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의과대학 총장, 의대정원 3401명 증원 신청
"사학재단 및 대학교 총장들에겐 의대 증원할 절호의 기회일 수 있어"
"대형병원 경영진도 저렴한 인력 양성에 반대할 이유 없어"

40개 의과대학 총장들이 정부가 제시한 2000명 증원보다 더 많은 숫자를 제시해 눈길을 모았다.  
40개 의과대학 총장들이 정부가 제시한 2000명 증원보다 더 많은 숫자를 제시해 눈길을 모았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의료계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40개 의과대학이 3401명이라는 의대정원 증원 신청서를 낼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2000명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했고, 의대생들이 휴학을 택했다. 또 개원의들과 교수들이 여의도 광장에서 증원 반대를 외쳤고,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일부 위원은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정부 압력에 맞서는 상황이라 이번 3401명 신청은 충격적이라는 얘기다.

40개 의대 학장도 대학 총장들에게 증원 신청 기한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런데 학교 총장들의 생각은 의사들과 달랐다. 정부가 발표한 2000명을 훌쩍 넘어서는 3201명을 적어내면서 의대 학장은 물론 의대 교수, 전공의와 의대생 모두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번 건은 층위가 있는 싸움"

대학 총장들은 의대증원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기 때문에 일선의 의사들과 생각이 다르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대학 총장들은 의대증원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기 때문에 일선의 의사들과 생각이 다르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수도권 대학병원의 A 교수는 이번 의대정원 확대는 층위((層位)가 있는 싸움이라 진단했다. 

그는 "의사들은 순진하다"고 했다. 의사들은 학생을 갑자기 50명 이상 늘리면 수업의 질이 떨어지거나, 기초의학 등 교수를 채용하기 어려워 제대로 된 의사를 길러내기 어렵다는 원칙적 생각을 한다는 것. 

그는 "사학재단 이사장이나 국립대학교 총장들은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그런 소소한 것에는 관심이 없다. 교실이 좁으면 더 지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수십 년 만에 상위 0.1%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왜 반대할까"라고 반문하며 "등록금, 학교 위상 등을 고려하면 의대정원을 적게 적어낼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4일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16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경북대 홍원화 총장은 적극적인 의대 증원 신청을 밝힌 바 있다. 홍 총장은 "130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강의실이 없다. 저희는 300명, 400명 신청하고 싶다"며 "현재 의과대학 110명인 입학생을 140명 늘려서 250명으로 교육부에 증원 신청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경영진에게도 나쁜 패 아냐"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에게도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건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지방 대학병원의 B 교수는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은 교수보다 낮은 임금으로 채용할 수 있는 전공의가 많아지는데, 굳이 정부 정책을 반대할 필요가 없다"며 "당장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이 2026년부터 수도권에 6600병상을 오픈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경영진에게는 이번 정부 정책은 나쁜 패가 아니다. 오히려 반길만한 소식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병원에서 가장 힘 없는 환자와 전공의들이 싸우는 그야말로 '을'들의 싸움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4월 10일 총선용으로 의대증원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4월 10일 총선용으로 의대증원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는 4월 총선을 노린 '정치'라는 비판도 나왔다.  

수도권의 대학병원 C 교수는 "지금까지 모든 정권이 의사를 때려잡으면 인기가 올라갔다. 그래서 이번에도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며 "의사 정원 정책은 앞으로 10년을 좌우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정부가 정책을 해야지 정치를 하면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떠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의 이유로 꼽은 것은 지역 및 필수의료 강화였다. 그런데 정작 그 필수의료 패키지는 재정계획이 빠져 부실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공의 떠나고 병상 가동률 절반으로 '뚝' 

전공의들이 떠난 일부 대학병원의 병상가동률은 50%대로 떨어졌다.
전공의들이 떠난 일부 대학병원의 병상가동률은 50%대로 떨어졌다.

대한병원협회는 6일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기간(2월 20~27일) 동안 8개 상급종합병원의 전년 대비 의료수입액 및 병상 가동률을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6일 대한병원협회는 8개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경영 현황을 긴급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8개 병원 합계 의료 수입액은 1281억 1272만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23년 동기간의 1528억 8433만원에서 16.2%(247억여원)이 감소한 수치다. 2024년 동기간 1개 병원당 평균 의료 수입액은 160억 1409만원이며, 이 역시 2023년 동기간의 수입액인 191억 1054만원과 비교했을 때 30억원가량이 감소한 것이다.

2024년 사직 사태 기간 중 병상가동률은 55.3%로 확인됐다. 지난 2023년의 78.8%에서 23.5% 감소했다.

서울의 모 대학병원 D 교수는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빠져 병상 가동률이 절반 정도 줄었다. 병원들이 정부 지원금 등을 고려해 이 시점에서 지표를 발표한 것"이라며 "정부와 병원이 전공의들을 어떻게 대우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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