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질환 동반된 고도비만 환자 최후 선택

최근 일주일 새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던 키워드 중 하나는 '위밴드수술'이다.

지난달 22일 가수 신해철 씨가 급작스럽게 사망한 이후 의료과실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진위 여부에 전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진실공방의 중심에 있는 S병원에서 신 씨가 5년 전 위밴드수술을 시행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밴드수술은 합병증, 안전성 등 갖가지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면 모든 의혹이 풀리겠지만, 이미 1차 소견에서 위밴드수술이 직접적인 사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선 병의원들에서는 위밴드수술에 대한 예약취소와 부작용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후폭풍은 위밴드수술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위소매절제술, 위우회술 등 비만대사수술 전체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가뜩이나 국내에서 미용을 위한 수단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비만대사수술은 또다시 안전성을 빌미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고, 2016년 시행을 목표로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이던 보험적용에 대한 타당성 문제로까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비만대사수술의 안전성과 효용성, 국내 현실에 대해  조명해봤다.

 

BMI·동반질환 잘 살펴 적응증 선별해야

비만대사수술은 생활습관 개선이나 내과적인 방법으로 치료되지 않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적용되는 수술적 치료방법이다.

고도비만이 체형의 변화뿐 아니라 제2형 당뇨병, 고혈압, 비후성 심근증, 심부전, 심근경색, 고지혈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뇌혈관질환, 암 등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는 주범으로서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는 가운데 비만대사수술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옵션으로 꼽힌다.

2012년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했던 비만치료지침에서도 수술치료를 고도비만 및 이와 동반된 대사질환의 치료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높은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수준 Ⅰ, 등급 A). 다만 동양인은 적은 근육량에 비해 지방이 많고 내장비만과 복부비만 형태를 띠고 있으며 체중증가에 따른 합병증이 잘 발생한다는 논의가 2011년 아시아태평양 국제비만대사수술연맹(IFSO-APC)에서 진행됨에 따라 수술의 적응증은 동서간 다소 차이가 있다(Consensus Statement 1991;9:1-20).

서양인에서는 비만대사수술의 적응증으로 △체질량지수(BMI)가 40㎏/㎡ 이상이거나 △BMI 35㎏/㎡ 이상이면서 동반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권고된다(수준 I, 등급 A).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IFSO-APC Consensus meeting에서 정한 기준을 채택해 △BMI 35㎏/㎡ 이상이거나 △BMI 30㎏/㎡ 이상이면서 동반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로 정하되 △BMI 27.5㎏/㎡ 이상이면서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또는 대사질환자에서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Obes Surg. 2012;22:677-84).

수술 종류별로 세부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진 않는데, 적응증에 해당한다면 환자 선호도를 우선적으로 반영하면서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위우회술을, 당뇨병이나 BMI 40㎏/㎡에 가까운 초고도비만 환자에서는 위소매절제술이나 위우회술을 시행한다는 게 통상적인 견해다.

 

유효성·안전성 근거 충분
체중감량뿐 아니라 사망률·동반질환도 개선

비만대사수술의 효과나 안전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돼 왔다.

운동요법, 식이요법, 약물요법 등의 비수술적 치료에 비해 수술적 치료는 체중감량은 물론 사망률 감소에 대한 근거를 꾸준히 쌓아왔으며 근래 들어서는 혈당조절 등 동반질환 개선 효과에까지 입지를 굳혔다. 단순 비만수술이 아닌 비만대사수술로 명칭이 바뀌게 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비만대사수술의 유효성을 입증한 대표적 연구는 2007년 NEJM에 발표됐던 스웨덴의 대규모 코호트연구(Swedish Obese Subjects, SOS)다(NEJM. 2007;357:741-52).

비만 환자 4047명(남성 BMI≥34㎏/㎡, 여성≥38㎏/㎡)을 수술군(2010명)과 비수술적 치료군(2037명)으로 나눠 평균 10.9년간 추적 관찰했으며 수술군 중 32%는 위우회술을, 25%는 수직밴드위성형술을 시행 받았고, 20%는 위밴드수술을 받았다.

