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i 치료제 '질레베시란' 임상1상 결과 NEJM 발표
단회 투여 후 24주 결과, 혈압 감소 효과 지속
나진오 교수 "기존 항고혈압제 대체해 약제 종류 및 개수 줄일 수 있을 것"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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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6개월에 한 번 주사하는 항고혈압제 시대가 열릴지 관심이 모인다.

장기간 혈압 강하 효과를 확인한 주인공은 미국 앨나일람 제약사가 개발한 RNA간섭(RNAi) 치료제 질레베시란(ALN-AGT01)이다.

고혈압 환자 대상 임상1상 결과, 질레베시란 단회 투여만으로 혈압 감소 효과가 24주 동안 지속됐다.

사람 대상으로 처음 진행된 질레베시란 임상1상 결과는 NEJM 7월호에 실렸다(N Engl J Med 2023;389:228~238).

 

질레베시란 200mg 이상 단회 주사 시 혈압 강하 효과 24주 지속

질레베시란은 작용 시간이 긴 RNAi 치료제로, 간에서 안지오텐시노겐 합성을 억제한다. 안지오텐시노겐은 안지오텐신 펩티드의 유일한 전구체로 고혈압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국 4곳 지역에서 시행된 이번 임상1상에는 중증 동반질환이 없는 65세 이하 고혈압 환자 107명이 모집됐다. 평균 나이는 53.5세였고 62%가 남성이었다. 

임상1상은 파트A, B, E로 나눠 진행됐다. 파트A에서는 고혈압 환자를 질레베시란 10, 25, 50, 100, 200, 400 또는 800mg 단회 피하주사군(질레베시란군, 56명)과 위약군(28명)에 무작위 배정해 24주 동안 추적관찰했다.

파트B에서는 저염식 또는 고염식 상황에서 질레베시란 800mg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질레베시란 800mg 피하주사군은 8명, 위약군은 4명이었다. 

파트E에서는 고혈압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질레베시란과 안지오텐신II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 약제 이르베사르탄 병용 효과를 평가했다. 질레베시란 800mg을 피하주사하고 6주차 외래 수축기혈압이 지속적으로 120mmHg 이상인 고혈압 환자 10명에게 이르베사르탄 300mg을 2주 동안 매일 복용하게 하는 추가치료를 했다. 이 외에는 질레베시란 800mg 단독요법을 진행했다. 

파트A 결과, 질레베시란 단회 피하주사만으로 혈압 강하 효과가 24주 동안 지속됐다. 혈압 강하 효과는 용량 의존적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질레베시란 200mg 이상 투여 시 수축기혈압이 10mmHg 이상, 이완기혈압이 5mmHg 이상 감소했다. 이와 함께 안지오텐시노겐 수치도 줄었다.

구체적으로 8주차 수축기/이완기혈압은 위약군이 1.1/0.5mmHg 증가했다. 이와 비교해 질레베시란 200mg군(7명)은 -10.9/-7.9mmHg, 400mg군(8명)은 -10.4/-5.6mmHg, 800mg군(8명)은 -16.8/-9.0mmHg 변화가 나타났다. 

24주차에도 질레베시란 200mg군(6명)은 -12.5/-5.7mmHg, 400mg군(8명)은 -9.3/-5.4mmHg, 800mg군(8명)은 -22.5/-10.8mmHg 변화를 보여, 질레베시란 단회 투여만으로 혈압 강하 효과가 장기간 지속됨을 확인했다.

아울러 파트B에서는 고염식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됐고, 파트E에서는 이르베사르탄 병용요법을 통해 혈압 강하 효과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질레베시란만 피하주사한 군과 비교했을 때 병용요법은 8주차 평균 혈압이 6.3/3.0mmHg 감소했다. 

이상반응은 질레베시란군 72%, 위약군 88%에서 발생했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두통(질레베시란군 19% vs 위약군 44%), 주사부위반응(6% vs 0%), 상부 호흡기 감염(5% vs 9%) 등이었고 대부분 경도 또는 중등도였다.

저혈압, 고칼륨혈증 또는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신기능 악화는 양 군 모두 보고되지 않았다. 아울러 사망이나 계획되지 않은 입원 사례는 없었다. 

