장기 치료 시 리튬 대비 쿠에티아핀 치료효과↑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Anthony J. Cleare 교수 연구팀은 치료 저항성 우울증에서 약물 추가 시 임상적 치료 효과와 가격 효율성 측면에서 장점을 평가하기 위해 쿠에티아핀과 리튬을 비교 분석했다. 

실용적, 오픈라벨, 병행설계, 무작위 배정, 통제 우월성 방식으로 이뤄진 임상연구에는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산하 6개 병원이 참여했다. 

18세 이상 성인으로서 DSM-5판에 따른 주요우울장애 삽화가 있고 해밀턴 우울증 평가척도(HAM-D) 점수 14점 이상인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가 대상이 됐다. 지역, 우울 증상 중증도, 치료 저항성에 따라 환자를 계층화하고 블록 무작위 배정을 활용했다. 

2016년 12월 5일부터 2021년 7월 26일까지 등록한 212명 환자 중 54%(115명)가 여성이었다. 쿠에티아핀을 처방받은 군은 107명, 리튬을 처방받은 군은 105명으로 쿠에티아핀 평균 투약량은 194.7mg, 리튬 평균 투약량은 681.3mg이었다. 

평균 나이는 42.4세, 백인이 89%(188명)를 차지했다. 3%(7명)는 혼합 인종, 4%(9명)는 아시아인, 2%(4명)는 흑인, 1%(3명)는 그 외 인종이었다. 1%(1명)에서는 인종이 확인되지 않았다. 

또 양극성 장애나 현재 정신증 진단을 받은 경우는 제외됐다. 

환자에게 처방된 1차 치료제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쿠에티아핀군 48%, 리튬군 46%)와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쿠에티아핀군 33%, 리튬군 37%)가 가장 많이 쓰였다. 

동반 1차 목표점은 52주차에 간이 우울증상 평가척도(QIDS)로 계산한 우울 증상 중증도와 모든 이유로 인한 치료 중단까지 걸린 시간으로 정해졌다.  

2차 목표점은 △몽고메리-아스버그 우울증 평가척도(MADRS) 점수로 계산한 우울증 증상 중증도 △반응을 보인 환자 비율(MADRS 점수 50% 이상 감소) △관해를 보인 환자 비율(MADRS 점수 10점 이하)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EQ-5D25 요약 점수) 수준 △WSAS 기준 업무와 사회 기능 △MARS-5 기준 약물 순응도 △신체적 요인(체중, 혈압) △전반적 임상 인상척도 기준 개선 정도 △PRISE 기준 부작용 △심각한 이상반응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 약물이상반응(SUSARs) 등이었다. 

또 경제적 효율성을 파악하기 위해 쿠에티아핀과 리튬의 가격 대비 효율을 NHS와 개인의 사회 서비스적 관점, 사회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쿠에티아핀군은 리튬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은 우울증 증상 중증도를 보였다. 두 군 간 매주 QIDS-SR을 통해 체크한 점수 그래프 하면적 값 차이는 -68.36점을 기록했다(95% CI -129.95~-6.76; P=0.0296). 

사전 예측한 QIDS-SR 점수와 실제 관찰된 점수 모두 쿠에티아핀군이 리튬군보다 낮았다. QIDS-SR 점수 평균값은 쿠에티아핀군에서 17.2점, 리튬군에서 18.0점을 기록했다. 

쿠에티아핀군은 리튬군 대비 MADRS 점수도 유의하게 낮았다. MADRS 점수 평균값은 쿠에티아핀군 30.8점과 리튬군 31.5점으로 쿠에티아핀군 치료 효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반면 치료 중단까지 걸린 시간은 두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치료 중단까지 걸린 시간 중간값은 쿠에티아핀군 365일, 리튬군 212일이었다. 쿠에티아핀군에서 치료 중단 위험이 28% 낮았지만 이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aHR 0.72; 95% CI 0.47~1.09; P=0.1196). 

또 MARS-5 점수에 따른 약물 내약성이나 PRISE 기준 부작용, 체중과 혈압 등 신체적 요인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보고되지 않았다. 

아울러 쿠에티아핀은 리튬보다 경제적 효율성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쿠에티아핀 치료비가 평균 2706.77파운드였던 데 비해 리튬 치료비는 3151.46파운드로 보고돼 쿠에티아핀은 리튬 대비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높은 질보정수명(QALY)을 보장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과다복용으로 쿠에티아핀군 3%(3명)와 리튬군 3%(3명)에서 보고됐다. 

