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한국의료법학회·대한의료법학회, 17일 공동 토론회 개최
박형욱 교수 “우리나라 사법체계 후진성 드러낸 판결”
이동진 교수 “논리적으로는 납득 가능한 결과”

대한의학회·한국의료법학회·대한의료법학회는 17일 고려대학교 교육매체실에서 환자 보호를 위한 과학적 의료의 정립과 사법부의 역할을 주제로 공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지난 12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 기기 사용이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의료계가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후진성을 드러낸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반면, 법조계는 “논리적으로 납득 가능한 결과”라고 상반된 평가를 내놔 눈길을 끈다.

대한의학회·한국의료법학회·대한의료법학회는 17일 고려대 교육매체실에서 환자 보호를 위한 과학적 의료의 정립과 사법부의 역할을 주제로 공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은 “의료계가 대법원의 판결에 반발하지만, 법적 판단은 여러 의견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며 이번 토론이 매우 중립적인 성격임을 강조했다.

발표에 나선 연세대 장욱 교수(보건대학원)는 의료체계가 일원화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한방과 양방이 독자적으로 발전하게끔 의료법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한의학 육성법에 따르면 한방 행위는 우리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온 의술 행위와 기초 과학이 결합된 것으로 정의된다. 최근의 판례의 주요 논거 역시 이런 육성법에 근거한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우리나라는 양방과 한방이 구분되는 의사면허를 부여하는 국가로서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는 것이 장욱 교수의 의견이다.

또 사법부의 역할은 법률 해석이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법부가 입법부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현대 의료기기는 과학기술로 발전했으므로 양방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도 “초음파 기기의 속성은 사람 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인체 해부학적 지식이 동원되는 등 양방학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사법부의 역할은 행정부와 입법부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다”며 “법률 개정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서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해결할 것이지, 사법부가 확장 해석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이동진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동진 교수 “이번 판결, 놀랍지 않다”

반면 서울대학교 이동진 교수(법학전문대학원)은 “이번 판결이 예상 밖의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의료인이 행하는 일은 의료 행위로 인정되고, 예컨대 의사가 수련 과정에서 배우지 않은 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무면허 의료행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규칙은 한의사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한의사가 한의학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얘기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이 앞으로의 사건 기소에 어려운 신호를 준 것은 맞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서는 ‘보조적 사용’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보조적으로 사용하면 다른 분야에도 써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교수는 “양방에는 전적으로 진단만 행하는 과가 있다”며 “(검사를 통해) 일부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해서 그게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문제는 한의원이 진단서에 양방처럼 서술을 함으로써 환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말하자면 환자가 기만당하게 만드는 행위”라며 “이것이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박형욱 교수

단국대 의대 박형욱 교수, 한의사에게 검증 요구

단국대 의대 박형욱 교수는 “이 판결은 무능한 사법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판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박 교수는 “의료행위는 국민 건강 증진에 중점을 둬야하는데, 이 판결이 환자 보호를 위해 긍정적 영향을 끼쳤는지는 의문”이라며 “이번 판결을 확장해서 판단한다면 앞으로 치과의사나 간호사들도 다 초음파 기기를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초음파 진단 기기가 위험성이 낮다는 일부 의견에 관해서도 부정을 드러냈다. 초음파 기기는 다발성 외상평가 초기 평가에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때 오진이 있으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후진성을 드러낸 판결”이라며 “의·과학적 사고방식이 뭔지 모르는 대법원이 상상력에 의존해서 단정한 것”이라고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이어 “현대의학은 꾸준히 검증해왔다”며 “한의사 역시 정말로 한의학적 진단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변호사는 판결 오류 의견에 공감

이번 판결이 납득 가능하다고 평가한 이동진 교수와 달리 패널로 참석한 다른 변호사들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유화진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문 어디에도 환자가 입은 피해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의사가 사용했다고 주장한 내용을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게 전부라는 것이다.

임무영 변호사는 “저 역시 박형욱 교수의 의견에 완전히 공감한다”며 “이번 판결이 역대 대법원 사례 중에서 손에 꼽힐만큼 부끄러운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의학을 호의적으로 보는 일반 국민의 비율이 높을 수 있다며, 한의학의 검증 문제는 중립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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