 

新항고혈압제 가능성 확인…기존 약제 대체할 수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연구는 수개월에 한 번 주사해 혈압을 조절하는 항고혈압제 시대가 열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Akshay Desai 박사는 "질레베시란 200mg 이상 용량으로 단회 피하주사 이후 24시간 활동혈압 및 혈청 안지오텐시노겐 수치가 용량 의존적으로 감소했고 최대 24주 유지됐다"며 "이 같은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예비 데이터는 항고혈압제로서 질레베시란을 분기별 1회 또는 연 2회 투여하는 치료에 대한 추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학 헬스센터 Rhian Touyz 박사는 논평을 통해 "RNAi 치료제가 간에서 안지오텐시노겐 합성을 억제하는 레닌 안지오텐신계를 표적한 새로운 수단으로 여겨진다. 특이적이면서 지속적인 혈압 강하 효과를 이끈다"며 "질레베시란이 새로운 항고혈압제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심장 및 신장질환 등 레닌-안지오텐신계 활성화와 연관된 질환에도 치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적 혈압 조절을 막는 요인에는 순응도 저하, 여러 항고혈압제 투약, 건강한 생활습관 진행 어려움, 건강 불균형, 의료진 무관심 등이 있다"며 "RNAi 치료제는 수 개월에 한 번 주사하기에 순응도 저하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질레베시란의 혈압 조절 효과는 하루를 넘어 최대 6개월까지 지속돼, 임상에 도입된다면 혈압 조절률을 개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고대 구로병원 나진오 교수(순환기내과, 대한고혈압학회 재무이사)는 "기존 항고혈압제는 매일 1~2회 먹어야 하고 하루 동안 혈압 변동 폭이 나타난다"며 "반면 질레베시란은 한 번 피하주사하면 효과가 하루를 넘어 6개월까지 지속돼 일중 혈압 변동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질레베시란이 임상에 도입된다면 고혈압 환자는 매일 항고혈압제를 먹지 않아도 돼 기존 먹는 항고혈압제를 상당히 대체할 것이다. 고혈압 환자가 복용하는 항고혈압제 종류 및 개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혈압 조절률을 개선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RNAi 치료제는 비싸, 널리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KARDIA-1·2 임상2상 진행 중…2025년 종료 예정

앨나일람-로슈, 질레베시란 공동 개발 파트너십 체결

질레베시란은 아직 임상1상만 이뤄졌기에 임상 도입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앨나일람은 더 많은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질레베시란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KARDIA-1 및 KARDIA-2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KARDIA-1은 경도~중등도 고혈압 환자 394명 모집을 목표로 한다. 전체 참가자는 12개월 이중맹검 치료 기간 중 초기 치료로 위약 또는 질레베시란을 투여받는다.

이어 위약군은 6개월째에 4가지 용량의 질레베시란 초기 요법 중 한 가지로 12개월 이중맹검 기간이 끝날 때까지 치료받는다. 질레베시란군은 초기 치료를 연구 기간 동안 계속 유지한다. 

1차 목표점은 등록 당시 대비 3개월째 활동혈압 모니터링으로 평가한 24시간 평균 수축기혈압 변화다. 연구는 2025년 종료될 예정이다.

KARDIA-2는 표준 항고혈압제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질레베시란 병용 시 약력학적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한다. 목표 모집 고혈압 환자 수는 630명이며, 질레베시란과 병용하는 약제는 올메사르탄, 암로디핀, 인다파미드 등이다. 1차 목표점은 24시간 활동혈압으로 측정한 수축기혈압의 3개월째 변화다. 연구는 2025년 종료를 목표로 한다.

질레베시란과 같은 주사제는 주사부위 발적이나 가려움, 감염 등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임상연구에서는 혈압 강하 효과에 더해 이와 같은 안전성 평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위스 제약사 로슈는 앨나일람과 질레베시란 공동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2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앨나일람은 로슈로부터 3억 1000만 달러의 선불금을 받으며, 단기 마일스톤을 포함해 개발, 규제, 상용화 마일스톤과 함께 미국 외 지역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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