10년 후 분석 결과 위우회술을 시행 받았던 환자는 등록시점 대비 25%의 체중감량을 보였고, 수직밴드위성형술군에서는 16%, 위밴드수술군에서는 14%의 체중이 감소됐다. 체중감량 효과가 가장 높게 나타난 시점은 수술을 시행받은지 1~2년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추적 관찰 시 10년에서 최대 15년까지도 이러한 감량효과가 유지됐다. 

연구기간 중 수술군의 사망건수는 101건, 비수술군에서는 129건으로 수술군에서 비수술군 대비 사망률이 24% 감소했으며(P=0.04), 성별, 연령, 위험요인 등에 대해 보정한 후에는 29%까지 낮아지는 결과(P=0.01)를 보였다.

▲ SOS 연구: 수술군과 비수술군의 체중변화 비교 (출처: NEJM. 2007;357:741-52)

이후 동일한 연구군에 대해 심혈관계 영향만 별도로 분석한 연구 논문에서도 수술군은 비수술군대비 심혈관사망 위험을 무려 53%나 낮췄고(95% CI, 0.29-0.76, P=0.002) 심혈관사건 발생도 33% 감소시켜(95% CI, 0.54-0.83, P<0.001) 유의한 심혈관계 혜택을 입증했다(JAMA. 2012;307:56-65).

최근에는 혈당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비만대사수술의 혈당조절 효과를 평가한 STAMPEDE 연구의 3년 관찰 결과(NEJM. 2014;370:2002-2013)가 발표됐다.

미국 클리브랜드클리닉의 Schauer PR. 교수팀은 그동안 당뇨병 환자에서의 비만대사수술 관련 임상이 단기관찰에 국한돼 왔다는 지적에 따라 당뇨병 이환기간이 최소 5년, 당화혈색소(A1C)≥7.0%에 해당하는 고도비만 환자 150명을 위회술(50명)과 위소매절제술(50명), 약물치료군(50명)으로 나눠 3년 동안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3년 시점에 A1C < 6.0%에 도달한 환자 비율은 위우회술군에서 38%(P<0.001), 위소매절제술군에서 24%로(P=0.01) 약물치료군(5%)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약물치료군에서는 절반을 넘는 환자(55%)들이 여전히 인슐린치료를 포함해 혈당강하제를 복용 중이었던 반면 위우회술과 위소매절제술에서는 각각 6%와 8%에 불과해 수술적 치료를 받았던 대부분의 환자들이 인슐린 투여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구기간 동안 수술로 인한 주요 합병증은 관찰되지 않았다. 수술군은 체중 및 삶의 질 평가에서도 약물치료군에 비해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위밴드수술, 사후관리가 관건
장유착 가능성은 희박…미란 등 합병증 발생땐 제거 가능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일반적인 비만대사수술의 유효성과 안전성이라기보다는 '수술 후 관리'라고 볼 수 있다.

대한비만학회의 가이드라인에서는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고혈압, 관상동맥심질환, 좌심실비대증, 울혈성 심부전, 폐고혈압 등의 동반이 흔하므로 수술 전부터 철저한 검사를 통해 수술 후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비할 것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수술 종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특히 수술방식이 가장 복잡한 위우회술의 경우 소화흡수 장애로 인한 철분, 비타민 B12, 엽산, 지용성 비타민의 결핍과 복부탈장, 변연궤양, 내부 탈장에 의한 장폐쇄, 담석 등의 후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술 후 적극적인 환자 관리가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비만대사수술이 개인병원에서 행해지다보니 수술 전후 충분한 상담과 검사가 병행되고 있는지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데 있다. 여기에 날씬한 몸매를 지향하는 사회적 풍토까지 더해져 수술 기준에 맞지 않음에도 다이어트 목적으로 비만대사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많고, 수술의 종류도 위밴드수술에 치우치는 경향을 보인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회장 최승호)가 학술대회에서 공개했던 전국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간 100건 미만에 머물렀던 비만대사수술 시행건수는 2009년(228건)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난해(2013년)에는 1686건으로 집계됐고, 그 중 위밴드수술 시행건수가 1210건으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위우회술(186건)이나 위절제술(236건) 시행건수와 비교해 5~6배를 넘는 수치다.

