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복지부 의대 증원 수요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의협 반발
의협, OECD 통계 변수 많다 지적…이들이 말하는 과학적 데이터란?
복지부, 인력 수급 관련 기구 설립 약속…우려 높은 의료계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정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가운데, 양 직역 모두 납득 가능한 과학적 데이터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메디칼업저버 DB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정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가운데, 양 직역 모두 납득 가능한 과학적 데이터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메디칼업저버 DB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수요 조사 발표를 기점으로 의협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의협은 복지부가 비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작정 의사 인력을 늘리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1일 정부는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증원 수요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25년까지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까지 증원 수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의 증원 수요는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까지 달한다.

요점은 의사 인력 추계 데이터가 과학적이냐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데이터는 OECD 의사 수 평균에 바탕을 두고 있다. OECD 평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7명이다.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낮은 2.7명이다.

그렇다면 OECD 통계가 비과학적이라는 것일까? 의협은 단순 의사 수만 볼 게 아니라 의료 접근성과 시스템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보다 의사 수가 많은 영국과 독일은 의료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처럼 의정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가운데, 양 직역 모두 납득 가능한 과학적 데이터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의협이 주장하는 과학적 데이터란 뭘까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지난 23일 열린 의대정원 조정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포럼에서 “OECD 통계를 운운하는 것은 가스라이팅”이라고 말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지난 23일 열린 의대정원 조정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포럼에서 “OECD 통계를 운운하는 것은 가스라이팅”이라고 말했다.

의협이 주장하는 과학적 데이터란 의료 접근성을 비롯해 고령화, AI 챗봇 등 테크놀로지 혁신 등 다양한 변수를 포함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당시 우리나라의 초과 사망 데이터가 극히 낮다는 점은 의협의 주장에 힘을 더한다. 당시 우리나라의 초과 사망 데이터는 OECD 평균의 30분의 1 수준이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지난 23일 열린 의대정원 조정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포럼에서 “OECD 통계를 운운하는 것은 가스라이팅”이라고 말했으며, 앞서 6월에 열린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했다.

그런가 하면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발주한 고려대 신영석 교수(보건대학원) 연구 역시 수급 추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우 원장의 설명이다.

우 원장은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해당 연구는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의료 남용에 대한 의료비 급증에 대한 대책이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해당 연구는 주요 계산 결과에 대한 오류를 지적받아 결과 값을 정정한 바 있다”며 “소위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소아청소년과와 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의 업무량이 낮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등 설계 과정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개발연구원과 의료정책연구소 등의 의사 수급 추계에 대한 다른 연구 결과의 편차도 큰 점을 비판했다.

 

복지부, 인력 체크 기제 마련 약속…의료계 우려 높은 이유

보건복지부는 정기적으로 인력 체크가 가능한 기제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월 14일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서는 미국과 네덜란드처럼 테스크포스를 만들어 과학적으로 의료 인력을 추계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의 의견이 제시됐다.

미국의 국가보건의료인력센터(NCHWA)와 네덜란드의 의료인력계획 자문위원회(ACMMP)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에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공감 의사를 밝히며 “정기적으로 의사 인력 수급 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기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인 21일 발표한 의대별 증원 수요조사가 의료계 내 혼란을 가중하면서 복지부의 정확한 수급 추계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기도 했다.

지난 23일 의대정원 조정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포럼에서도 마찬가지로 의료인력검토위원단 설립을 촉구하는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예방의학교실)의 의견이 있었다.

의료 및 인구 변화가 유동적이라 5년 단위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이는 현재 보건정책심의위원회 산하의 의사인력전문가위원회가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복지부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은 별도 조직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뜻을 재차 밝히는 한편, 의대 증원 수요조사가 입학정원을 결정짓는 건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지양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의료계를 포함한 다양한 직역과의 소통 및 관련 기구 구성을 약속해 앞으로의 정책 이행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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