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대학병원들 공공연한 비밀 PA 업무 명확화 필요
PA 전담 교육·수련 체계 마련 등 세부적인 정책 동반돼야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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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정부와 의료계 간 의대정원 확대 갈등이 진료지원인력(PA) 업무 범위 확대로 이어진 가운데, 긍정적 평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의 사직에 따른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PA 업무 범위 확대 및 비대면진료 확대 카드를 내놨다.

공보의 및 군의관들을 차출하면서까지 중증·응급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자격도 갖추지 못한 PA 불법 의료행위가 양성화되면 의료인 면허범위가 무너지고, 의료 현장은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치는 곳으로 변질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PA 간호사들의 의료 행위에 대해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업무범위를 규정한 것은 의료진과 PA 간호사들의 법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병원계, PA 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 시범사업 넘어 제도화 희망

중소병원 및 대학병원의 입장에서는 이번 PA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본 제도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진료지원인력 운영 타당성 연구용역과 관련 시범사업을 주도한 고려대 윤석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의사와 간호사 간 업무범위 및 법적 기준 자체가 모호한 실정이라며, PA 간호사 역시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이미 의료현장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하는 진료지원인력의 역할과 현실을 인정하되, 업무 범위와 법적 기준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연구용역과 그간 시범사업을 통해 도출될 결과는 의료 현장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보건의료연구원(NECA)에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가적으로 발주한 것으로 안다"며 "공공기관인 NECA가 연구를 진행하게 되면 지속가능하게 진료지원인력의 업무범위와 법적 기준을 마련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윤 교수는 의사가 진료지원인력에게 어느 수준까지 의료행위를 위임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의사들도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번 정부의 PA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이 의사와 진료지원인력 간 업무 범위에 대한 가르마를 탈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교수는 "대규모로 이뤄지는 이번 시범사업에서 업무 범위 기준 설정 계기가 되지 않으면 오히려 의료현장의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며 "현재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진료지원인력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는데 활용된다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지역 중소병원 A 병원장은 이번 정부의 PA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이 단기적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의사와 PA 간호사 간 논란이 됐던 업무범위 설정으로 인해 법적 부담이 어느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의료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은 의료진과 PA 간호사가 지겠지만, 불법 의료행위라는 꼬리표는 뗄 수 있다는 것이 A 병원장의 생각이다.

A 병원장은 "정부의 이번 PA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이 시급한 현재 상황에서 임시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며 "병원장 입장으로서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어디까지 업무범위를 조정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범위를 조정해도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하기 때문에 의사와 PA 간호사 간에 업무 수행 능력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위임된 의료행위에 대해 간호사들이 자신 없다면 하지 않을 것이고, 의사들 역시 PA 간호사들이 업무 수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해야 위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진 및 PA 간호사 불법 의료행위 꼬리표 떼 법적 안전감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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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병원장은 PA 간호사들이 신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어 안정감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A 병원장은 "우리 병원 역시 몇몇 PA 간호사가 있지만 그동안 불안정한 신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정부가 그동안의 논란를 없애준 것"이라며 "하지만, 향후 더 정교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종합병원 B 병원장은 정부의 이번 PA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을 계기로 PA 간호사에 대한 수련 및 교육체계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B 병원장은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 모두 PA 간호사 양성화를 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PA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를 반대할 수 없지만 지금처럼 급하게 진행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장기적 관점을 갖고 PA 간호사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수련시킬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한다"며 "미국 및 일본 등 선진국 PA 간호사 교육·수련 제도를 참고해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 병원장은 의대정원 확대 갈등 시국이 4월 정도 마무리 되면 본격적으로 PA 간호사 양성을 위한 진척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증질환, 척추·관절, 흉부외과 등 수술이 많은 분야와 필수의료 분야부터라도 우선적으로 PA 간호사 양성을 추진해야 한다"며 "그 이후 단계적으로 PA 간호사들이 필요한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고 의결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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