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美FDA, SGLT-2 억제제 급성 신손상 위험 경고
대만 건보데이터 분석 결과, DPP-4 억제제 대비 급성 신손상 위험 1/3 수준
국내외 전문가 "SGLT-2 억제제 장기간 복용 시 콩팥 보호 효과 있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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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SGLT-2 억제제가 급성 신손상 우려를 걷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016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SGLT-2 억제제인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인보카나(카나글리플로진) 등 제품 라벨에 급성 신손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문구를 추가하도록 주문했다. 

그러나 최근 SGLT-2 억제제가 장기적으로 급성 신손상 위험을 낮춘다는 것을 확인한 근거들이 쌓이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대만 국민건강보험 연구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 SGLT-2 억제제를 복용한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의 급성 신손상 위험은 DPP-4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 대비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처럼 SGLT-2 억제제가 신장에 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SGLT-2 억제제 치료 유지 시 콩팥 보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인다. 

치료 초기 eGFR 일시적 저하돼 급성 신손상 위험 증가 우려

SGLT-2 억제제 도입 당시 치료 초기에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면서 신기능 악화를 유발해 급성 신손상 위험이 증가한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7년 전 FDA는 SGLT-2 억제제 관련 급성 신손상 위험을 경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FDA 이상반응 보고 시스템 경고와 대조적으로 SGLT-2 억제제가 급성 신손상 위험 감소와 연관됐음을 확인한 연구 결과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발표된 112개 무작위 연구와 4개 대규모 관찰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SGLT-2 억제제는 급성 신손상을 유발하기보단 입원 여부와 관계 없이 위험을 60% 유의하게 낮췄다(PLoS Med 2019;16(12):e1002983).

이는 SGLT-2 억제제가 체내 체액 손실을 증가시킴에도 불구하고 치료받지 않은 이들보다 복용한 환자가 급성 신손상을 겪을 가능성이 낮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임상에서는 SGLT-2 억제제가 급성 신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의료진이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시사했다. 

SGLT-2i, DPP-4i보다 투석 필요 급성 신손상 위험 44%↓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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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계에서는 SGLT-2 억제제와 급성 신손상, 특히 투석이 필요한 급성 신손상의 연관성을 평가한 연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대만 타이베이영민병원 Mu-Chi Chung 박사 연구팀은 대만 국민건강보험 연구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SGLT-2 억제제가 급성 신손상 그리고 투석이 필요한 급성 신손상 위험을 줄이면서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JAMA Network Open 2월 2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2016년 5월~2018년 12월 SGLT-2 억제제 또는 DPP-4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병 환자 10만 4462명(각 5만 2331명)을 성향점수매칭했다. 4만 6065명(44.1%)이 여성이었고 평균 나이는 58세였다.

1차 목표점은 연구 기간 동안 확인된 급성 신손상, 투석이 필요한 급성 신손상 발생 등으로 정의했다.

추적관찰 2.5년 동안 급성 신손상은 856명(0.8%), 투석이 필요한 급성 신손상은 102명(0.1% 미만)에게서 발생했다.

치료에 따른 급성 신손상 위험을 비교한 결과, DPP-4 억제제군 대비 SGLT-2 억제제군의 위험은 34%(HR 0.66; P<0.001), 투석이 필요한 급성 신손상 위험은 44%(HR 0.56; P=0.005) 의미 있게 낮았다.

급성 신손상 환자의 동반질환은 심장질환 22.73%(80명), 패혈증 23.58%(83명), 호흡부전 6.53%(23명), 쇼크 2.84%(10명)를 차지했다.

급성 신손상이 원인인 네 가지 질환에서 SGLT-2 억제제와 연관성을 살펴보면 DPP-4 억제제군 대비 SGLT-2 억제제군이 △호흡부전 58% △쇼크 52% 등 유의한 위험 감소가 나타났다. 단, 심장질환과 패혈증 등 위험 감소는 의미 있는 연관성이 없었다.

급성 신손상 환자 중 7.7%(66명)에게서 90일 이내 진행성 만성 콩팥병이 나타났고 1.8%(15명)가 말기신질환을 겪었으며 2.2%(19명)가 사망했다. 90일 이내 진행성 만성콩팥병 발생 발생률은 SGLT-2 억제제군이 DPP-4 억제제군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반면 말기신질환 및 사망 발생률은 두 군이 비슷했다.

이번 결과는 SGLT-2 억제제군이 DPP-4 억제제군보다 급성 신손상 및 투석이 필요한 급성 신손상 위험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SGLT-2 억제제 치료 지속해야 콩팥 보호 효과 기대
대한신장학회 진료지침 4월 발표…"eGFR 30%까지 떨어져도 계속 사용 권고"

전문가들은 SGLT-2 억제제 치료 초기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감소가 관찰돼 신기능 악화에 대한 우려가 있을지라도 치료를 지속하라고 조언한다. 

지난해 미국당뇨병학회(ADA)·국제신장학회(KDIGO)는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당뇨병 관리' 합의문을 발표하며 SGLT-2 억제제 치료 시작은 eGFR 감소와 연관됐지만 가역적이며 회복 가능하므로 약물 중단이 필요하지 않다고 정리했다. 특히 SGLT-2 억제제는 급성 신손상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한림대 성심병원 김성균 교수(신장내과)는 "당뇨병 환자는 SGLT-2 억제제 치료를 유지했을 때 콩팥 보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급성 열병 또는 체액량 감소 등이 발생했거나 환자가 신독성이 있는 약물을 복용하는 상황이라면, 급성 신손상을 야기하는 원인을 제거하고 SGLT-2 억제제 치료를 유지해야 더 큰 콩팥 보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성진 교수(신장내과)는 "SGLT-2 억제제는 수입세동맥을 수축시켜 압력을 떨어뜨리는 기전을 통해 사구체압을 낮춰 장기적으로 콩팥을 보호한다"며 "SGLT-2 억제제 치료 초기 eGFR이 떨어지는 것에 우려가 많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가역적으로 회복된다. 이에 SGLT-2 억제제 투약 전 환자뿐 아니라 처방하는 의료진도 크게 우려하지 않고 안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FDA가 SGLT-2 억제제의 급성 신손상 위험을 경고했지만 주의해야 하는 정도다. SGLT-2 억제제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며 "이에 4월 발표될 대한신장학회 진료지침에서는 당뇨병성신증 환자에게 SGLT-2 억제제 투약 시 eGFR이 30%까지 떨어져도 계속 사용하고 콩팥에 지장을 주는 요인을 찾아야 한다는 권고문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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