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계 의견 반영은 긍정…플랫폼 제재 부재는 불공정
소청과학회,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 안전성과 유효성 심각한 우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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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된 가운데, 의료계는 긍정적 평가 속에서도 플랫폼 업체 불법행위 재재 방안 미흡에 대해 우려감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경기도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참여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보고했다.

당정협의안보다 의료계 의견이 많이 반영된 최종 추진안에 대해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국민 건강에 대한 안전성을 더 고려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에 대해 의료계는 추진방안에 대해 의료계의 의견이 일정부분 반영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플랫폼 업체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 방안이 담겨 있지 않은 것은 불공정하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대변인은 "그동안 의료계가 문제제기를 해왔던 부분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현재 각 직역 및 전문학회, 정보의학전문위원회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업체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비대면 진료를 하는 의료진과 의료기관에 대한 패널티는 분명하게 있는데, 플랫폼 업체들의 불법행위는 명확한 제재 규정이 없다"며 "매우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의료계의 지적에 대해 정부는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제재를 위한 근거 규정이 없어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이드라인 준수를 위한 다각적인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는 것.

대한내과의사회는 초진 허용과 비대면 진료 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불명확한 책임소재, 약 배송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내과醫, 초진 허용 및 의료진 책임소재·약 배송 제한 문제제기

내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박근태 내과의사회 회장은 "내과의사회는 지금까지 비대면 진료에 대해 반대 입장이지만, 정부가 굳이 추진하겠다면 최소한 내과의사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 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이번 추진 방안을 보면 초진 허용과 의료진에 대한 불명확한 책임소재, 그리고 약 배송이 제한된 것은 우려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허용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의료약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초진을 허용할 방침이다.

즉 의료기관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의료기관이 없는 섬·벽지 거주 환자,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복지법 상 등록 장애인, 격리 중인 감염병 환자만 초진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박 회장은 섬과 벽지 등 의료취약지에 대한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부분이 있겠지만,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만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초진을 허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만성질환이 아닌 기타 급성기 질환까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단순 복통이 췌장염인지, 장에 변이 꽉찬 것인지 비대면 진료만으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어 자칫 적정한 시기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할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비대면 진료에 따른 의료분쟁의 책임소재 역시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책임소재 기준을 대면 진료와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비대면 진료를 하는 의료진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하지만, 이번 방안에는 찾아 볼 수 없다"며 "시범사업 계도기간 동안에라도 의료진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근태 회장은 처방에 따른 약 배송이 제한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에 의료기관이 처방전을 팩스 및 이메일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이 진료한 의료기관 주변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환자 집 주변 약국이라면 처방한 약이 없을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약국에서 대체조제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체조제가 활성화될 경우 대한약사회가 성분명 처방까지 주장을 할 수도 있다"며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의료계와 내과의사회가 요구했던 부분들이 조속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도 31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시범사업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의협은 "소아청소년이라는 환자군의 특성상 비전형적 증상과 그에 따른 빠른 대처를 위해 대면 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며 "의료접근성 및 편의성을 이유로 소아청소년에 휴일·야간에 국한한 비대면 진료 상담을 허용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공적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인의 협조와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계도기간 동안 의협과 상시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하며, 의료계의 합리적인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기도醫, 비대면 진료 참여 거부 및 저지 투쟁 입장 밝혀

한편, 경기도의사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경기도의사회는 국민 건강권을 포기하는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해 참여 거부를 선언했다.

의사회는 소아 및 노인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면 진료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노약자 및 장애인에 대한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분쟁에 대한 의료진의 보호대책은 외면한 채 의료기관에 각종 의무만 부과해 개원의사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약 배송이 금지돼 대체조제가 활개 치고, 의료계가 우려해 온 성분명 처방제도가 시작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전면 거부 및 저지 투쟁을 선언한다"며 "비대면 진료 관련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잘못된 제도를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역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충분한 준비없이 진행되고 있어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소청과학회는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야간·휴일 비대면 진료 초진 상담에 대해 소아청소년 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 및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아의 발열을 포함한 급성기 증상은 문진만으로 원인을 확인이 어려워 시의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대면 진료가 필수적이라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에 앞서 철저한 검증과 연계 대면 진료 시스템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질환은 접근 취약지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만성질환으로 한정해야 하며, 안전하게 진료 가능한 만성질환의 범위는 소청과 전문의 단체와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청과학회는 "현재 소아청소년 진료 위기상황 해결을 위해 정부가 안전성과 효과가 불분명한 비대면 진료의 성급한 추진보다 1차의료기관의 야간, 휴일 대면진료 확대가 필요하다"며 "2, 3차 의료기관 응급의료센터와 배후 입원진료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목표로 해 강도 높은 재정적 지원과 정책개선을 통한 근본적 문제해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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