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박숙련 교수(종양내과)
"옵디보 수술 후부터 1·2차 적응증 모두 승인…국내 치료 성적 향상시킬 것"

▲서울아산병원 박숙련 교수는 "옵디보가 식도암 수술 후부터 1차, 2차 이상 치료까지 적응증을 모두 승인받았다"며 "국내 식도암 치료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박숙련 교수는 "옵디보가 식도암 수술 후부터 1차, 2차 이상 치료까지 적응증을 모두 승인받았다"며 "국내 식도암 치료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식도암은 전체 암 발생에서 비중이 크지 않지만 생존율이 낮고 예후가 불량해 치명적인 암에 속한다.

중앙암등록본부 통계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신규 발생 식도암 환자 수는 2748명으로 전체 암 발생의 약 1.1%를 차지한다. 그러나 식도암은 전 세계 암 사망률 6위를 차지하는 만큼 발생률 대비 사망률이 높다.

식도암은 기본적으로 수술적 절제로 치료하지만 수술 시 1~2년 내 재발 가능성이 크다. 또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항암방사선요법 등을 시도할 수 있지만 장기 생존율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적절한 치료 표적을 찾기 어려워 표적항암제 개발도 더딘 상황이다. 

식도암의 새로운 치료옵션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은 가운데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가 국내에서 식도암 수술 후 보조요법부터 1차 및 2차 이상 치료에 모두 사용 가능한 최초 면역항암제로 등극해 주목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박숙련 교수(종양내과)는 "옵디보가 식도암 수술 후부터 1차, 2차 이상 치료까지 적응증을 모두 승인받았다"며 "국내 식도암 치료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 식도암 치료는 어떤 과정으로 수립되고 진행되는가?

식도암 치료전략 수립 시 환자 병기, 암 진행 단계, 암 발생 위치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다. 초기 병기로 암 주변 전이 없이 점막에만 국한돼 있고 크기도 작은 경우 내시경 점막하절제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암이 식도 주변 임파선으로 전이됐거나 원발암이 근육층을 넘어 깊이 침범한 경우 수술 전 선행요법으로 항암방사선치료를 시행해 암 크기를 줄이고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표준치료다. 

다만 원격전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원발암이 경부에 위치했거나 암이 기관지, 심장, 척추, 대동맥 등을 침범한 경우에는 수술로 절제할 수 없어 수술 없이 항암방사선치료만 진행하기도 한다.

-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식도암 치료의 미충족 수요가 있다면?

치료가 가장 어려운 단계이면서 예후가 불량한 4기에 해당하는 전이성 식도암 치료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다. 그동안 4기 식도암은 세포독성항암제 중심의 전신항암제 치료를 진행했다. 정밀의학이 발전하면서 다른 암종에서는 다양한 표적항암제가 개발됐지만, 식도암에서는 임상적으로 효과를 입증한 표적항암제가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면역항암제가 식도암에서 유의한 치료효과를 입증하며 새로운 대안으로 대두됐다. 면역항암제는 식도암 2차 요법으로 먼저 도입됐다. 옵디보가 ATTRACTION-3 임상연구에서 성공을 거두며, 국내에선 2020년에 1차 치료에서 플루오로피리미딘계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 치료에 실패한 식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옵디보를 2차 이상 치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

옵디보는 식도암 2차 치료에 이어 1차 치료로서 가능성을 평가한 CheckMate-648 임상연구에서도 옵디보-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과 옵디보-여보이(이필리무맙) 병용요법 모두 세포독성항암제 단독요법보다 유의한 생존 개선 혜택을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올해 3월 국내 허가를 받으며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 식도암 치료에 면역항암제 도입이 갖는 의미는?

면역항암제 도입은 식도암 치료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식도암 특성상 고령 환자가 많고 여러 동반질환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신 상태와 영양 상태 등이 좋지 않다. 이 때문에 세포독성항암제 투약 시 메스꺼움, 구토 등 이상반응이 심하고 백혈구 수치도 감소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세포독성항암제와 달리 백혈구 수치 감소가 매우 드물어 감염 위험도가 훨씬 낮다. 또 메스꺼움, 구토 등 증상도 덜해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이상반응 관리 측면에서도 면역항암제가 세포독성항암제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환자들이 세포독성항암제로 치료받았을 때 힘겨워하는데,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으면 편하다고 이야기한다. 표적항암제가 없어 소외 암종이었던 식도암에 면역항암제가 도입되면서 비로소 새로운 희망이 시작됐다.

- 1차 치료로 옵디보 사용 시 두 가지 병용요법을 진행할 수 있다. 각 병용요법의 장점과 환자별 시행해야 할 병용요법은 무엇인지?

옵디보-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은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 장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치료요법이다. 

세포독성항암제로 종양 크기를 빠르게 줄일 수 있고, 이렇게 암세포가 죽으면서 나오는 암 항원들을 내부 면역시스템이 인지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도록 유도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포독성항암제가 치료 초기 단계에서는 효과가 높지만 치료 반응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데, 면역항암제를 병용함으로써 효과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세포독성항암제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식도암 환자는 주요 위험요인 중 하나인 음주 때문에 간경화를 동반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비장이 커지면서 백혈구와 혈소판을 파괴해 수치가 크게 감소한다. 세포독성항암제는 백혈구, 혈소판 수치를 떨어뜨리기에 처음부터 혈구 수치가 많이 낮은 환자는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하지 못한다. 이러한 식도암 환자에게는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 식도암 환자를 위해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발생률이 높은 5대 암종과 달리 식도암은 치료옵션이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진행성 및 전이성 식도암 치료를 위해 도입된 면역항암제만 하더라도 비급여인 상황이다. 식도암처럼 환자 수가 적고 다른 치료옵션이 없는 질환일수록 건강보험급여 적용 등 제도적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으로 더 좋은 치료옵션을 선택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식도암 환자와 보호자의 치료 과정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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