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양현종 교수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청과 양현종 교수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청과 양현종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으로 응급실 진료를 6개월 동안 멈출 수밖에 없었던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아 응급실이 최근 다시 가동됐다.

전공의가 없어 소청과 교수들이 응급실 당직을 섰고, 교수들이 더이상 진료를 진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진료를 멈춰야 하는 등 그야말로 소청과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던 곳이였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최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형 야간·휴일 소아의료체계'와 병원 경영진의 지원 덕분에 진료를 재개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서울시는 소청과 응급 진료를 위해 '우리아이 안심의원-안심병원-전문응급센터'를 권역별로 참여 의료기관을 선정해 중증도에 따른 역할 분담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구축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양현종 교수(소아청소년과, 전략기획본부 정보화사업단 단장)를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어봤다.  

-소청과 응급실 진료를 6개월 정도 멈출 수밖에 없던 까닭은? 

소청과 전문의가 없어서였다. 우리 병원 소청과 전공의는 딱 2명인데, 이들 모두 신생아실에 배치돼 있다. 따라서 응급실은 전공의 없이 돌아간다.

그래서 소청과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병동 환자를 진료하면서 동시에 일주일에 2번씩 당직을 서는 형태로 응급실을 지켰다.

50세를 훌쩍 넘은 교수들이 병동, 외래, 응급실 당직 등 36시간 근무하고 퇴근하는 스케줄이 이어지다 보니 체력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쓰러지는 교수가 생겼고,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형 야간·휴일 소아의료체계'는 무엇인가? 

서울을 동북, 동남, 서북, 서남권역으로 나눠 야간·휴일 소아들의 진료를 책임지도록 병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가 전문의 5명을 채용할 수 있도록 6억원을 지원했고, 현재 3명을 채용했고, 2명을 더 구인 중이다.

우리 병원 경영진도 10억원을 지원했다. 소청과 전문의가 부족하다 보니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전공의들이 소청과 지원하면 주변에서 폄하하는 분위기까지" 

-전공의들이 지원하는 진료과가 되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전공의들이 수련이 끝난 후 미래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환자가 있고, 은퇴할 때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암울함 뿐이다.

심지어 소청과를 지원하면 폄하하는 느낌까지 들기도 한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소청과를 지원하면 주변에서 손가락질하거나, "하자가 있나?" 등의 시선을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소청과를 원하는 전공의들이 다른 병원에서 소아 안과나 소아 정형외과를 지원하는 사례도 종종 본다.

소청과가 이렇게 된 이유에 언론과 소청과의사회 등이 자극적인 기사 등으로 불을 지폈고, 그 영향을 전공의들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양현종 교수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양현종 교수

- 소청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차 의원이 잘 돼야 한다는 주장하는 이유는? 

소청과는 환아를 지켜보고, 관찰하는 진료과다. 태생적으로 행위가 적어 수가가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청과 의사를 하는 사람은 아이가 좋아 하는 사람들이다.

아이들을 어른이 될 때까지 부모와 함께 키운다는 자긍심으로 소청과 의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투자를 해야 한다.  

아이들을 1차적으로 책임지는 의원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수가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 독일과 일본도 우리와 같은 문제롤 겪었다. 독일은 공동병원, 일본은 대폭적인 수가 인상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일본은 3세 미만 소아 초진·재진 진찰료를 성인의 최대 5배까지 가산 적용했다. 야간 진료는 330~550% 가산을 책정했다. 의원 수가를 올리는 것은 좋은데, 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의사의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독일이 추진하는 공동병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교수에게 진료받으려는 우리나라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 최근 정부가 소청과 전공의에게 100만원 지원 등 소아진료 정책가산을 발표했다. 이러 정책이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다. 효과는 미미한 것 같다. 현장 반응도 크게 없었다. 이런 지원책은 서울대병원 등 빅5병원만 좋은 것 아닌가(웃음).

-  "의사들을 그냥 좀 내비둬라"라는 의견을 제시한 이유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자극적 뉴스가 언론을 달구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소청과 20% 의사들이 환아들을 진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정책을 짜고 있고, 서울시도 예산을 들여 소청과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의사들은 자정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전공의들이 또 소청과를 지원하고, 아이들을 진료하는 것에 행복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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