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DA, 2019년 이어 2024년에도 '진퀴스타' 1형 당뇨병 치료제 승인 거부
현재까지 FDA 허가 문턱 넘은 SGLT-2 억제제 없어
"당뇨병성 케톤산증 위험 100% 줄일 수 없어 적응증 확대 어려울 것"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형 당뇨병과 심부전 치료제로 자리매김한 SGLT-2 억제제가 1형 당뇨병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자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문을 두드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미국 렉시콘 파마슈티컬스사는 SGLT-2와 SGLT-1을 동시 억제하는 SGLT-1/2 이중 억제제 진퀴스타(성분명 소타글리플로진)를 1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보조요법으로 사용하고자 FDA에 허가 신청했으나, 2019년에 이어 2024년에도 고배를 마셨다. FDA는 치료에 따른 위험이 혜택을 능가한다는 이유로 두 번 모두 승인 거부했다. 

그동안 SGLT-2 억제제는 1형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한 도전을 이어갔지만 현재까지 FDA 승인 문턱을 넘은 SGLT-2 억제제는 없으며 앞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진퀴스타, 허가 범위 좁혀 재도전했지만 다시금 고배

렉시콘사는 지난달 20일 FDA가 만성 콩팥병(CKD) 동반 1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보조요법으로 진퀴스타를 허가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앞서 2019년 진퀴스타는 1형 당뇨병 환자 대상 inTandem 임상3상을 근거로 FDA에 1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위한 인슐린 보조요법으로 허가 신청했지만 승인 거부됐다. 

이에 렉시콘사는 1형 당뇨병이면서 만성 콩팥병을 동반한 환자로 허가 범위를 좁혀 5년 만에 재도전에 나섰으나 다시금 고배를 마셨다. 

FDA 내분비대사약물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진퀴스타가 만성 콩팥병 동반 1형 당뇨병 환자에게 혜택보다 위험, 특히 생명을 위협하는 당뇨병성 케톤산증 위험이 더 크다는 데 11 대 3으로 투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퀴스타에 앞서 포시가·자디앙도 쓴맛

진퀴스타뿐 아니라 아스트라제네카의 SGLT-2 억제제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와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도 1형 당뇨병 적응증 확대 도전에서 쓴맛을 본 바 있다. 

포시가는 제1형 당뇨병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DEPICT-1과 2 연구에서 위약 대비 당화혈색소와 체중을 모두 개선하는 혜택을 입증했다. 하지만 당뇨병성 케톤산증 등 위험을 이유로 FDA는 2019년 7월 승인을 거부했다.

2019년 11월 FDA는 SGLT-2 억제제 중 세 번째로 자디앙의 1형 당뇨병 치료제 허가를 거부했다. 

자디앙은 1형 당뇨병 환자 대상 EASE-3 무작위 임상3상에서 26주 동안 투약 시 당화혈색소를 0.28% 유의하게 낮추는 효과를 입증했다.

그러나 자디앙의 치료 혜택과 위험을 확인하기에는 환자 수가 적고 치료 기간이 짧으며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점이 승인을 막았다. 또 자디앙 치료 시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발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 혜택보다는 위험에 무게를 뒀다.

이상반응인 당뇨병성 케톤산증에 발목

1형 당뇨병 대상 심장·신장 혜택 확인한 근거도 부족

치료옵션이 다양한 2형 당뇨병과 달리 1형 당뇨병은 인슐린 기반 치료를 진행하며 보조요법으로 투약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아 그동안 SGLT-2 억제제에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SGLT-2 억제제의 발목을 잡았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당뇨병의 심각한 급성 합병증 중 하나로, 발생 시 피로, 탈수, 다뇨,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나고 의식저하, 혼수로 이어질 수 있다. SGLT-2 억제제는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 등 혜택이 있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이상반응인 당뇨병성 케톤산증 위험이 크고 2형보단 1형 당뇨병에서 더 높다고 보고된다.

강북삼성병원 이은정 교수(내분비내과)는 "진퀴스타 등 SGLT-2 억제제는 당뇨병성 케톤산증 위험을 100% 줄일 수 없다"며 "이 같은 위험을 안고 1형 당뇨병까지 적응증을 확대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전망했다. 

SGLT-2 억제제가 심장·신장 보호 효과를 입증했을지라도 1형 당뇨병 환자 대상 연구가 없다는 점도 한계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는 2021년 발표된 '성인 1형 당뇨병 관리 합의'에서 SGLT-2 억제제가 당뇨병이 없는 성인에서 심장·신장 혜택을 입증한 만큼 심장·신장 합병증을 가진 1형 당뇨병 환자에게도 치료 혜택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근거는 거의 없다고 명시했다. 

이은정 교수는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SGLT-2 억제제의 혈당 조절 효과를 확인한 임상연구는 있지만 심혈관계 영향 연구(CVOT) 등 예후 관련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1형 당뇨병 환자 수가 많지 않은 만큼 연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SGLT-2 억제제가 1형 당뇨병으로 적응증을 받고 사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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