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OC 2023] ELAN, 뇌졸중 발생 심방세동 환자 대상 DOAC 조기 vs 지연 치료 비교
30일째 재발성 뇌졸중·전신색전증·출혈 등 발생률, 치료 시작 시기 관계 없이 비슷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급성 허혈성 뇌졸중이 발생한 심방세동 환자에게 직접 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 치료를 일찍 시작해도 안전하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

24~26일 독일에서 열린 유럽뇌졸중학회 연례학술대회(ESOC 2023)에서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발생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최적 DOAC 치료 시작 시기를 조사한 ELAN 무작위 연구 결과가 베일을 벗었다. 연구 결과는 발표와 동시에 NEJM 5월 2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급성 허혈성 뇌졸중 발생 이후 DOAC 치료를 일찍 시작해도 30일째 재발성 뇌졸중, 출혈 등 발생률이 늦게 치료를 시작한 경우와 비슷했다. 

급성 허혈성 뇌졸중 발생 이후 최적 DOAC 치료 시작 시기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가운데 최근 일찍 시작해도 괜찮다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향후 진료현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DOAC, 일찍 시작하면 '출혈' 우려 vs 늦어지면 '뇌졸중 재발' 위험

DOAC은 심방세동 환자의 허혈성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예방을 위한 항응고요법이다. 급성 허혈성 뇌졸중 발생 심방세동 환자도 뇌졸중 재발을 막고자 항응고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DOAC 치료 시작 시기가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뇌졸중 재발 및 출혈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하지 않다.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는 DOAC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두개내출혈 위험이 높아진다는 우려와 치료가 늦어지면 조기 뇌졸중 재발 위험이 증가한다는 걱정이 공존한다. 

현재 가이드라인에서는 뇌졸중 중증도에 따라 항응고제 치료 시작 시기를 다르게 권고한다. 예로, 미국심장협회·뇌졸중학회(AHA·ASA)는 출혈성 변환(hemorrhagic transformation) 고위험일 경우 14일 이상 치료를 기다리거나 위험이 낮을 경우 2~14일 사이에 항응고제 치료를 시작하도록 한다. 

유럽부정맥학회(EHRA)는 일과성 허혈발작은 1일, 경도 뇌졸중은 3일, 중등도 뇌졸중은 6일, 중한 뇌졸중은 12일 등에 항응고제 치료를 시작하도록 주문한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근거가 아닌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마련한 권고안이라는 한계가 있다. 즉, 근거 기반으로 급성 허혈성 뇌졸중 발생 심방세동 환자가 DOAC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최적 시기에 대한 권고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유럽뇌졸중학회 연례학술대회(ESOC 2023) 전경. ESOC 홈페이지 발췌.

30일째 1차 목표점 발생률, 조기치료군 2.9% vs 지연치료군 4.1%

ELAN 연구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발생 심방세동 환자의 DOAC 치료 시작 시기를 평가하고자 진행된 오픈라벨 연구자 주도 무작위 연구다.

2017년 11월~2022년 9월 15개국 103곳 뇌졸중센터에서 급성 허혈성 뇌졸중 발생 심방세동 환자 2013명이 등록됐다. 평균 나이는 77세였고 여성이 45%를 차지했다. 

뇌졸중 중증도는 미국국립보건원 뇌졸중척도(NIHSS)가 아닌 영상 검사를 기반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도는 37%, 중등도는 40%, 중한 뇌졸중은 23%로 확인됐다. 

전체 환자군은 조기치료군(1006명)과 지연치료군(1007명)에 1:1 무작위 배정됐다. 조기치료군은 경도 또는 중등도 뇌졸중 발생 후 48시간 이내, 중한 뇌졸중 발생 후 6~7일에 DOAC 치료를 시작했다. 지연치료군은 경도 뇌졸중 발생 후 3~4일, 중등도 뇌졸중 발생 후 6~7일, 중한 뇌졸중 발생 후 12~14일에 DOAC을 투약했다. 