대학병원 급에서는 위밴드수술 시행 비율이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거의 모든 수술이 일차병원에서 행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대학병원(386건)과 개인병원(1300건)의 시술건수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의 BMI 기록을 살펴보면 40㎏/㎡ 이상이 25.2%, 35㎏/㎡ 이상이 53.1%였고, 30㎏/㎡ 이상은 81.2%에 해당했다. 나머지 20% 정도는 BMI 30㎏/㎡에도 못 미치는 일반적인 과체중 환자라는 말인데, 이들이 개인병원에서 위밴드수술을 시행 받았을 가능성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한상문 보험부위원장(강남차병원 외과)은 "침습부위가 적고 회복기간이 짧다는 점은 위밴드수술의 장점이지만 다른 수술법에 비해 체중감량 효과가 떨어지고 대사수술 효과는 현저히 낮다"면서 "개원가에서는 다른 수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위밴드수술을 권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간단한 위밴드수술이라고 해도 수술 후 적어도 1년간은 매달 내원해서 기능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식이요법, 음주습관, 활동량 등 생활습관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병행해야 환자 결과도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쟁점이 되고 있는 장유착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위밴드수술만으로 장유착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일축했다.

수술을 집도한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 소견에 근거해 추측할 수 밖에는 없는 입장이지만, 위밴드가 위치했던 부위도 아니고 신 씨의 경우와 같이 소장유착은 위밴드수술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보다는 위밴드수술 후 합병증으로 심한 위식도 확장, 미란, 위밴드 미끄러짐, 감염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위밴드 제거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란을 제외한 경우 위밴드 제거수술 역시 안전하고 간단한 수술 방법이며 대부분 복강경으로 시행된다.

 

 ■ 인터뷰 -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한상문 보험부위원장

 

"급여화 제동 걸려선 안돼"
비만대사수술 정부 지원, 사회·경제 취약층 위해 꼭 필요

▲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한상문 보험부위원장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한상문 보험부위원장(강남차병원 외과)은 "故 신해철 씨 사건은 한 개인병원에 국한된 문제일 뿐"이라며 "비만대사수술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확산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새삼 비만대사수술의 합병증 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이미 15년이라는 장기간 코호트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논의가 다 끝난 얘기이고, 지침에서 제시하는 적응증을 준수해 수술 후 관리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사망률이 0.3~0.5%에 불과한 안전한 수술이라는 설명이다.

한 위원장은 "다만 그동안 일부 개원가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수술이 자행돼 왔던 점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며 "비만대사수술은 80kg인 환자를 60kg으로 만들려고 하는 미용수술이 아니다. 고도비만인의 관점에서는 건강과 사회 일원으로 복귀를 위한 유일한 치료방법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무분별한 위밴드수술을 막을 수 있는 방편 중 하나로 비만대사수술의 급여화를 제시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미용 목적으로 살을 빼려는 사람들에게 보험을 적용하자는 게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지만 정말 돈이 없어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게 이번 급여적용안의 취지라는 것.

급여화가 된다면 비만대사수술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임으로써 기준에 맞지 않는 위밴드수술을 줄일 수 있고, 저절로 인식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추진 중인 급여대상 기준은 △BMI 40㎏/㎡ 이상이거나 △BMI 35㎏/㎡ 이상이면서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고혈압, 관상동맥심질환이 동반된 환자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실제 혜택을 받는 환자수는 전체 인구의 1%도 안 되고, 수술건수를 연간 1000~1500건 정도로 추산해 봤을 때 여기에 드는 건보재정은 1년에 150~2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수술의 결과로 동반질환이 해소되면 오히려 그에 해당하는 건보재정이 줄게 돼 그로 인한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 

한 위원장은 "진료를 하다보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던 환자들이 직장에 다니게 되고, 외모로 인한 사회적 차별과 컴플렉스로 은둔생활을 했던 여성들이 결혼을 해 아이를 낳게 되는 사례를 보게 된다"며 "환자들이 경험하는 삶의 질 개선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만대사수술의 급여화는 무분별한 수술시행을 막고 수술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며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데 주요한 목적이 있다"며 "정부와 전문가들이 오랜기간 논의 끝에 결정한 사안인 만큼 반드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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