환자 18명에서 32건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고, 리튬군 여성 환자 1명은 부작용이 리튬과 유관한 것으로 간주됐다. 

Cleare 교수는 "쿠에티아핀은 1차 증강 요법으로서 치료 저항성 우울증에서 증상을 완화하는 데 리튬보다 효과적"이라며 "다만 연구에서 보고된 관해율과 반응률은 치료 저항성 우울증에 보다 효과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The Lancet Psychiatry 4월호에 실렸다. 

국내도 쿠에티아핀 선호…"환자 삶의 질 개선이 중요" 

국내에서도 우울증 1차 치료제로는 SSRI와 SNRI가 가장 폭넓게 쓰인다. 이후 항우울제 반응성이 좋지 않은 경우 아리피프라졸과 쿠에티아핀 등이 추가 약제로 처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국내 임상 현장에서 쿠에티아핀 선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고 봤다. 

분당서울대병원 명우재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이 연구는 쿠에티아핀 사용 시 장점을 장기간 관찰해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이런 접근으로 낫지 않는 환자 비율이 높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전 정의한 기준을 통해 상당수의 양극성장애 또는 양극성장애 경계에 있는 우울증 환자가 제외됐으나 여전히 관해율이 낮고, 잔존 증상이 보고된 환자가 많았다"며 "단순히 어떤 약을 우선해서 쓴다는 접근만으로는 충분한 치료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 보다 세밀한 진단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leare 교수 연구팀의 분석 결과, 치료에 반응하거나 관해를 보인 환자 비율에서 두 약제 간 유의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52주차에 쿠에티아핀군 23%(25명)가 치료에 반응한 것으로 나타나 리튬군 11%(12명)보다 많았지만 통계적으로는 의미 있지 않았다. 

사전 정의한 치료 반응률은 52주차에 쿠에티아핀군 23.4%(25명)와 리튬군 11.4%(12명)로 보고됐다(OR 3.67; 95% CI 0.94~14.25). 관해율은 쿠에티아핀군 11.2%(12명)와 리튬군 8.6%(9명)으로 나타났다(OR 1.38; 95% CI 0.29~6.60).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조성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과거에 비해 한 약제의 효과가 없으면 쿠에티아핀이나 아리피프라졸 등 항정신병제나 다른 항우울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형 우울장애 약물치료 알고리듬 2025(KMAP-DD 2025)를 보면 국내 처방 동향도 리륨보다는 쿠에티아핀과 아리피프라졸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 결과 역시 쿠에티아핀 처방에 대한 임상적 근거 중 하나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쿠에티아핀은 불면과 불안 등 기전적으로 명확한 타깃이 정해져 있고, 리튬에 비해 혈중 농도 확인이나 과다복용 위험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편의성도 고려 요소다.

과거 리튬이 주를 이루던 조울증 치료에서도 리튬이나 발프로산 계열 제제가 항정신병제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반적인 정신질환 치료에서 항정신병제 치료적 입지가 높아지는 만큼 우울증 추가 요법에서도 리튬보다 쿠에티아핀을 선호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임상 현장 치료에서는 단순한 약제 추가보다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의 정확한 진단과 환자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치료 저항성 우울증 치료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세밀한 진단과 함께 다양한 치료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조 교수는 "교과서적인 치료 저항성 우울증의 정의 수립은 현장에서 큰 실효성이 없는 것 같다"며 "FDA 정의를 국내에서도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 치료 트렌드는 환자 증상에 맞춰 적절한 약제를 빠르게 찾아내는 과정에 가까울 것"이라고 밝혔다.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는 진단 시 우울증과 양극성장애 경계선에 놓인 경우가 많다. 또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을 보이면 상대적으로 치료가 쉽지만, 복합적인 증상을 보이면 단순한 약제 추가만으로는 치료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명 교수는 "우울증과 양극성장애의 명확한 구분도 어렵지만,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 상당수가 불안장애를 비롯한 동반질환을 갖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며 "치료 저항성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를 진단할 때 그 내용이 환자의 모든 증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의 개념이나 질병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며 "단순히 임상적으로 증상을 몇 점 개선했다는 수치적 문제가 아니라 환자가 종합적으로 삶의 기능을 얼마나 회복하는지를 살피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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