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성모병원·포항공대 연구팀, 세계 최초 단일 칩에 췌장·간·지방·혈관·망막 구성
2형 당뇨병 환경 재현…안구 분비물로 비만-당뇨병성 망막병증 관계 규명

▲(좌부터)은평성모병원 안과 원재연 교수,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
▲(좌부터)은평성모병원 안과 원재연 교수,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연구팀이 생체실험 없이도 대규모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연구가 가능한 연구용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에 따라 향후 당뇨병 및 합병증 극복 연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안과 원재연 교수,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 공동연구팀은 3D 바이오 프린팅을 활용해 제작한 '당뇨병 모사 다기관 칩' 및 '당뇨병성 망막병증 모사 칩'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보고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당뇨병 모사 다기관 칩은 당뇨병 발생에 중요한 장기로 꼽히는 췌장, 간, 지방 조직, 혈관들을 1개 칩 위에 유기적으로 배열했다. 

모사 칩은 고분자 화합물 프레임에 △인슐린 분비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췌장 베타세포 △지방 조직 구현을 위한 지방세포와 대식세포 △간을 조성하는 간세포(HepG2) 등을 정교하게 프린팅한 후, 인체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 장기 세포층에 혈관내피세포(HUVEC) 및 생체적합 플라스틱 소재(PDMS)를 추가하고 관류가 가능한 형태로 제작한다.

▲3D 바이오 프린팅을 활용한 제2형 당뇨병 모사 다기관 칩 제작 과정.
▲3D 바이오 프린팅을 활용한 제2형 당뇨병 모사 다기관 칩 제작 과정.

이렇게 만들어진 칩은 실제 당뇨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여러 병적 특성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또 현재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당뇨병 치료제 효과도 재현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칩을 이용해 지방 조직과 당뇨병 간 연관성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피하지방보단 내장지방이 당뇨병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기반으로 당뇨병의 대표적 합병증이자 실명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당뇨병성 망막병증 연구용 칩도 개발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 모사 칩은 망막색소상피세포 등으로 구성한 망막 모사체를 당뇨병 모사 다기관 칩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에서 나타나는 망막 변화를 재현할 수 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 모사 칩.
▲당뇨병성 망막병증 모사 칩.

연구팀은 당뇨병성 망막병증 칩 개발을 위해 시행한 선행 연구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내장지방이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중증도를 심화시킴을 확인했다. 

세계 처음으로 안구 방수에서 유래한 지방 분비물을 이용해 비만과 당뇨병의 관계 규명을 시도한 이번 선행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내장지방 감소가 당뇨병성 망막병증 치료에 도움 됐다.

조동우 교수는 "당뇨병에 관여하는 주요 장기들을 유기적으로 구성한 칩 개발은 당뇨병 분야에서 지금까지의 성과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규모 연구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원재연 교수는 "당뇨병은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지만 질환을 이해하기 위한 조직별 미세 환경을 재구성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이번 연구가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비롯한 합병증 연구 및 약제 개발 등 여러 분야의 연구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들은 첨단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및 분자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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