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인력 논의없는 특별법 제정, 올가미 씌우는 꼴" vs "환자안전 위해서도 특별법 필요"

'전공의 특별법' 제정을 놓고 의사협회와 전공의협회, 병원협회가 평행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법안발의가 임박한 상황이지만 의료계 내부의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어, 실제 법률 제정까지는 적지 않은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백민우 감사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주최로 4일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참석해 "전공의 특별법은 도저히 지켜질 수 없는 악법"이라며 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 했다.

"대체인력 논의없이 처벌만 강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악법"

▲대한병원협회 백민우 감사

백 감사는 "우리나라 전공의의 수련환경이 열악하고 개선이 필요하다는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병원들이 수련환경을 개선하지 못하는 것이 과연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인지는 다시한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데는 동의하지만, 특별법안의 내용으로 언급되고 있는 수련평가기구의 독립과 수련기준 미준수 병원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백 감사는 "전공의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서, 누구도 대체인력 등 현실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며 "대체인력에 대한 해법없이 무조건 주당 수련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이라고 하면 과연 어떤 병원이, 도대체 무슨 수로 이것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수련평가기구인 병원신임위원회 운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과도한 몰아세우기'라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백 감사는 "사용자들이 어떻게 또 다른 사용자들을 평가하느냐는데, 병원신임위원회 위원들은 병원장이 아니라 의학회와 의사협회, 각 학술단체가 파견한 대표"라며 "병협은 단순히 사무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인데, 마치 기업주가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원장들도 다 의사다. 이들을 마치 노동력을 착취하는 업주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 과연 의료계에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백민우 감사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2년전 이미 응급실당직법 사태를 통해,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법이 어떤 난리를 불러오는지 경험했다"며 "(지금과 같은 내용의) 전공의 특별법은 도저히 지켜질 수 없는 악법으로, 의료계 스스로 올가미를 씌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4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전공이 수련근무환경 실태와 개선방안 모색' 정책 포럼.

"병원협회가 수련평가기구 운영? 세계 유례 없는 일"

반면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 인권보호와 환자 안전을 위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특단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핵심은 수련평가기구의 독립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이준 정책부회장은 "현재의 수련병원 신임평가센터는 대한병원협회 즉 사용자단체로 사실상 수련평가기구가 없는 것과 다를바 없다"며 수련평가기구를 독립시켜 제대로 된 수련환경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자에게 안전을, 전공의에게 인권을 보장하고 대한민국에 올바른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전공의 특별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김윤 사무총장 또한 별도의 수련기구 마련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김 사무총장은 "발표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외국의 사례들을 살펴봤지만 병원협회에서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의료단체연합회가, 캐나다와 호주·뉴질랜드에서는 독립기구나 학회 중심으로 전공의 수련평가기구를 운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의학회 이수곤 부회장도 의학회 공식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일단 독립적 수련평가기구 마련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당 40시간까지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의학회 이수곤 부회장은 "수련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평가체계개발, 독립적 수련교육 평가기구 마련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의학회도 관련 연구와 정책개발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당 수련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줄이는 것은 반대"라며 "주당 80시간 제도가 시행된지 9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로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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