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 주사제 뿐인 인터루킨 억제제 시장서 경구제 개발 시도
베링거인겔하임 '스페비고', 타깃 차별화로 희귀 건선서 효과 입증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주사용 건선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인터루킨(IL) 억제제가 새로운 제형 또는 기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새 IL 억제제의 개발 및 허가가 진행되면 쓰임새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얀센은 경구용 IL-23 억제제로 개발 중인 'JNJ-2113'의 임상2b상 FRONTIER 1 연구 탑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중등도~중증 판상 건선(PsO) 환자 255명을 대상으로 24주간 진행됐다. 환자들은 하루에 JNJ-2113 25mg 1회, 25mg 2회, 50mg 1회, 100mg 1회, 100mg 2회 또는 위약을 복용하도록 무작위 배정됐다. 

1차 목표점은 16주차에 건선 면적 및 심각도 지수(PASI) 75를 달성한 환자의 비율이었다. 2차 목표점은 기준선으로부터 16주차 PASI 총 점수의 변화, 16주차 PASI 90 및 PASI 100 달성률, IGA 점수 0점 또는 1점 달성률 등이었다. 

연구 결과 JNJ-2113 복용군은 1차 및 모든 2차 목표점을 달성했다. JNJ-2113군은 16주차에 위약군에 비해 PASI 75 뿐만 아니라 PASI 90, PASI 100 달성률이 모두 유의하게 높았다. 

JNJ-2113는 일반적으로 내약성이 좋았고 부작용 발생률은 모든 군에서 비슷했다. 하나 이상의 부작용을 경험한 비율은 전체 JNJ-2113군에서 52.4%, 위약군에서 51.2%였다. 

'주사 포비아'도 IL 억제제 쓸 수 있을까

IL 억제제는 대부분 주사제 형태로 개발돼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주사제 사용이 어려운 환자들은 이를 선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경구제 형태의 IL 억제제가 개발에 성공한다면 제형 때문에 이를 사용하지 못했던 환자들에게는 치료옵션이 하나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사의 동일 기전 주사제인 '트렘피어(성분명 구셀쿠맙)'와 비교하면 아직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주사제를 대체하려면 동일한 수준의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은 숙제다. 

대한건선학회 최용범 회장(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은 "건선 환자 중 주사제를 선호하는 환자들도 있지만, 소아 또는 성인 중 바늘을 무서워 하거나 보기만 해도 쓰러질 정도로 공포증이 있는 환자가 있다"며 "경구제 형태 IL 억제제가 개발되고 주사제와 비교해 효과 차이가 없다면 이런 환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타깃 설정해 희귀 건선서 효과

한편 베링거인겔하임의 '스페비고(스페솔리맙)'는 기존 IL 억제제와 다른 타깃을 설정해 희귀 건선인 전신성 농포성 건선(GPP)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4일 세계피부과학회 학술대회(WCD)에서는 IL-36 억제제 스페비고의 글로벌 임상2b상 EFFISAYIL 2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GPP는 건선 중에서도 유병률이 1%가 되지 않는 희귀 피부질환이다. 백혈구 일종인 호중구가 피부에 축적돼 발생하며 온몸에 고통스러운 농포가 생긴다. 

GPP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발적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패혈증 및 장기 부전과 같은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기존 IL 억제제 대부분 IL-17과 IL-23을 타깃한 것과 달리 스페비고는 IL-36을 타깃해 개발됐다. IL-36은 GPP를 포함해 여러 자가염증성질환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비고는 IL-36의 활성화를 특이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으로 그간 뚜렷한 치료제가 없던 GPP에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치료 48주차 GPP 발적 위험 84% 감소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FFISAYIL 2 연구는 123명의 GPP환자를 고용량(초기 부하용량 600mg, 이후 4주마다 300mg), 중용량(초기 부하용량 600mg, 이후 12주마다 300mg), 저용량(초기 부하용량 300mg, 이후 12주마다 150mg), 위약군에 1:1:1:1로 무작위 배정했다. 치료 기간 동안 발적이 발생한 경우 환자에게 스페비고 900mg을 1회 정맥 투여했다. 

연구 결과 스페비고 고용량 투여군은 치료 4주 후 발적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48주 동안 위약군에 비해 GPP 발적 위험을 84%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예일의대 Bruce Strober 박사는 "이번 결과는 GPP 병인에서 IL-36 신호 전달 역할에 대해 더욱 강력한 임상 증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스페비고는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으며, 임상2상 결과를 바탕으로 GPP 적응증에 대해 최초 허가를 받았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2021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으나 아직 허가 심의 중이다. 

최용범 교수는 "국내 농포성 건선 유병률이 0.01~0.04% 정도로 환자는 많지 않지만 농포성 건선 치료제로 허가받은 약이 없어 사이클로스포린 등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은 다른 생물학적제제들을 비급여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스페비고가 국내에서도 허가 받으면 희귀 난치질환인 농포성 건선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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