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이중항체 개발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삼중항체의 개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항체 치료제는 표적에 대한 높은 결합력, 체내 안전성, 긴 반감기 등에 특화된 바이오의약품이다.

특히 암처럼 발병 기전이 복잡한 질환에서는 항체 치료제 가운데 이중항체 치료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2009년 트리온파마의 리무밥(성분명 카투막소맙)을 시작으로 여러 이중항체가 글로벌 시장에 등장했고, 현재는 2017년 철수한 리무밥을 제외하고 9개의 이중항체가 승인돼 있다. 특히 로슈는 헴리브라(에미시주맙), 바비스모(파리시맙), 룬수미오(모수네투주맙), 컬럼비(글로피타맙) 등 4개의 이중항체를 보유한 시장 강자다.

 뜨거운 열기 만큼 신규 약물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재즈는 HER2 신호를 차단하고 세포 표면에 HER2 단백질을 제거하는 기전의 이중항체 자니다타맙을 개발 중이며, 아스트라제네카도 PD-1과 CTLA-4를 결합한 이중항체 MEDI5752를 개발하고 있다.

GSK는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전이상 단계 T세포 결합 이중/다중항체 4종에 대한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양도 받으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고, 머크도 하푼테라퓨틱스를 6억 8000만달러(약 8943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삼중항체는 이중항체보다 하나 더 많은 항체를 포함하고 있어 3개 항원을 동시 타깃하는 게 특징이다. 3개 항원은 각자 다른 단백질에 결합함으로써 보다 정밀하게 표적할 수 있다.

이는 암 세포가 저항성을 가져도 다른 측면에서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개발 중인 삼중항체를 타겟하는 항원 별로 보면 △PD-L1+TGF-β+VEGF △CD3+MSLN+알부민 △CD28+CD3+HER2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길리어드도 삼중항체 개발에 뛰어 들었다.

길리어드는 파이프라인에 이중항체를 갖고 있다. 하지만 해당 이중항체는 항암 분야가 아닌 HIV를 타깃해 개발 중이다.

기대를 모았던 CD47 타깃 항체 치료제 마그롤리맙은 임상연구에서 사망이 보고되면서 혈액암 치료제로의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길리어드는 메루스의 삼중항체 T세포 인게이저(암 세포와 면역세포에서 각각 발현되는 특정 단백질에 결합하는 물질) 개발을 위해 총 15억 8100만달러(약 2조 792억원) 규모의 옵션딜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메루스는 2건의 초기단계 연구 활동을 주도한다. 길리어드는 연구가 완료된 이후 협업을 통해 개발된 후보물질에 대한 라이선스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이로써 길리어드는 2022년 마크로제닉스와의 계약을 통해 확보한 CD123XCD3 T세포 인게이저 옵션 권리에 이어 삼중항체 T세포 인게이저까지 영역을 넓히게 된 것이다.

길리어드가 라이선스 옵션을 실행할 경우 해당 임상연구 프로그램의 추가 연구, 개발, 상용화를 담당하게 된다.

여기서 메루스의 자체 플랫폼인 트리클로닉스가 활용된다. 트로클로닉스는 3개 표적에 동시 결합하는 삼중항체를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길리어드는 "암 치료제 사용되는 면역조절 방식으로 이중특이항체가 성공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경험했다"며 "향상된 효능과 안전성 프로파일로 강력한 항종양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다중항체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대다수의 파이프라인이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고, 극복해야 할 한계점은 삼중항체 개발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신약중개연구센터 이남경 선임연구원은 "삼중항체를 비롯해 다중항체 치료제는 특허권리 확보, 낮은 생산성, 부장용 감소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존재한다"면서도 "다중항체는 복잡한 신호조절이 필요한 항암 분야에서 효능을 극대화하고 치료 범위를 확장하는 데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