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식 손해사정사, 보험사 남용되는 제3자 의료자문 적절한 관리 필요
의료진, 본연 업무인 환자치료 집중 어렵고 의료 질 저하 연결 우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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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치료에 대한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지연 및 거절에 따른 보험금 청구 분쟁이 증가되고 있다.

특히, 백내장, 전립선 비대증, 하지정맥 치료에 대한 보험사들의 보험금 분쟁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적합한 진단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제3자 의료자문이라는 형식을 통해 부당한 치료 혹은 과잉 치료라며 소비자들에게 보험금 지급을 지연 또는 거절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본지는 비급여 시장에서 보험사들의 의료자문 남용 실태를 손해사정사 및 의료진 인터뷰를 통해 환자 치료의 선택권이 제한받고 있는 실정을 짚어봤다.

본지는 성지손해사정 정인식 대표손해사정사와 환자 권리 침해로 이어지고 있는 제3자 의료자문 실태에 대해 들어봤다.

- 비급여 진료과목들의 보험금 지급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그동안 보험 약관을 적용하는 실무 관행은 합리적으로 정착됐는데, 최근 보험사가 약관상 절차를 무리하게 해석하며, 지출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보험사는 예전에 비해 낮아진 수익률이 손해라고 보는 입장이다 보니 재정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들을 따지고, 회계 기준 변화도 현재의 상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진단과 치료는 의사의 고유 영역인데, 의료자문을 통해 이견을 만들어 정당한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의료자문과 제3자 의료자문의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 또는 손해사정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의료법 제3조에 따른 전문의 또는 이에 준하는 경력이 있는 자에 대해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행위다.

의료자문 표준내부통제 기준 제10조를 보면 담당의사가 소견을 거부할 경우 환자 동의 하에 의료자문을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19조를 보면 의료자문 결과에 대한 피해구제절차에서 제3자 의료자문이 나온다. 즉 의료자문과 제3자 의료자문은 서로 독립적이다. 의료자문은 소비자가 동의를 안 해도 되는 것이다.

소비자가 동의를 안 할 경우 피해자 구제 목적으로 제3자 의료자문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처음부터 의료자문과 제3자 의료자문을 묶어 의료자문을 받고 있다.

- 조금 더 구체적 설명해 달라.

1차 의료자문은 소비자 본인이 치료한 주치의 병의원에서 받아야 한다. 제3자 의료자문은 1차 의료자문에 이견 발생했을 때 보험사와 소비자가 함께 의료기관을 정해서 받을 수 있다.

제3자 의료자문은 보험사들이 환자가 제출한 자료나 환자가 진료받은 의사의 진료 내용을 믿을 수 없어 따로 자문을 통해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의료자문과 제3자 의료자문 동의서를 환자에게 한번에 받는 경우가 있다.

표준내부통제기준 제3조를 보면 의료자문 결과만 갖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연하지 않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의료자문을 통해 지급 거절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 보험금 지금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 달라.

최슨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전립선 비대증이다. 예전에는 비대해진 전립선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치료했다. 부작용도 많고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철사로 붙은 부위의 간격을 벌려 놓고 고정시키는 결찰술 방법으로 치료 트랜드가 변화됐다.

일명 유로리프트. 부작용도 적고 환자 만족도도 높다. 다만 비급여 항목이다 보니 보험사에서 의료자문을 빌미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제3자 의료자문은 대학병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유로리프트는 대학병원에서 거의 시술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 2차 병원, 일반 비뇨의학과 의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의료자문을 받게 되면 다른 의견이 나와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 

그 외 여성 자궁 근종이나 하이푸 시술 케이스가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백내장 수술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성지손해사정 정인식 대표손해사정사.
성지손해사정 정인식 대표손해사정사.

- 비급여 금액이 큰 항목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 거절 사례는 많은가?

꼭 실손보험이 아니더라도 거절되는 사례가 많다. 기존에는 장애 보험부터 지급 거절 사례가 있었다. 장애의 적정성에 대한 부분을 가지고 다툼을 하다가 어느정도 정리됐다.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은 보장이나 보험금 금액이 더 커졌다. 진단 적정성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다툼이 더 많아졌다.

심뇌혈관질환은 의료자문이 항상 필요한 구졸 뇌혈관, 심혈관이 의료자문에 대한 부분에서 가장 심하고, 그 다음이 실손보험이다. 실손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많은 소비자들이 대상이다 보니 이슈가 되지만, 규모나 금액으로 따지면 진단비 쪽이 훨씬 큰 상황이다.

- 의학적 판단인 진단에 대해 의견이 나눠질 수 있나?

보험사는 보험 약관에 따라 규정대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의학적인 부분이 가미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술에 대한 정의다. 하지정맥류 의료용 접합제 치료는 시술이라고 표현하지만, 보험 관점에서 보면 그냥 수술로 볼 수 있다.

