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옵디보 이어 중국산 면역항암제 테빔브라도 국내 허가
표준치료 항암화학요법 대비 개선 보여...학계 "급여·가격이 관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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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면역항암제가 식도암 분야에도 속속 적응증을 넓히면서 치료 패러다임 변화가 전망된다.

식도암은 기본적으로 수술적 절제로 치료하지만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을뿐더러 1~2년 이내에 재발을 겪는다.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항암화학방사선요법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장기 생존율 향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게다가 표적항암제 개발도 더딘 상황.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옵디보(니볼루맙) 등에 이어 새로운 면역항암 치료옵션인 테빔브라(테슬렐리주맙)가 허가됐다.

세 면역항암제는 절제 불가능 재발성 국소진행성 전이성 식도편평세포암 환자에서 표준치료보다 우월함을 보였지만, 아직까지 건강보험 급여 적용되지 못한 상태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건강보험 급여 여부, 급여 가격에 따라 처방 건수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면역항암제 도입 식도암, 치료 패러다임 변화 시작

전이성 식도암 치료제로 포문을 연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술 불가능 전이성 식도암 1차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는 절제 불가능 재발성 국소진행성 전이성 식도편평세포암에서는 면역항암제 중 최초였다.

승인의 기반은 키트루다+항암화학요법과 항암화학 단독요법을 비교 평가한 임상3상 KEYNOTE-590 연구다.

연구 결과, PD-L1 발현율 10% 이상 환자에서 키트루다는 전체생존(OS)과 무진행생존(PFS) 모두에서 항암화학 단독요법 대비 개선 효과를 보였다.

자세히 보면 키트루다군의 OS 중앙값은 13.5개월로 항암화학요군 9.4개월 대비 개선된 수치를 보이며, 사망위험을 38% 감소시켰다(HR 0.62; 95% CI 0.49-0.78; p<0.0001). PFS 중앙값 역시 키트루다군이 7.5개월, 항암화학요법군이 5.5개월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9% 줄였다(HR 0.51; 95% CI 0.41-0.65; p<0.0001).

삼성서울병원 선종무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지난 수십년 동안 새로운 1차 치료옵션이 개발되지 못하면서 미충족 수요가 컸다"며 "키트루다+항암화학요법은 전이성 식도암 환자에게 새로운 1차 치료옵션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년 뒤인 올해 3월 옵디보도 항암화학요법 및 여보이(이필리무맙)와의 병용요법으로 식도암 1차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

적응증 승인은 치료 경험이 없는 절제 불가능 진행성 재발성 전이성 식도편평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과 옵디보+항암화학요법, 항암화학 단독요법을 비교 평가한 임상3상 CheckMate-648 연구가 기반이다.

연구 결과, PD-L1 발현 환자의 OS 중앙값은 옵디보+항암화학요법군이 15.4개월, 옵디보+여보이군은 13.7개월로 집계된 반면 항암화학요법군은 9.1개월에 머물렀다.

PFS 중앙값은 옵디보+항암화학요법군 6.9개월, 항암화학요법군은 4.4개월로 나타났다. 그러나 옵디보+여보이군의 PFS 중앙값은 4개월로, 항암화학요법군에 비해 낮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제약사 베이진의 테빔브라가 식약처로부터 식도암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 다만, 다른 면역항암제와 달리 2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백금기반 화학요법을 지속할 수 없거나 투여 후 재발 또는 진행된 절제 불가능 재발성 국소진행성 전이성 식도편평세포암 환자에서 단독요법으로 사용 가능하다.

테빔브라는 대식세포의 Fc-감마 수용체(FcyR)로의 결합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인간화 IgG4 단클론항체다.

테빔브라 허가 기반은 이전에 치료경험이 있는 절제 불가능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식도편평세포암 환자 5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3상 RATIONALE 302 연구다.

연구에서 테빔브라는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생존 혜택을 보였다.

테빔브라는 PD-L1 발현율과 관계없는 모든 환자군에서의 8.6개월의 OS를 기록, 항암화학요법 투여군 6.3개월 대비 길었다(HR 0.70; 95% CI 0.57~0.85; P=0.0001).

아울러 PD-L1 발현율 10% 이상 환자 집단에서 테빔브라군의 OS는 10.3개월로, 항암화학요법군 6.8개월 대비 의미 있는 개선을 보였다(HR 0.54; 95% CI 0.36~0.79; P=0.006).

아울러 테빔브라군의 객관적반응률(ORR)은 20.3%로, 항암화학요법군 9.8% 대비 더 높았고, 반응기간 중앙값도 각각 7.1개월, 4개월로 더 길었다.

 

환자 접근성 개선 관건은 '건강보험 급여'

식도암 분야에 면역항암제가 도입됐지만, 아직 환자의 접근성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세 약물 모두 적응증만 허가됐을 뿐 건강보험 급여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키트루다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전이성 식도암 적응증을 획득했다. 당시 MSD는 적응증 허가와 함께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노렸지만 아직까지 무소식이다.

올해 10월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년 제7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키트루다는 식도암을 비롯한 13개 적응증을 급여 신청했다. 그러나 결과는 '재논의'였다.

급여확대 신청된 다수의 적응증을 대상으로 적응증별로 의학적 타당성, 진료상 필요성 등을 우선 검토하고 입증된 적응증의 전체 재정에 대해 제약사의 재정분담안을 받아 영향을 분석해 급여기준 설정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게 심평원의 결론이다.

이와 함께 키트루다에 이어 전이성 식도암에 적응증을 획득한 옵디보도 비급여로 남아 있고, 최근 허가된 테빔브라는 아직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호정 교수(종양내과)는 "식도암 분야에서 표준치료를 넘어선 면역항암제 도입은 환자의 생존 혜택에 긍정적인 영향이 될 것"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의 접근성은 떨어지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세 약물을 비교 평가한 자료는 없지만, 모두 표준요법에 비해 환자를 개선한 만큼, 현장에서는 누가 먼저 건강보험 급여 적용되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세 약물 모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된다는 전제 하에 어떤 약물이 더 저렴해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 주느냐가 처방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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