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안호정 교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호정 교수(종양내과) 절제 불가능 전이성 식도암 환자의 치료기회 보장을 위해 키트루다의 건강보험 급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호정 교수(종양내과) 절제 불가능 전이성 식도암 환자의 치료기회 보장을 위해 키트루다의 건강보험 급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식도암은 2020년 기준 국내 10위권에 포함되지 않는, 상대적으로 발병 빈도가 낮은 암종이다.

그러나 식도는 다른 장기와 달리 외벽을 둘러싸는 장막이 없어 암이 주변 장기로 침윤해 폐, 간, 람프절 등으로 빠르게 전이된다. 대부분 환자가 진행성 단계에서 진단받는 이유다.

때문에 원격전이된 식도암의 5년 생존율은 환자 10명 중 1명도 5년을 살기 어려울 만큼 매우 낮다. 전이성 췌장암이나 담도암 5년 생존율보다 조금 높은 수치지만, 치명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MSD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임상3상 KEYNOTE-590 연구에서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을 통해 식도암 1차 치료에서 유효성을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면역항암제가 건강보험 급여 혜택에서 소외되면서 환자의 미충족 수요는 커지는 상황.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호정 교수(종양내과)는 식도암 환자들은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서 키트루다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속한 건강보험 급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식도암의 표준치료는 항암화학요법이다. 다른 암종에 비해 치료옵션이 부족한 이유가 무엇인가.

식도암의 가장 큰 미충족 수요는 치료옵션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항암화학요법 두세가지를 사용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었다.

더욱이 절제 불가능 전이성 식도암 1차 치료에서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한 면역항암제가 국내에 허가됐음에도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실제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환자들은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키트루다+항암화학 병용요법을 전이성 식도암 1차 치료에 우선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보인 임상적 유효성은 어땠나.

미국과 한국 모두 PD-L1 발현율 10 이상인 절제 불가능 전이성 식도암 환자의 1차 치료는 키트루다+항암화학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허가 기반인 임상3상 KEYNOTE-590 연구 결과, 키트루다+항암화학 병용요법은 항암화학 단독요법 대비 우월한 치료 효과와 관리 가능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특히 장기추적관찰 결과, 국내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식도편평상피세포암이면서 PD-L1 발현율이 10 이상인 환자에서 전체생존(OS) 중앙값은 13.9개월로, 항암화학 단독요법 8.8개월보다 사망 위험을 41% 낮췄다.

- 키트루다+항암화학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의 실제 피드백은 어떤가.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더라도 항암화학 단독요법에 비해 이상반응 측면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다만, 피로나 식욕저하 등이 약간 높게 보고됐고 폐렴, 갑상선염 등 면역관련 이상반응도 높았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았고, 치명적인 경우도 드물었다.

- 식도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

면역항암제가 많은 암종에 적응증이 걸쳐있다보니 환자 수가 많고, 발병 빈도가 높으면서 미충족 수요가 큰 암종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식도암은 암 발병 순위 10위에도 들지 못하는 비교적 희귀한 암종이지만, 환자의 미충족 수요가 큰 만큼 빠른 건강보험 급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키트루다는 진행성 전이성 식도암 1차 치료에서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폐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유효성을 확인한 면역항암제지만, 그 중에서도 식도암 데이터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식도암에서 건강보험 급여 적용된다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지난달 열린 미국암학회(AACR)-대한암학회(KCA)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진행했다. 어떤 내용이었나.

키트루다는 그동아나 식도, 위 등 소화기 계통 암에서는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KEYNOTE-590 연구에서 절제 불가능 전이성 식도암 1차 치료에서 표준치료 대비 OS, 무진행생존(PFS), 객관적 반응률(ORR)에서 개선을 보여줬다.

특히 최근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3)에서 KEYNOTE-811 연구 결과가 공개되며 위암 등 다양한 소화기암종에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이 연구는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2(HER2) 양성 진행성 위암 또는 위식도접합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치료로 키트루다+트라스투주맙+항암화학 병용요법을 트라스투주맙+항암화학 병용요법과 비교 평가했다.

HER2 음성 위암은 이미 여러 연구가 발표됐지만, HER2 양성 위암에서는 면역항암제의 역할을 입증한 최초의 연구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HER2 양성 위암 치료 가이드라인이 13년 만에 바뀌는 계기가 됐다.

- 급여 적용을 기다리는 전이성 식도암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다.

식도암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식이'와 직결돼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장기 특성상 종양이 주변 기관으로 침범해 치명적인 손상을 미친다.

수십년 동안 새로운 치료옵션이 없는 상황에서 키트루다+항암화학 병용요법을 환자들에게 권유하지만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고사하는 상황이다. 효과를 입증한 약물이 환자에게 실제 도달하기 위해 건강보험 급여 확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자들에게는 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다. 기존에 식도암 4기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평균 생존기간이 이제야 막 1년을 넘어섰다. 

효과가 입증된 우수한 약물이 허가되면 의료진은 환자에게 마음 편하게 치료를 권할 수 있고, 환자도 마음껏 치료받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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