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병상수급 기본 시책 발표했지만 사후약방문 평가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료원 등 주요 대학병원이 수도권에 분원하는 것은 의료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탐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길병원, 인하대병원 등의 분원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면 오는 2027년에 서울·경기권에 총 6600병상이 만들어진다. 이 지역 개원가는 물론 중소병원과 종합병원들에겐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인천광역시의료원 조승연 원장은 대학병원들의 수도권 분원 설립 계획을 모두 싸잡아 비난할 수 없지만, 분원의 시작에는 탐욕이 놓여 있다고 꼬집었다. 

조 원장은 "인하대병원은 병원이 너무 낡고 좁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고, 서울대병원은 정치적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또 서울아산병원과 길병원 등은 공공부지 등에 관심이 생겼을 것"이라며 "대부분 대학병원이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유를 모두 들어주다 보면 의료계는 '재앙'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대학병원들은 병원에 몰려오는 환자들을 다른 지역에서 그 대학병원 이름으로 진료하기 위해 분원을 결정했을 것이다. 이 현상은 욕심 또는 탐욕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학병원의 욕심은 어디까지?

모 의대 교수도 대학병원의 분원 결정은 의료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병원 경영진은 분원으로 병상을 확장할 수 있는 '막차'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대학병원 분원이 들어서는 지역의 중소병원이나 종합병원 등이 어떻게 될지는 대학병원의 고려사항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학병원의 탐욕은 의료생태계를 엉망으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대학병원들이 수도권에 분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코로나19(COVID-19)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병상관리에 신경쓸 여력이 없는 사이 대학병원들은 과감하게 분원을 진행했을 것이란 얘기였다.

그는 "대학병원은 코로나를 핑계로 정부에 로비했고, 정부는 코로나를 핑계로 적극적 병상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들의 수도원 분원을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오는 2027년 개원 또는 완공을 계획하는 대학병원들의 분원 계획을 이번 복지부 발표로는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모 의대 교수는 "정부의 이번 발표는 사후약방문이다"라고 진단했다. 대학병원들의 분원 계획을 막을 수 없을 뿐더러 법적으로도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문케어 때문?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대학병원들이 분원을 결정한 근원에 문케어가 있다고 분석했다. 

문케어로 상급종합병원에 환자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학병원 매출이 급증했고, 이로 인해 분원을 꿈꿀 수밖에 없게 됐다는 해석이다. 

우 소장은 "문정부 당시 일부 인사들의 주장으로 대학병원에 환자가 몰리고, 대학병원은 많은 돈을 벌게 되고, 결국 분원이 필요하게 됐다. 또 분원으로 인해 의사 인력이 더 필요해 의대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정부에서는 의료 비용 등에는 관심 없고 표를 얻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복지부도 재정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입을 닫고 있었을 것"이라며 "의료정책연구소에서도 당시 건강보험 붕괴 문제를 여러 번 제기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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