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치료 전략 새로운 쟁점으로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막기 위해 지질치료를 어느 정도까지 강하게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인슐린 저항성에 의한 제2형 당뇨병 위험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질이상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전문가의 설명에 의하면, 인슐린이 충분히 작용하지 못하면 지방세포에 축적돼야 할 유리지방산 상당수가 혈중으로 분비돼 간으로 전달된다. 요리재료를 듬뿍 받은 간은 중성지방이 다량 함유된 지단백 입자(VLDL, very low-density lipoprotein)를 과도하게 생산한다.

이로 인해 혈중 VLDL의 농도가 증가하면, 지단백 입자 간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교환해 주는 CETP(cholesteryl ester transfer protein)는 VLDL의 과도한 중성지방을 LDL과 HDL로 전달한다. 중성지방 함량이 높아져 성상(성질)이 달라진 HDL은 조직이나 혈중에 존재하는 리파아제의 공격을 많이 받게 되고, 결국 그 수치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LDL 역시 CETP의 매개로 중성지방이 많아지면 리파아제의 공격으로 입자가 작아지고 밀도는 올라가는 small dense LDL로 변하게 되는데, 이는 동맥경화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상지질혈증의 배후에는 인슐린 저항성, 이를 유도하는 비만 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 요인들이 한 사람에게 겹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나쁜 체질로 변하는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내놓은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3’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당뇨병 환자 가운데 80%가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24% 만이 지질저하 치료를 받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지질 목표치에 도달한 환자의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당뇨병 환자에서 지질치료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되고 있지만, 치료율과 조절률은 낙제점 수준이다.

학계는 기본적으로 당뇨병과 지질이상이 동반된 환자에서 심혈관질환을 막기 위해 스타틴을 통한 적극적인 지질치료가 적용돼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도 2013년 발표한 새로운 지질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를 지지하고 있다. 40~75세 연령대로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이 없으면서 LDL-C가 70~189mg/dL인 환자들이 당뇨병 유병자일 경우 10년내 ASCVD 발생위험이 7.5% 이상이면 고강도 스타틴 요법을, 7.5% 미만이면 중강도 스타틴 요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권고안을 임상에 그대로 적용하면 심혈관질환 무병력자인 42세의 남성 당뇨병 환자가 LDL-C 70mg/dL만 넘어도 스타틴을 적용해야 한다. 거의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이 자동적으로 스타틴 치료의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당뇨병 환자에서 적극적인 지질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무조건적인 임상적용보다는 국내 환자의 유병특성과 보다 세분화된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근거해 스타틴 치료 적용과 강도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당뇨병 수술치료 어디까지 와 있나?
당뇨병 치료 분야에서 또 다른 도전은 바로 비만대사수술을 통해 혈당을 조절하는 외과적 치료방법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당뇨병 환자의 수술치료는 비만·당뇨병 환자에서 체중과 함께 고혈당의 치료를 목적으로 적용되는 비만대사수술을 의미한다.

비만수술은 말 그대로 고도비만 환자의 체중감량이 주목적이었다. 그런데 위우회술과 같이 체중과 함께 인크레틴 호르몬, 즉 내분비 대사기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비만 합병증 환자에서 체중감량과는 별도로 혈당개선 효과가 발견되면서 새로운 전략이 수립되기 시작했다.

단순한 위절제술이나 위밴드술 등의 비만수술에서 루와이위우회술과 같은 비만대사수술, 더 나아가서 당뇨병 치료를 주목적으로 하는 당뇨병 수술치료의 개념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당뇨병 수술치료는 완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개념 자체는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유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를 통해 검증받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당뇨병의 약물치료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술적 치료의 유효성, 특히 안전성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최근에는 비만·고혈당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만대사수술의 혈당조절 효과에 대한 3년 관찰결과가 발표되면서 수술을 통한 당뇨병 치료의 가능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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