수술의 정의를 보면 생체 의료기구를 이용해 조작을 하는 행위가 수술 정의 핵심 키워드다. 보험사는 전통 방식의 절제·절단만 고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판단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정맥류 의료용 접합제 치료도 수술의 정의에 부합이 되는 것이 맞고, 그 판단은 의사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법원으로 갔을 때 수술의 적정성에 대한 부분들은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나?

문제는 수술이 필요한가?이다. 과도한 수술인지 여부다. 치료 적정성은 의사의 영역이라 함부로 건들 수 없고, 보험사가 따져 볼 수 있는 것은 통원 또는 입원에 대한 부분이다. 특히 입원 적정성에 대해 보험사들이 문제를 삼고 있다.

최근 백내장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입원 적정성을 가지고 보험사가 승소했다. 그 이유는 백내장 수술을 받고 환자가 입원을 했는데 입원실이 없는 곳이었다. 안과는 보통 입원실이 없는 곳이 많다. 2~3시간이면 회복돼 잠깐 회복실에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백내장 관련 2차전이 붙고 있다. 당시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하급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입원 여부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로 변화되고 있다. 기존에 6시간 낮병동 제도에 의해 입원을 인정했다고 하면, 지금 나오는 판결들의 요지는 꼭 시간적인 부분에 구애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사가 곁에 두고 관찰을 요하는 상황이면 그것으로 입원으로 볼 수 있다는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부분을 유의해서 보험금 청구해야 하는지, 의료자문 동의 요청을 받은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보험약관의 내용에 최대한 근거해 정당한 치료 청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험사가 서면으로 들고 온 것에  대해서만 동의해 주는 것이 좋다. 의료자문은 본인이 치료받은 주치의한테 자문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서면에 의한 조사 요청에만 동의하겠다는 표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1차 의료자문 시 환자 본인이 주치의를 만날 때는 보험사 직원과 함께 가는 것을 권장한다.

또, 의료자문과 제3자 의료자문을 구분해 동의나 그 외의 절차가 진행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제3자 의료자문은 선택조항이다. 동의 여부는 소비자의 권한이며, 동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사유는 안된다.

- 보험금 지급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방법은 무엇인가?
보험금 지급 분쟁은 환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여러 주체들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의료자문의 폐해들을 의학회 내에서 세미나 등을 통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의료자문을 요청받는 대학병원 교수님들도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치료효과와 환자 만족도를 고려해 최신정보 및 통계치 등 근거를 가지고 한 번 더 판단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소비자들도 보험금은 본인이 아는 만큼 받을 수 있다. 본인이 가입한 보험에 대해 알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단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회 산하 의료자문위원단 구성과 진단·치료 가이드라인 필요

한편, 보험사의 의료자문 남용으로 환자의 치료가 지연되거나 제한됐던 경험을 가진 의료진들은 자괴감이 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A 의사는 "보험사로부터 의료자문을 요청받거나 치료한 환자 소견에 반박하는 내용을 전달받았을 때 의사로서 혼란스럽고, 자괴감이 든다"며 "의료진의 판단 하에 적합한 방식으로 치료했지만 부당한 치료나 과한 치료를 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면 마치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의 치료 경험, 환자의 증상, 불편함 보다는 보험금 지급 요건에 해당되는 수치 등을 먼저 따져 보게 된다"고 씁쓸해 했다.

A 의사는 보험사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많다며, 해당 업무만 보조하는 직원을 둬야 할 정도로 행정업무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본연의 업무인 환자 치료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결국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며 "의료의 질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정맥을 전공한 B 의사는 의료자문제도가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B 의사는 "의료자문제도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의료자문제도가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행 의료자문제도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B 의사의 평가다.

B 의사는 "담당의사 소견과 보험사의 입장에 이견이 있을 경우 제3자 의료자문을 진행하며, 이 때 주로 3차 의료기관에 있는 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며 "의료자문은 해당 질환 및 치료에 대한 그 의사의 경험, 의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소견이 나온다"고 말했다.

해당 치료 및 시술법이 1, 2차 의료기관 위주로 이뤄지고 3차 의료기관에서는 경험이 많지 않다면 의료자문의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B 의사는 "하지정맥에 대한 보험사 의료자문 남용 문제는 대한정맥학회 등 유관기관에 의료자문위원단을 구성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를 통해 실손보험 가입자인 국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및 유럽에는 하지정맥류 진단과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다"며 "한국도 2012년 대한정맥학회에서 만든 하지정맥류 진단, 치료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가이드라인이 여전히 업데이트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B 의사는 "진단에 중요한 초음파 진단 가이드라인은 최근 발표되면서 그동안 이유가 됐던 진단 문제는 해결됐다"며 "내년 쯤에는 치료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진단과 치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치료받는 환자, 의사 그리고 보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B 의사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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