1차 목표점은 무작위 배정 이후 30일 이내 발생한 재발성 허혈성 뇌졸중, 전신색전증, 중한 두개외출혈, 증상성 두개내출혈, 혈관 사망 등으로 정의했다.

그 결과 1차 목표점 발생률은 조기치료군 2.9%(29명), 지연치료군 4.1%(41명)로 두 군간 차이는 1.18%p였으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95% CI -2.84~0.47).

2차 목표점인 30일째 그리고 90일째 1차 목표점 각 평가요인 발생률도 치료 시기에 따른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재발성 허혈성 뇌졸중 발생률은 30일째 조기치료군 1.4%(14명), 지연치료군 2.5%(25명)였고 조기치료군의 발생 가능성이 43% 낮았으나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OR 0.57; 95% CI 0.29~1.07). 90일째 발생률은 각 1.9%(18명), 3.1%(30명)로 30일째 결과와 마찬가지로 조기치료군의 발생 가능성이 40% 낮은 경향이 관찰됐지만 유의하지 않았다(OR 0.60; 95% CI 0.33~1.06).

30일째 증상성 두개외출혈 발생률은 모두 각 0.2%(각 2명)로 조사됐다. 이는 DOAC 조기치료의 안전성에 힘을 싣는 결과다. 

결과적으로, DOAC 조기치료군과 지연치료군 간 30일째 재발성 허혈성 뇌졸중, 전신색전증, 중한 두개외출혈, 증상성 두개내출혈 또는 혈관 사망 발생률 차이는 -0.28%p에서 0.5%p에 그쳤으며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스위스 바젤대학 Urs Fischer 교수는 "적응증에 해당되거나 요구가 있다면 DOAC 조기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사건 발생률은 30일보다 90일째 약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치료기간에 항응고제 치료를 일찍 시작하더라도 과도한 위험이 없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TIMING 연구서 '비열등성' 확인…진행 중인 OPTIMAS 연구 주목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LAN 연구에 앞서 지난해 발표된 TIMING 연구도 DOAC 조기치료 가능성에 힘을 더했다(Circulation 2022;146:1056~1066). DOAC 조기치료가 지연치료보다 우월하진 않더라도 비열등하다는 것을 입증한 덕분이다. 

TIMING 연구는 스웨덴 뇌졸중 등록사업을 토대로 진행됐고, 급성 허혈성 뇌졸중 발생 심방세동 환자 888명이 모집됐다. 전체 환자군은 뇌졸중 발생 72시간 이내에 DOAC을 4일 이내 투약한 조기치료군(450명)과 5~10일 사이에 복용한 지연치료군(438명)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90일째 재발성 허혈성 뇌졸중, 증상성 두개내출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등을 종합한 발생률은 두 군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조기치료군의 수치가 더 낮았고 비열등성 기준을 충족했다. 증상성 두개내출혈은 두 군 모두 발생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DOAC 조기치료가 안전하므로, DOAC을 투약할 수 있는 환자는 뇌졸중 2차 예방을 위해 조기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했다. 다만, TIMING 연구는 환자군 모집이 쉽지 않아 조기 중단됐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영국에서 진행 중인 OPTIMAS 연구도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최적 항응고제 시작 시기에 대한 또 다른 근거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OPTIMAS 대규모 전향적 부분맹검 무작위 연구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발생 심방세동 환자를 모집, DOAC을 4일 이내 시작한 조기치료군과 7~14일에 투약한 표준치료군으로 분류해 비열등성을 평가한다.

총 3500명 환자 모집을 목표로 하며, 1차 목표점은 90일째 재발성 증상성 허혈성 뇌졸중, 증상성 두개내출혈, 전신색전증 등을 종합한 발생률이다. 비열등성이 확인되면 우월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연구는 2024년 4월 종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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