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정무위 법안소위 의결
중계기관 보험개발원 선정 두고 ‘시끌’
저지 활동 나선 의료계·시민계…후폭풍 ‘주목’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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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두고 정치권의 고민이 커지는 모양새다.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 때문이다.

지난 5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제1법안소위원회서 간소화 법안(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가 있은지 14년 만이다.

의료계가 발끈한 포인트는 청구 중계기관으로 보험개발원이 선정됐다는 것이다. 당초 정치권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계기관으로 선정하려고 했으나 환자 진료내역이 남용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에 보험개발원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보험개발원도 ‘차선’이 되지는 못했다. 보험회사가 출자해 설립한 기관이므로 공공성이 담보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당초 의료계에서 요구한 내용은 의원에서 개별적으로 차트를 이용해 보험료를 청구하게끔 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지난 5월 1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 보험사 배만 불리는 정책”이라며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민간 보험사로 넘어간 국민의 개인 진료 내역이 추후 중증 환자에게 보험금을 미지급할 명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민 편의성 위한 법안이라지만
중환자들 일제히 반대

무상의료운동본부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15일 국회 앞에서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15일 국회 앞에서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정치권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편의성 확보다.

국민의힘은 정책위원회 성일종 의장은 지난 1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대다수인 4000만명이 실손보험에 가입했지만 불편한 청구 시스템 탓에 소액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상황”이라며 “의료계가 이를 거부한다면 입법으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를 주축으로 한 시민단체에서 간소화 법안 통과를 꾸준히 촉구해왔다.

그러나 소비자 전체의 의견은 아니다. 중증환자 단체인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와 한국루게릭연맹, 한국폐섬유화증환우회,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자모임은 성명서를 통해 “법안 통과 시 실손 보험사는 고액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며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즉, 소액 보험금의 지급률은 높아지지만, 고액 보험금은 이들의 축적된 의료 정보를 근거로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많은 수의 환자가 약관 등의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해 보험사와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 국민의 편의성을 위해서라는 주장에도 즉각 반박했다. 2018년 보험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실손보험 미청구 이유는 소액이어서(90.6%)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번거로워서(5.4%)는 한참 적었다.

 

의사들, 결사 반대 ‘확고’…일부 파업 의견도

의료계도 본격적인 저지 활동에 나섰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15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들의 권익이 침해받고 의사들의 진료권도 침해받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거대 보험사의 로비에 국회가 이용당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재벌 보험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국민을 불행하게 할 수 있어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여기에 더해 실손공보험화저지연대를 발족했다. 과를 막론하고 뜻이 맞는 의사들과 함께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저지연대에 동참하기로 한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그 어떤 중계기관의 개입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충분히 각 의원에서 차트를 이용해 개별적으로 자료를 보낼 수 있는데 보험사가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떻게 저지 활동에 나설지 의사들끼리 합의된 바는 없지만, 대부분이 결사를 반대하는 상황”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 개인적으로는 파업을 비롯한 모든 카드를 동원해서라도 법안 제정을 막을 것”이라며 “그만큼 필사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여야의 의지가 강한 가운데, 의료계 인사들의 반발도 심상치 않아 후폭풍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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