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남재환 교수
mRNA 백신, 예방용보단 치료용으로 활용 기대감↑
난치성 뇌질환 백신 개발 연구 필요…만성질환 백신 개발은 쉽지 않을 것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남재환 교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남재환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은 인류가 겪어본 감염병 중 가장 빠르게 백신이 등장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는 한 가지 백신 플랫폼 종류만 이용했던 기존 감염병과 달리 △불활화 △바이러스벡터 △핵산(DNA 또는 mRNA) △재조합 단백질 등 모든 기술로 백신 개발이 이뤄지면서 플랫폼 간 비교도 가능해졌다. 

코로나19로 백신 개발 기술이 꽃을 피우자 백신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했고, 암, 1형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등 질환 백신 등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남재환 교수를 만나 감염병에 이어 암과 난치성질환, 만성질환 등 백신 개발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남 교수는 국내 최초로 mRNA 백신을 연구했고 현재 SML바이오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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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환 예방용·치료용 백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유망한 플랫폼은?

학계와 산업계에서 mRNA 백신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다. mRNA 백신은 크게 면역을 강화하는 작용과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작용 등 두 가지로 나뉜다. 면역을 높이는 백신은 예방용과 치료용으로 나눌 수 있다. 

mRNA 백신의 경우, 항원을 코딩하는 유전자를 포함한 mRNA를 체내에 주입하면 mRNA 분자가 수지상 세포로 전달돼 사람에서는 인간 백혈구 항원(HLA)을, 쥐에서는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를 제시하면서 T세포와 B세포가 활성화된다. 

이를 통해 예방용 백신은 중화항체를 많이 생산하고, 일부 T세포와 B세포가 기억세포로 변해 항원을 기억하면서 예방용 백신 역할을 하게 된다. 치료용 백신은 T세포 반응에 주로 의존하며, 보통 항암제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미래 mRNA 백신은 예방용보단 치료용으로 활용될 것이다. 예방용 백신은 건강한 사람이 접종한다는 점에서 경미한 이상반응이 생겨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치료용 백신, 특히 암백신은 생사가 달린 질환을 표적하므로 어느 정도의 이상반응은 환자들이 암을 치료하기 위해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mRNA 백신은 치료용으로 주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한다.

■ 이미 백신이 있는 질환을 포함해 모든 질환에서 mRNA 백신을 활용할 수 있나?

mRNA 백신의 안전성을 완전히 확인하기 전까지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위기가 다시 오거나 백신을 빨리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백신이 이미 있는 감염병 질환에서는 mRNA 백신을 활용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이 모든 백신을 mRNA 백신이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예로, 불활화 백신인 인플루엔자 백신은 주사부위가 약간 뻐근한 정도의 이상반응이 있지만, mRNA 백신은 이보다 좀 더 아픈 이상반응이 생길 수 있다. 생사가 걸린 질환이고 접종 시 통증이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미 백신이 있는 질환이라면 mRNA 백신이 기존 백신을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mRNA 백신 효과가 좋을지라도 장기간 안전성 등에 대한 평가와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모든 백신은 이상반응이 있다는 점에서 위험 대비 혜택을 잘 판단해야 한다. 

■ 향후 새로운 암, 난치성질환, 만성질환 백신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남재환 교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남재환 교수

암은 mRNA 플랫폼을 활용한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 난치성 뇌질환도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 

난치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을 백신으로 예방 또는 치료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알츠하이머병 원인으로 추정되는 베타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을 공격하는 항체를 외부에서 주입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많은 연구가 실패했다. 개념적으로는 베타아밀로이드나 타우 같은 항원 백신에 면역증강제를 함유하면 체내에서 항체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므로 아직은 개념 수준의 단계다.

또 다른 난치성질환인 1형 당뇨병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개념증명 연구에서 실험적 자가면역 뇌척수염(EAE)을 유도하는 펩타이드 항원을 mRNA로 만들어 쥐에 주입하면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Treg)가 많이 생긴다고 나타나,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mRNA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개념을 갖게 됐다. 이를 고려하면 1형 당뇨병에서는 자가면역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성질환 백신 개발은 쉽지 않다고 본다. 예로, 비만에 대한 mRNA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지라도, 비만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타깃하려면 T세포 면역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항체반응만 보여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T세포가 자가면역반응에 참여해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이상반응도 있을 수 있어 많은 기초 연구가 필요하다. 

■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암, 난치성질환, 만성질환 백신 개발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mRNA 백신 개발에 뛰어든 연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mRNA 백신 플랫폼을 가진 사람이 나밖에 없어 혼자 일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젊은 연구자들이 mRNA 백신 연구에 많이 뛰어들면서 공동 연구가 수월해졌다. 

이제 정부가 연구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할 시기다. 많은 연구자가 mRNA 백신 개발 연구를 하고 있고, 여기에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한다면 현재 앞서 있는 외국을 우리나라가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 현재 연구하고 있는 백신은?

mRNA를 이용한 개인 맞춤형 암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신생항원을 발굴해 개인 맞춤형 암백신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면역력이 있고 치료 효과를 보이는신생항원 발굴이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였다. 

지금까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인 인실리코(In Silico)를 활용해 신생항원을 발굴했으나 성공률은 10% 미만에 그쳤다. 많은 연구팀에서 펩타이드를 활용해 신생항원 면역을 시도하는 전임상 또는 임상 결과들을 보고했다. 그러나 펩타이드는 가격이 비싸고 다양한 조합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

mRNA 백신은 한 번에 다양한 조합의 신생항원을 면역할 수 있어 개인 맞춤형 암백신 개발에 유리하다. 최근 모더나와 머크는 임상2b상에서 키트루다와 병용해 개인 맞춤형 암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본 연구팀은 직접 개발한 mRNA 백신을 활용해 올해 개인 맞춤형 암백신 전임상을 진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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