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창궁 메모리얼병원 연구팀, 대규모 DB 분석해 약제 위험 비교
전체 망막병증 위험 비슷…증식성 위험은 SGLT-2 억제제 더 낮아
연구팀 "SGLT-2 억제제, 실명 이어질 수 있는 망막병증 위험 감소 연관"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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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의 심장·신장 보호 효과를 입증한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가 당뇨병성 망막병증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만 창궁 메모리얼병원 Eugene Yu-Chuan Kang 교수 연구팀이 대만 다기관 전자의료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두 약제의 전체 당뇨병성 망막병증 발생 위험은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실명할 수 있는 증식성 당뇨병성 망막병증 위험은 SGLT-2 억제제 복용 시 의미 있게 줄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당뇨병학회 공식 학술지 DMJ 3월 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SGLT-2i·GLP-1RA, 망막병증 영향 불확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병 환자가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미세혈관 합병증 중 하나로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 

SGLT-2 억제제는 망막혈관에서 내피세포 자연사 및 망막이 얇아지는 것을 개선한다고 조사됐다. GLP-1 제제는 망막 신경절 세포 손상을 줄일 뿐 아니라 당뇨병성 망막병증 관련 신경세포 퇴행을 예방한다고 보고됐다.

또 두 약제는 혈관 재형성에 영향을 주고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며 모세혈관의 혈역학적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론적으로 두 약제 모두 당뇨병성 망막병증 위험을 낮출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확실하다.

SGLT-2 억제제는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에서 위약과 당뇨병성 망막병증 위험이 차이가 없다고 조사됐으나, 리얼월드 연구에서는 DPP-4 억제제, 설포닐우레아 등 대비 위험이 낮다고 보고됐다.

GLP-1 제제인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은 SUSTAIN-6에서 당뇨병성 망막병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다고 조사된 반면 같은 계열인 빅토자(리라글루타이드)는 LEADER에서 위약과 위험이 비슷했다.

이에 대만 연구팀은 명확하지 않은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의 당뇨병성 망막병증 위험을 확인하고자 대규모 리얼월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전체 망막병증 위험 비슷…증식성 위험, SGLT-2i군 47%↓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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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다기관 전자의료 데이터베이스인 CGRD(Chang Gung Research Database)에서 2016~2019년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로 치료받은 당뇨병 환자 3만 3021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SGLT-2 억제제는 인보카나(카나글리플로진),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GLP-1 제제는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 빅토자(리라글루타이드) 등을 확인했다. 

이들 중 통계 누락, 40세 미만, 과거 두 약제 사용력, 망막병증 진단, 유리체 중재시술력 등에 해당하거나 등록 당시 당화혈색소가 확인되지 않고 추적관찰 데이터가 없는 3249명은 제외됐다. 이에 따라 SGLT-2 억제제군 2만 1491명, GLP-1 제제군 1887명이 최종 분석 대상이었다.

1차 목표점으로 비증식성 또는 증식성을 포함한 당뇨병성 망막병증 진단, 유리체 중재시술 등을 확인했다. 유리체 중재시술은 유리체강 내 약물주입술, 레이저응고술, 유리체 절제술 등과 종합적 수술 예후로 정의했다. 추적관찰 기간은 SGLT-2 억제제군 1.74년, GLP-1 제제군 1.83년으로 비슷했다. 

분석 결과, 모든 당뇨병성 망막병증 1000인년당 발생률은 SGLT-2 억제제군 15.6건, GLP-1 제제군 19.3건으로 두 군간 유의한 위험 차이는 없었다(SHR 0.90; 95% CI 0.79~1.03). 특히 비증식성 당뇨병성 망막병증 위험은 치료에 따라 다르지 않았다(SHR 1.16; 95% CI 0.99~1.36).

하지만 증식성 당뇨병성 망막병증 위험은 SGLT-2 억제제군이 GLP-1 제제군보다 47% 의미 있게 낮았다(SHR 0.53; 95% CI 0.42~0.68). 종합적 수술 예후도 SGLT-2 억제제군 위험이 42% 유의하게 낮았으며(SHR 0.58; 95% CI 0.48~0.70), 이는 유리체강 내 약물주입술과 레이저응고술 등 위험이 감소해 나타났다.

SGLT-2i, GLP-1RA보다 증식성 망막병증 위험 감소 연관

이번 결과는 SGLT-2 억제제가 전체 당뇨병성 망막병증 예방 효과는 없을지라도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증식성 위험을 막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SGLT-2 억제제는 GLP-1 제제보다 증식성 당뇨병성 망막병증 및 유리체 중재시술 등 위험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SGLT-2 억제제군에서 증식성 당뇨병성 망막병증 위험이 더 낮다는 결과는 SGLT-2 억제제가 질환 진행을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이유 중 하나는 SGLT-2 억제제 치료 후 당화혈색소가 빠르게 큰 폭으로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혈당 수치가 빠르게 감소하면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유도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추적관찰 첫 6개월 동안 당화혈색소는 SGLT-2 억제제군이 약 0.8%p, GLP-1 제제군이 약 1.0%p 줄었고 이후 두 군 간 변화는 비슷했다.

즉 SGLT-2 억제제가 안정적으로 혈당 강하 효과를 유도해 연구 초기 단계에 증식성 당뇨병성 망막병증 발생률을 낮췄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두 약제, 미세혈관·대혈관 합병증 관련 기전 다를 것"

아울러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는 다른 당뇨병 합병증 위험 감소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에서 2차 목표점인 미세혈관·대혈관 합병증 위험을 비교한 결과, 미세혈관 합병증인 당뇨병성 신증 또는 신경병증 위험은 SGLT-2 억제제군이 GLP-1 제제군 대비 각 21%(SHR 0.79; 95% CI 0.71~0.88)와 36%(SHR 0.64; 95% CI 0.53~0.76) 유의하게 낮았다.

대혈관 합병증인 허혈성 뇌졸중 또는 주요 사지 이상 사건 위험은 SGLT-2 억제제군이 GLP-1 제제군보다 각 2.53배(SHR 2.53; 95% CI 1.88~3.40)와 1.84배(SHR 1.84; 95% CI 1.42~2.37) 의미 있게 높았다. 그러나 또 다른 대혈관 합병증인 심근경색,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치료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는 당뇨병 환자의 미세혈관·대혈관 합병증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이 서로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향후 이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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