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학회 중심 다학제 위원회, '통풍 관리 위한 한국 가이드라인' 마련
통풍 발작 관리 위한 항염증제 및 요산저하제 사용 기준 명확히 제시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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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한국 환자에 맞는 통풍 치료 지침이 마련됨에 따라 임상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치료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에 발표된 지침은 그간 기준이 명확치 않았던 통풍 발작 시 항염증제 사용 기준과 발작 시 요산저하치료 시행 여부 등과 관련해 길잡이가 될 전망이다.

한국 통풍 환자 위한 첫 가이드라인 발표

지난달 31일 대한내과학회지에는 국내 류마티스내과와 신장내과 의료진 등 다학제 위원회가 개발한 통풍 관리를 위한 한국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KJIM 2023;38(5):641-650).

통풍은 염증성 관절염의 가장 흔한 형태로, 퓨린 대사 이상이나 신장 요산 배설 감소로 인한 고요산혈증으로 인해 발생한다. 최근 인구 고령화와 식습관 변화로 인해 통풍과 고요산혈증의 유병률이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역시 2002년 대비 2021년 통풍 환자수가 2배 이상 늘어나며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통풍 관리를 위한 지침이 없어 이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미국류마티스학회(ACR)와 유럽 류마티스 방지 연맹(EULAR) 등 해외 학회가 만든 통풍 진단 및 관리 지침이 있으나, 한국인과 서양인의 생활 방식 차이가 커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급성 통풍 발작 시 요산저하치료(ULT)에 관해서도 정해진 바가 없어 임상의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한류마티스학회 통풍 연구 그룹을 중심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는 류마티스내과, 신장내과, 심장내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참여 하에 이번 지침을 만들었다. 

지침은 KCR, 대한신장학회, 대한내분비학회, 대한고혈압학회,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가정의학과의 승인을 받았다. 향후 일차 진료소를 포함한 병원에 배포해 진료에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통풍 발작 관리 위한 항염증제 사용 기준 제시

지침은 통풍 발작 관리를 위한 항염증제 사용과 관련해 1차 치료법으로 NSAID, 콜히친 또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조건부 권고했다. 

이들 약제의 효과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선택 기준은 효과가 아닌 부작용에 대한 환자 위험 요인이나 의사 선호도에 따라 결정하도록 했다. 

급성 통풍 발작 기간에 대한 NSAID와 경구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는 없다. 그러나 RCT에 준하는 연구에서 인도메타신 50mg과 트리암시놀론 아세토니드 60mg의 근육 주사의 효과 미 안정성은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7일간 8시간마다 나프록센 250mg 복용과 4일간 8시간마다 콜히친 500mg 복용을 비교한 RCT에서 통증 해소에 걸리는 시간은 각각 5일, 6일이었다. 

부작용 측면에서는 NSAID에 비해 전신 코르티코 스테로이드의 소화불량, 메스꺼움, 구토에 대한 상대적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구용 나프록센과 비교해 경구용 콜히친 복용이 설사 및 두통 부작용 비율이 높았다. 

지침은 "증거에 따르면 급성 통풍성 관절염 치료에 대한 NSAID, 콜히친 및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임상적 효과에는 차이가 없었다"며 "안전성은 전신 코르티코스테로이드가 가장 높았고 NSAID가 그 뒤, 콜히친의 안전성이 가장 낮았다. 따라서 특정 항염증제의 선택은 환자 개개인의 위험 요인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요산저하제 치료, 발작 악화에 큰 영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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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이 분분했던 급성 발작 중 ULT 시작과 관련해서는 통풍 발작 동안 ULT와 항염증제를 병용 투여하도록 조건부 권장했다. 

기존에는 통풍 발작 중 ULT를 시작하면 발작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더불어 혈중 요산염 수치를 빠르게 낮추는 것보다 발작을 먼저 완전히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5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발작 중에 ULT를 시작하면 발작의 기간과 심각도가 악화되는지 여부를 분석한 결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지침은 이를 바탕으로 "증거에 따르면 발적 발생 중 ULT를 시작해도 기존 통풍 발작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며 "발작 발생 중에 항염증제와 함께 ULT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증거의 등급이 낮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증거를 얻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침은 이밖에도 ULT 시작 시 예방요법으로 콜히친을 병용 투여하는 것을 조건부로 권장했다. ULT 시작으로 혈청 요산염 수준이 급격하게 감소할 경우 급성 발적이 발생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예방을 위한 항염증제를 병용 처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장 사항은 콜히친을 사용한 3개의 RCT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모든 종류의 항염증제를 권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ULT를 받는 모든 통풍 환자의 혈청 요산염 농도를 6mg/dL로 유지 △통풍 재발 방지를 위해 ULT를 무기한 지속 △만성 결절성 통풍에서 개별 환자의 위험/이익에 따라 잔틴 산화효소 억제제(XOI) 또는 요산배출제 선택할 것을 조건부 권장했다. 또 △ULT가 금기사항이 아닌 모든 통풍 환자에게 이를 강력히 권장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 개발을 총괄한 한림대 성심병원 김현아 교수(류마티스내과)는 "식습관과 음주 문화 등이 서구와 다른 한국인에게 맞는 치료 지침이 필요했다"며 "이전 가이드라인을 참조하지 않고 새로 제정한 것으로, 발작 시 요산강하제 사용 여부, 급성 통풍 발작에서 사용되는 항염제의 기준 등을 정했다"고 의미를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데이터가 서구의 임상 연구에서 도출돼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고유한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며 "추후 임상 연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가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무증상 고요산혈증 환자에서 요산 강하제의 필요성, 통풍 환자에서 요산 강하제를 시작하는 기준 등은 아직 서구에서도 데이터가 부족해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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