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뇌파계·골밀도측정기 사용에서 한의사에게 완패
2025년 의대정원 확대·간호법 등도 고전 예상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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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올해는 의사들만의 것이라고 여겼던 영역에 한의사들이 한 발 한 발 발을 들여놓은 해였다.

현재 의사 수는 약 11만명, 한의사 수는 약 2만명이다. 권투로 치자면 라이트 헤비급과 라이트 플라이급의 경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링 위에서 의사들과 한의사들의 경기 성적은 의사들의 완패였다.

2022년 말 대법원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때 의학적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의사들은 강력한 첫 ‘잽’을 맞았다. 

판결 이후 대한의사협회는 물론 대한의학회, 광역시도의사회회장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이 나서 비판 집회를 열고, 법원에 파기환송심을 제기했지만 결국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초음파 진단기기 판결을 받고 얼얼함이 가시기도 전에 의료계는 연이어 또 다른 펀치를 허용해 링 위에서 휘청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8월 한의사도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 및 치매를 진단해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 

펀치는 계속 날아들었다. 9월에는 X-ray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도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당시 수원지방법원은 X-ray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약식명령(의료법 위반, 벌금 200만원)을 받은 한의사가 청구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의사면허 취소법 시행으로 휘청  

의사면허 취소법 시행은 강력한 스트레이트 한방이었다.

정부는 11월 20일부터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이 모든 범죄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다시 면허를 발급받으려면 재발급 심사를 통과하고, 추가로 40시간 의료윤리 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의협은 “범죄 유형과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범죄로 면허 취소 사유를 확대한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생존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라 주장했다. 
법 개정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 법 적용 범위를 강력범죄나 성범죄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서다. 

의협도 회원들에게 형사재판과 관련한 안내문을 보냈고, 위헌 여부를 따져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의료인 면허 취소 사유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나 특정 강력범죄, 성폭력 범죄 등으로 한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인 의대정원 논의에서 의협은 정부로부터 옆으로 돌려치는 펀치인 훅을 맞았다. 

야간 투쟁, 삭발 등 결사항쟁으로 의대정원 확대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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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줄곧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 수 확대 논의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느닷없이 40개 전국 의과대학에게 정원을 얼마나 늘렸으면 하냐는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의과대학들은 2030년까지 최대 3953명의 신입생 증원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외부에서 맞은 것보다 내부에서 맞은 펀치라 더 아팠을 것이다.

뒤통수를 맞은 의협의 행보는 바빠졌다. 11월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를 개최했고, 12월 총궐기대회와 임시대의원총회 등을 열어 의사 수 확대에 맞섰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의협 이필수 회장 집행부가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이하 범대위)’를 꾸리고, 장외 집회에 나섰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국회 본회의에 올라갔지만 대통령 거부에 따라 파기된 간호법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11월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 대표발의로 간호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발의됐던 간호법에서 논란이 됐던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고 간호사 등 인력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를 열거해 지역사회 돌봄사업 독점 등 법안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을 없앴다. 

간호법의 운명은 내년 치러질 4월 10일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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