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박성수 총무이사, 십년 노력 수포 우려

▲ 고려의대 박성수 교수(고대안암병원 위장관외과)

신해철 씨 사망 사건이 고도비만 환자들에 대한 비만대사수술의 보험적용에까지 불똥이 튈까 관련 학계가 우려하고 있다.

5일 저녁  사단법인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 주최로 열린 30차 '뉴스와 셀럽이 있는 식품과 건강 포럼'에 참석한 고려의대 박성수 교수(고대안암병원 위장관외과·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총무이사)는 미국 필라델피아병원의 동료의사로부터 "한국의 유명 가수(故 신해철 씨)가 배리아트릭수술을 받다 숨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영문을 묻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박 교수는 "신씨가 5년 전 위밴드술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번 사망과는 무관하고, 부검 결과 소장천공과 복막염, 패혈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거의 성사 단계였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틀어질까 우려된다"고 답메일을 보냈다.

정리하자면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등 관련 학계가 지난 10여 년 동안이나 고도비만 환자들에 대한 비만대사수술의 보험적용을 위해 공을 들여왔는데, 이번 신 씨 사건으로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   

2004년 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모 기관의 비만대사수술 관련 진료비용에 대해 "의학적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보기 어려운 수술"이란 이유로 보험적용을 불허했다. 

이는 '비만수술=지방흡입술'과 동일시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위절제수술은 위험하다'는 편견의 소치다.

박 교수는 "이미 오래 전 연구를 통해 비만대사수술을 받았던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 후 5년 내 사망률이 수술을 받지 않았던 이들에 비해 89%나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위밴드수술은 우리나라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위암수술과 비교해서도 사망률이나 합병증 발생률이 훨씬 낮다"고 말했다.  

실제 고도비만 환자들의 공인된 수술법인 위밴드수술, 위소매절제술, 위우회술은 위아전절제술이나 위전절제술과 같은 위암수술과 술식이 거의 동일하지만 수술 후 30일 내 사망률(위밴드수술 0.05%, 위소매절제술 0.11%, 위우회술은 0.14%)은 위암수술 사망률(0.5%)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비만대사수술의 대상자는 비만 자체로 인한 합병증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정상 체중인 사람들보다 사망 위험이 2~3배 이상 높아지는 고도비만 환자들로, 체질량지수(BMI)와 동반질환의 중증도를 따져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최근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이미 체중감량뿐 아니라 당뇨병, 고혈압 등 동반질환에 대한 치유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는 설명이다.

권위있는 의학전문지인 JAMA에서는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의 상당수가 제2형 당뇨병(77%), 고혈압(62%), 수면무호흡증(86%)이 완치되는 결과를 얻었고, 70% 이상에서 고지혈증이 호전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JAMA. 2004;292:1724-37). 

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영국의 NICE 가이드라인에서도 BMI 35~40㎏/㎡이면서 제2형 당뇨병, 고혈압 등을 동반하거나 BMI 4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를 비만대사수술의 적응증으로 정하고 있다"며 "심지어 BMI 50㎏/㎡ 이상이면 수술이 최우선 치료로 권고된다"고 소개했다.

또한 "국내에선 현재 비만대사수술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기준에 맞지 않는 수술을 했다고 해서 제재할 방도가 없다"며 "급여화를 통해 비만대사수술이 제대권 내로 들어와야 무분별한 수술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의료원(NECA)의 '고도비만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비만수술의 효과 및 경제성 분석(2011)'에 따르면 BMI 40㎏/㎡ 이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국내 비만대사수술의 대상자는 약 4만5000명이다. 지난해에는 실제 비만대사수술을 받았던 환자들이 1500명 정도로 집계됐는데, 머지않아 급여화가 된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올 들어 수술을 미루는 환자가 늘고 있다.

박 교수는 "고도비만 환자들은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도 힘든 데다 수술비용이 적게는 600∼800만 원(위밴드술), 많게는 1200~1300만 원(위소매절제술·위우회술)까지 들어 건강보험의 도움 없이는 치료를 받기 힘든 실정"이라며 "일반적인 과체중과 병적(病的) 비만을 구분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여전히 비만대사수술을 지방흡입, 체형관리 등의 미용성형으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은 데다 위험하다는 편견이 건강보험 적용을 막고 있다"며 "故 신해철 씨 사고의 불똥이 엉뚱하게 고도비만 환자에게 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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