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편평세포암 환자 대상 임상3상 SKYSCRAPER-08 연구 결과 공개
항암화학 단독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 44% 감소
식도편평세포암 표준치료 면역억제제+항암화학..."대조군의 한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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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그동안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던 TIGIT 억제제가 임상3상에 성공하면서 관심이 모인다.

주인공은 로슈의 TIGIT 억제제 티라골루맙이다. 티라골루맙은 식도편평세포암 환자 대상 임상3상에서 항암화학 단독요법에 비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4% 감소시키면서 효능을 입증했다.

다만, 대조군이 현재 식도편평세포암 표준치료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견은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티라골루맙+티쎈트릭+항암화학, 식도편평세포암서 효능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 위장암학회(ASCO GI 2024)에서 식도편평세포암 1차 치료에서 항암화학요법에 로슈 TIGIT 억제제 티라골루맙과 면역억제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을 더한 병용요법의 임상3상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식도편평세포암은 식도암 전체 환자의 80%를 차지하는 흔한 아형이다. 특히 절제가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식도편평세포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 수준으로 알려진 만큼 치료옵션 개발이 절실했던 상황이다.

SKYSCRAPER-08 연구에는 절제 불가능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식도편평세포암 환자 461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1차 치료 환경에서 티라골루맙+티쎈트릭+항암화학 병용요법군(이하 티라골루맙군)과 위약+항암화학요법군(위약군)에 1:1 비율로 무작위 배정돼 치료받았다.

1차 목표점은 독립적 검토위원회가 평가한 무진행생존(PFS)과 전체생존(OS)으로 설정했다. 주요 2차 목표점은 연구자가 평가한 PFS와 객관적 반응률(ORR), 반응지속기간(DOR) 등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티라골루맙군은 위약군에 비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4% 감소시켰다.

PFS 1차 분석을 위해 6.5개월 추적관찰한 결과, 독립적 검토위원회가 평가한 PFS 중앙값은 티라골루맙군이 6.2개월, 위약군이 5.4개월로 집계됐다(HR 0.56; 95% CI 0.45~0.70; P<0.0001).

아울러 14.5개월 추적관찰 후 OS를 최종 분석한 결과, 티라골루맙군의 OS 중앙값은 15.7개월로, 위약군 11.1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30% 낮추면서 1차 목표점을 충족했다(HR 0.70; 95% CI 0.55~0.88; P=0.0024).

주요 2차 목표점에서도 티라골루맙군은 위약군에 비해 환자 예후를 개선했다.

연구자가 평가한 PFS 중앙값은 티라골루맙군이 7.0개월로, 위약군 5.5개월 대비 길었다(HR 0.57; 95% CI 0.46~0.72). 이와 함께 ORR은 티라골루맙군이 59.7%, 위약군이 45%로 집계됐고, DOR 중앙값은 각각 7.1개월과 4.3개월로 나타났다.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모든 환자의 98.2%에서 발생했는데, 대부분 항암화학요법과 관련 있었다.

티라골루맙군에서는 면역 관련 발진(38.6%), 면역매개 감염(35.1%), 면역매개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주입 관련 반응(17.5%), 면역 관련 폐렴(7.5%) 등이 발생했다. 다만, 이 같은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모두 1~2등급이었고, 충분히 관리 가능한 것들이었다.

3~4등급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티라골루맙군에서 59.6%, 위약군에서 56.4%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티라골루맙군에서 2.6%, 위약군에서 0.9%였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예일대학 Pamela Kunz 박사는 "이번 임상3상에서 티라골루맙+티쎈트릭+항암화학 병용요법은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유지하면서 PFS와 OS를 높이는 결과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동양인에게서 희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연구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태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 67개 기관에서 환자가 모집됐다. 이처럼 아시아 환자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식도편평세포암 발병률이 아시아인에서 더 높다는 이유다.

국립대만대학교 Chin-Hung Hsu 박사는 "식도암 환자의 인구학적 통계를 고려해 이번 연구는 아시아인 인구에 초점을 맞추려고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식도편평세포암 표준치료는 면역+화학

국내 학계 "표준치료에 면역항암제 더한 '딱' 거기까지"

티라골루맙의 식도편평세포암 임상3상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했지만, 대조군을 감안하면 의문이 남는다.

현재 진행성 식도편평세포암 환자 1차 치료의 표준요법은 면역억제제와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의 병용이다. 과거 진행성 식도편평세포암 1차 치료에는 플루오로피리미딘 계열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이 진행됐다.

그러나 최근 면역억제제가 식도편평세포암으로 적응증을 넓히면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항암화학 병용요법, 옵디보(니볼루맙)+여보이(이필리무맙), 옵디보+항암화학 병용요법 등이 1차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한 상태다.

전이성 식도암 치료제로 포문을 연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다. 

키트루다는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과 항암화학 단독요법을 비교 평가한 임상3상 KEYNOTE-590 연구에서 PD-L1 발현율 10% 이상 환자의 OS와 PFS를 모두 개선했다.

키트루다군의 OS 중앙값은 13.5개월로 항암화학요군 9.4개월 대비 개선된 수치를 보이며, 사망위험을 38% 감소시켰다(HR 0.62; 95% CI 0.49-0.78; p<0.0001). PFS 중앙값 역시 키트루다군이 7.5개월, 항암화학요법군이 5.5개월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9% 줄였다(HR 0.51; 95% CI 0.41-0.65; p<0.0001).

옵디보도 항암화학요법 및 여보이와의 병용요법으로 식도암 1차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

적응증 승인은 치료 경험이 없는 절제 불가능 진행성 재발성 전이성 식도편평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과 옵디보+항암화학요법, 항암화학 단독요법을 비교 평가한 임상3상 CheckMate-648 연구가 기반이다.

연구 결과, PD-L1 발현 환자의 OS 중앙값은 옵디보+항암화학요법군이 15.4개월, 옵디보+여보이군은 13.7개월로 집계된 반면 항암화학요법군은 9.1개월에 머물렀다.

PFS 중앙값은 옵디보+항암화학요법군 6.9개월, 항암화학요법군은 4.4개월로 나타났다. 그러나 옵디보+여보이군의 PFS 중앙값은 4개월로, 항암화학요법군에 비해 낮았다.

이번 연구를 두고 국내에서는 임상적 의미가 있는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표준요법인 면역항암제에 또 다른 면역항암제를 더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결과 '딱' 거기까지라는 것이다.

성빈센트병원 안호정 교수(종양내과)는 "현재 식도편평세포암의 표준치료는 면역항암제인 만큼, 연구팀 역시 대조군을 항암화학 단독요법으로 둔 것을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PD-1 또는 PD-L1 억제제에 TIGIT 억제제를 더했다 표준요법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으로써는 SKYSCRAPER-08 연구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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