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형제네릭, 마케팅 아군만들기 등 사수전략 활발

▲ 특허만료 후 쏟아지는 제네릭 속에서 오리지널 업체의 시장방어 전략은 무엇일까.

특허만료와 동시에 혹은 그 이전, 제약사의 특허도전에 따라 오리지널 제품은 치열한 방어전에 돌입한다. 정부 정책에 따른 약가인하와 더불어 시장 점유율 축소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블록버스터 오리지널의 특허만료는 제네릭 업체에게 매출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이에 오리지널 업체가 어떤 전략을 바탕으로 기존 시장을 사수하고 있는지 조명해봤다.

독점 끝난 시장…제네릭 출시로 '지각변동'

오리지널 제품의 재심사 또는 특허가 만료되면 수십 개의 제네릭이 시장에 쏟아진다. 최근에는 생동위수탁이 허용됨에 따라 개발 부담이 줄어들면서 제네릭이 더욱 많아진 추세다. 이들 제네릭이 출시되면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것은 물론이다.

IMS Korea의 지난해 시장점유율 데이터에 따르면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는 2008년 제네릭 출시 후 점유율이 30%까지 급감했다. 제네릭 처방이 증가하면서 아토르바스타틴 성분의 시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화이자가 카듀엣(아토르바스타틴+암로디핀)을 2006년 발매했으나 재심사를 부여받지 못해 발매 2년 후부터 제네릭이 나오면서 정체됐다.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도 특허만료 이후 시장 판도가 변했다. 한미약품의 제네릭 팔팔정은 저가 정책을 바탕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현재 오리지널보다 더 많이 판매되고, 비아그라는 동일 가격 정책을 고수하다 뒤늦게 가격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적인 방어 사례 '조코·하루날'

반면 리피토와 동일한 스타틴 계열인 심바스타틴은 오리지널의 전략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심바스타틴 단일제인 조코는 제네릭보다 매출이 낮지만 바이토린(심바스타틴+에제티미브)을 발매하면서 처방을 심바스타틴 단일제에서 복합제로 스위치하며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고 해당 성분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는 2008년 제네릭 출시 후 점유율이 30%까지 급감했다<그래프 왼쪽>.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하루날은 제네릭 방어를 위해 기존의 캡슐 제형을 과감히 버리고 구강붕해정으로 전환해 60%의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출처 : IMS Korea)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탐스로신의 오리지널인 하루날은 제네릭 방어를 위해 기존의 캡슐 제형을 과감히 버리고 구강붕해정으로 스위치해 제네릭이 발매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60%의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례에서는 오리지널의 특허 만료에 대비한 제품 라인 확대(line extension)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제네릭이 풀리면서 새로운 용량을 허가받는 경우도 있다. 화이자는 쎄레브렉스의 고용량인 400mg을 9월 22일자로 추가 허가받았으며, 향후 기존에 허가받았던 100mg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에 처방되던 200mg 외에 추가 용량을 확보해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화이자제약 관계자는 "쎄레브렉스는 특허만료로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고, 용량도 옵션을 다양화해 접근성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릴리는 시알리스 특허만료로 쏟아진 100여 개의 제네릭과 관련해 아직 남아 있는 전립선비대증 특허와 비뇨기과, 병원과 유대 등을 바탕으로 시장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릴리 관계자는 "임상결과, 학술세미나, 학술자료 등을 제공해 시알리스가 가진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살려 정공법으로 돌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J·대웅, 위임형제네릭 출시 활발

이 밖에 오리지널 업체가 계약을 통해 생산하는 위임형제네릭도 오리지널사 시장방어의 주요 전략으로 꼽힌다. 위임형제네릭은 해당제품의 오리지널 업체가 제네릭 발매 업체를 선정해 출시하는 것을 말하며, 오리지널 업체가 해당 제품을 제조해 공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다른 제네릭업체의 경쟁 참여 동기를 낮추면서 위임형제네릭 출시 업체로부터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같은 효능·효과를 바탕으로 경제적인 가격도 내세울 수 있다.

▲ 아스트라제네카는 CJ헬스케어를 통해 크레스토의 위임형제네릭인 비바코를 출시했다. 비바코는 오리지널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생산 및 공급한다.(출처 : CJ헬스케어)

CJ헬스케어는 지난해 크레스토의 원개발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생산 및 공급하는 로수바스타틴 성분의 비바코를 출시해 '오리지널과 차이 없는 효능 및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비바코는 시장에서 유비스트 기준 지난해 76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CJ헬스케어가 2011년 출시한 한국MSD 싱귤레어의 위임형제네릭 루케어도 지난해 135억원의 처방액을 올렸다.

대웅제약도 위임형제네릭을 적극 활용하는 업체로 꼽힌다. 대웅제약은 알비스의 위임형제네릭 가제트와 리비수를 계열사인 대웅바이오를 통해 허가받으며 시장 방어에 나섰다. 건일제약도 오리지널 오마코와 동일한 위임형제네릭 시코를 관계사 펜믹스를 통해 발매했다.

아군 만들어 시장 방어 '공동판촉 협약'

오리지널 업체가 특허만료 시점에서 영업력 극대화를 위해 다른 제약사와 공동판촉 협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화이자제약은 제일약품과 쎄레브렉스의 공동판촉 협약을 체결하고 종합병원은 화이자제약이, 의원은 제일약품이 담당키로 협의했다.

녹십자는 9월 11일 한국BMS제약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바라크루드에 대한 공동판촉 계약을 맺었다. 10월 특허만료로 120여 개의 바라크루드 제네릭이 출시되지만 영업력이 강한 국내 업체와 제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메리츠증권 김현욱 애널리스트는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녹십자의 도입 OBM(Original Business-model)은 트윈스타, 트라젠타, 비리어드 등으로 지난 3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시현한 유한양행 사례와 유사하다"며 "경쟁력을 확보한 대형 오리지널 품목의 도입으로 단기간에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녹십자 관계자도 "특허만료는 바라크루드를 좀 더 저렴한 약가로 공급할 수 있는 기회"라며 "8년간 축적된 신뢰와 임상데이터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방어라는 말보다 제품의 오리지널리티를 부각시켜 HBV시장을 리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오리지널 업체의 위임형제네릭과 공동판촉 협약 등 시장방어 전략은 오리지널 제품의 수익구조 개선은 물론 계약하는 업체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올해 쎄레브렉스, 시알리스, 스티렌, 알림타 등 블록버스터 제품이 특허가 만료됐거나 만료되는 가운데, 제네릭 출시로 인한 시장 경쟁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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