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접목한 희귀 혈액질환 치료제 '엑사셀'
팽창하는 궤양성 대장염 시장 새 주자 '에트라시모드'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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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글로벌 제약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표 중 하나는 그 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거나 승인에 도전한 신약들 목록이다. 이를 통해 최근 신약 개발 트렌드와 시장이 필요로 하는 약물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다. 

본지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FDA에 신약승인신청(NDA)를 제출한 산후우울증 치료제 주라놀론,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소타터셉트, 유전자가위 치료제 엑사셀,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에트라시모드 등 4가지 약물을 살펴봤다. 4가지 신약은 새로운 기전을 토대로 현재까지 승인된 치료제가 없거나, 치료제가 있음에도 미충족 수요가 남아있는 질환을 타깃하고 있다. 

① 드디어 출시? FDA 승인 기대되는 신약들

② 유전자가위 치료제·궤양성 대장염 신약도 허가 '대기중'

최초 유전자가위 치료제 등장할까? 

노벨상을 수상한 크리스퍼(CRISPER)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신약이 등장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6월 8일 FDA는 스위스 크리스퍼테라퓨틱스와 미국 버텍스가 공동 개발한 '엑사셀'의 생물의약품 허가 신청(BLA)을 수락했다. 

엑사셀은 베타지중해빈혈(TDT) 및 겸상적혈구빈혈(SCD)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질병을 유발하는 DNA를 자르고 붙여 유전체를 교정한다. 

두 질환은 적혈구에서 헤모글로빈을 생성하는 유전자의 결함에 의해 발생하는데, 엑사셀은 환자 혈액 줄기세포를 편집해 이를 다시 주입하는 방식으로 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을 생성하도록 한다. 

엑사셀은 6월 9일 유럽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EHA 2023)에서 발표된 TDT 및 SCD 환자 대상 임상3상 CLIMN-111, CLIMB-121과 장기 추적관찰 연구인 CLIMB-131에서 효능 및 안전성을 확인했다.

수혈의존성 TDT 환자 대상 연구에서 엑사셀을 투여한 27명 중 24명(88.9%)이 최소 9g/dL의 평균 헤모글로빈 농도를 유지하며 1차 목표점인 최소 12개월 연속 수혈 독립(TI12)과 2차 목표점인 최소 6개월 연속 수혈 독립(TI6)을 달성했다(95% CI 70.8~97.6).

TI12에 도달하지 못한 3명의 환자 중 1명은 이후 수혈을 중단하고 2.9개월 동안 수혈을 받지 않았다. 나머지 2명 환자는 기준선 대비 수혈량이 각각 80%, 96% 감소했다.

평균 수혈 독립 기간은 20.5개월, 최대 40.7개월이었다. 총 헤모글로빈 증가는 처음 수개월 이내에 발생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지됐다. 

중증 SCD 환자 대상 연구에서는 엑사셀을 투여한 17명 환자 중 16명(94.1%)이 최소 12개월 연속 혈관폐색위기(VOC)가 발생하지 않는 1차 목표점을 달성했다(95% CI 71.3~99.9).

VOC가 발생하지 않은 평균 기간은 18.7개월이었으며 최대 36.5개월까지 이어졌다. 17명 모두 최소 12개월 연속으로 VOC 관련 입원이 발생하지 않아 주요 2차 목표점을 달성했다(95% CI 80.5~100.0).

엑사셀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일반적으로 부설판을 이용한 제거 전처치 및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과 일치했다. 모든 환자는 엑사셀 투여 후 호중구와 혈소판을 생착시켰다. 

2명의 TDT 환자에서 엑사셀과 관련한 심각한 부작용(SAE)이 발생했으나 해결됐으며, SCD 환자에서 엑사셀과 관련한 SAE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FDA는 엑사셀의 SCD 승인 신청을 우선 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TDT에 대한 승인은 표준 심사 절차에 따라 진행하기로 했다.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라 SCD 승인은 12월 8일, TDT 승인은 내년 3월 30일까지 결정될 전망이다. 

12조원 궤양성 대장염 시장 노린다

이미 다양한 옵션이 존재하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시장에도 새로운 주자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화이자 ‘에트라시모드’가 FDA에 승인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에트라시모드는 경구제 형태의 선택적 스핑고신1인산염(S1P) 수용체 조절제로 궤양성 대장염 뿐 아니라 크론병, 아토피, 원형탈모 등 자가면역 질환을 대상으로 다양하게 개발 중인 약물이다.

에트라시모드 허가 신청의 기반이 된 연구는 임상3상 ELEVATE UC 12, ELEVATE UC 52 연구다. 두 연구에서 에트라시모드는 1차 및 주요 2차 목표점을 모두 달성했다.

두 연구는 이전에 하나 이상의 생물학적제제나 JAK억제제 사용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중등도에서 중증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참가자들에게 1일 1회 에트라시모드 2㎎ 혹은 위약을 복용하도록 하자 12주차에 에트라시모드군 24.8%, 위약군 15.2%가 임상적 관해에 도달하는 결과가 나왔다(차이 9.7%p, p=0.0264).

ELEVATE UC 52 연구에서도 12주차에 에트라시모드군 27.0%, 위약군 7.4%가 임상적 관해에 도달했다(차이 19.8%p, p=0.001). 52주차에는 에트라시모드군 32.1%가 임상적 관해에 도달해 6.7%를 기록한 위약군 대비 높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차이 25.4%p, p =0.001).

더불어 ELEVATE UC 12 연구에서는 주요 2차 목표점인 내시경 결과 개선, 증상 완화, 점막 치유가 충족됐다. ELEVATE UC 52 연구에서는 이를 포함해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이 없는 관해와 지속적인 임상적 관해를 충족했다.

심각한 부작용을 포함한 치료 발생 부작용은 두 군이 유사하게 나타났다. 가장 흔한 치료 발생 부작용은 두통, 궤양성 대장염 악화, 코로나19(COVID-19) 감염, 두통, 어지럼증, 발열, 관절통, 복통, 구역 등이었다. 

현재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는 아미노살리실산, 스테로이드, 항TNF, 항인테그린 제제, 인터루킨(IL) 억제제, 야누스키나아제(JAK) 억제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옵션이 존재한다.

이 중 경구제는 JAK 억제제가 유일하나, 최근 불거진 안전성 문제로 65세 이상 고령이나 심혈관계 고위험군, 악성 종양 위험이 있는 환자에서는 사용 순위가 뒤로 밀리는 상태다.

주사제를 기피하거나 잦은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경구제는 필요한 옵션이다. S1P 표적 치료제이자 경구제로 궤양성 대장염에 먼저 승인된 제품은 BMS '제포시아'가 있다. 에트라시모드가 FDA 승인을 획득할 경우 제포시아와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미 다양한 치료옵션이 있음에도 신약 개발에 매진하는 회사가 많은 또 다른 이유는 궤양성 대장염이 100여 개의 자가면역질환 중 가장 큰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조사기관 Global Data의 보고서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는 2031년까지 주요 8개국에서 12조원의 매출을 낼 전망이다. Global Data는 이 중 8%가 S1P 제제에서, 그 중 반절이 에트라시모드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FDA가 에트라시모드의 NDA 검토를 결정함에 따라 올해 하반기 중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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