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센다, 사입가 만원 이상 뛰어...마진 눈치보는 약국들
한 달 최소 20~30만원 비용 소모...환자 부담도 덩달아 증가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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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비급여로 판매되는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 등 일부 비만치료제들의 가격 논쟁이 여전히 뜨겁다. 

삭센다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 계열 비만치료제다. 삭센다가 탄생하기 전 GLP-1 제제는 주로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강하 효과를 내는 항당뇨병제로 사용돼 왔다.

노보 노디스크는 항당뇨병제인 리라글루타이드(제품명 빅토자) 임상 도중 환자 체중이 감량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에 리라글루타이드 용량을 변경해 GLP-1 제제 비만치료제인 삭센다 개발에 성공했다.

삭센다는 201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17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승인받았다. 

특히 삭센다는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리얼 월드 연구 결과에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6개월 추적관찰 결과, 삭센다는 평균 5.9% 체중을 줄였다. 

삭센다는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여 2020년 FDA로부터 소아청소년 비만 적응증을 획득한 데 이어 2021년 국내에서도 허가받았다.

이처럼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로 인해 삭센다는 출시 후부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점유율 및 매출 1위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삭센다는 지난해 매출 589억원을 올렸다. 

 

삭센다, 큐시미아 대비 1달 가격 2배 차이...환자 부담 

삭센다의 체중 감량 효과는 뛰어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삭센다 처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삭센다는 하루 한 번 초기 0.6mg 투여 후 일주일 간격으로 0.6mg씩 증량하는 것이다. 최대 투여용량은 3.0mg으로 이후 같은 용량으로 유지요법을 시행한다.

삭센다는 한 펜에 3mL로(리라글루타이드 18mg) 구성돼 있다. 이에 초기 0.6mg 투여 시에는 환자가 한달을 사용할 수 있지만 용량을 증가하게 되면 한 달에 2펜 이상 필요한 상황이다. 

판매처마다 상이하지만 삭센다의 1펜의 소비자가는 10~11만원으로 형성돼 있어 1개월 동안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최소 20~30만원 이상이다.  

다른 비만치료제와 비교하면 어떨까. 국내 허가된 비만치료제에는 삭센다 외에도 경구제인 큐시미아(펜타민/토피라메이트), 삭센다와 같은 GLP-1 제제이지만 성분이 다른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등이 있다.

위고비는 현재 국내서 유통되지 않아 직접 비교가 어렵지만, 큐시미아로 비교했을 때도 삭센다의 가격은 높은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1일 1회 복용하는 큐시미아는 1달치(한통) 12만원. 한 알에 5000원에 주로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 부담이 높다고 알려진 비급여 탈모치료제와 비교해도 삭센다의 가격은 매우 높다.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 등 탈모치료제는 약국마다 상이하지만 1개월치 비용이 7~8만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이에 삭센다의 사입가가 오르자 약국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발사인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5월 삭센다의 가격을 15%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 약사는 “1달에 6만 7000원에 들어오던 삭센다의 사입가가 만원 이상 증가했다”며 “사입가가 오르면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된다. 환자에게 약제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해도 약국이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토로했다.  

또 일부 약국에서는 삭센다의 마진을 줄여 사입가와 차이가 나지 않는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해 약국 사이에서도 마진 눈치가 치열한 상황이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 약사는 “약국은 마진율로 가격을 정하다 보니까 사입가가 만원 올랐다고 만원만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마진을 포기하고 판매하는 약국들도 있어 눈치가 치열하다”며 “비급여라 약국마다 가격차가 커지게 되고,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항의도 빗발치게 된다. 매출이 커 세금은 많이 나오지만 남는 건 없어 취급하지 않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A 교수는 “비만치료제의 가격이 천정부지 올라가도 소비는 줄지 않을 것”이라며 “당뇨병 약제는 보험급여권 내에 있는 경우가 많아, 자기부담금이 조금만 높아져도 환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 다만, 비만치료제나 건강기능식품 등은 비급여임에도 환자들이 돈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만치료제가 체중 감량 효과는 높으나 투여 중단 후 관리하지 않으면 다시 체중이 불어나게 된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선 생활습관 교정이나 식이요법들이 동반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삭센다는 현재 자살 충동 이상반응 논란에 휩싸여 있다. 유럽의약품청(EMA) 안전위원회는 아이슬란드 의약품청으로부터 삭센다와 항당뇨병제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 투여 환자로부터 자살 또는 자해 충동 이상반응 2건을 보고받고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식약처도 현재 조사 중이며 개발사가 제출한 자료, 국외 조치현황, 국내 이상사례 모니터링 등을 검토해 필요 조치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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