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적극적 혈압강하 치료 중요성에 무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심혈관질환 예방 위한 LDL-C 목표치 하향조정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022년 임인년은 국내외 의학계가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분주했던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COVID-19) 극복에 이목이 쏠려 주요 가이드라인 변화가 거의 없었다면, 올해는 굵직한 개정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특히 국내 학계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가이드라인에 대대적 변화를 줬고 국외 가이드라인보다 한발 앞선 권고안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올 한해 변화된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을 조명했다.

[송년특집] 의학계에 불어온 가이드라인 개정 바람-①

[송년특집] 국내 학계, 세계적 흐름 따라 치료목표 강하-②

우리나라도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목표혈압 '130mmHg 미만'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 5월 4년 만에 개정한 고혈압 진료지침을 공개하며, 미국발 목표혈압 강하 움직임에 동참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적극적 혈압강하 치료의 중요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2017년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는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며 목표 수축기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낮추도록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2018년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심혈관질환 및 고위험군의 목표 수축기혈압을 130mmHg까지 최대한 낮추도록 제시하며 미국보단 혈압강하 치료에 보수적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근거로 대한고혈압학회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적극적 혈압강하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심혈관질환 및 고위험군의 목표 수축기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권고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목표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적극적 강압치료를 시행할 때 진료실 혈압과 진료실 밖 혈압 간 대응혈압에서 백의효과 영향이 미미해지는 점을 고려했다. 

이와 함께 고령 동양인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 연구인 STEP 결과, 수축기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낮춘 군이 140mmHg 미만으로 조절한 군에 비해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낮은 점을 반영했다. 이에 적극적 강압치료 시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단순화하고 임상상황에 따른 목표혈압을 제시했다.

단, 합병증이 없는 단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은 기존과 동일하게 140/90mmHg 미만을 유지했다. 

아울러 대한고혈압학회는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 개념을 확대하며, 치료 대상자 중 가면효과를 가진 환자군을 '가면비조절고혈압(masked uncontrolled hypertension, MUCH)', 백의효과를 보이는 환자군을 '백의비조절고혈압(white-coat uncontrolled hypertension, WCUH)'으로 새로 정의했다.

MUCH는 항고혈압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진료실혈압이 정상이지만 주간활동혈압이 135/85mmHg 이상, 24시간 활동혈압이 130/80mmHg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 WCUH는 고혈압 치료를 받는 대상자 중 주간활동혈압과 24시간 활동혈압(ABPM)이 정상이지만 진료실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경우를 뜻한다.

국내 심혈관질환 초위험군 LDL-C '55mg/dL 미만'

대한고혈압학회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도 세계적 치료목표 강하 기차에 올라탔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2018년 이후 4년 만에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5판'을 지난 9월 발표하며,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기존 70mg/dL 미만에서 55mg/dL 미만으로 낮췄다.
전 세계적으로 심장학계와 내분비학계는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2017년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는 심혈관질환 극초위험군(extreme risk)을 신설하면서 LDL-콜레스테롤을 55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했다. 

2019년 유럽심장학회(ESC)·동맥경화학회(EAS)는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을 기저치 대비 최소 50% 이상 낮추면서 55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주문했다.

이번 국내 진료지침도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강하한 것이 주요 특징이다. LDL-콜레스테롤을 55mg/dL 미만으로 조절할 때 예후가 더 좋았다는 여러 연구 결과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는 55mg/dL 미만, 비HDL-콜레스테롤 목표치는 85mg/dL 미만으로 권고했다. 4판에서 각 70mg/dL 미만과 100mg/dL 미만으로 제시한 것과 비교하면 목표치를 크게 낮췄다. 아울러 진료지침에서는 목표치와 함께 LDL-콜레스테롤은 기저치 대비 50% 이상 낮추도록 주문했다.

이어 당뇨병 환자라면 위험도에 따라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100mg/dL 미만으로 낮추도록 하면서, 유병기간이 10년 이상이거나 추가적 위험인자를 1개 이상 동반했다면 70mg/dL 미만을 목표로 제시했다. 

알부민뇨, 신병증, 망막병증 및 신경병증 등 표적장기손상이나 3개 이상의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는 LDL-콜레스테롤을 55mg/dL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선택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주문하며 적극적 관리에 무게를 실었다. 단, 심혈관질환 저위험군과 중등도 위험군에 대한 권고안은 기존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대한간학회, 만성 B형간염 '회색지대' 주목

대한간학회는 지난 3월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하며 회색지대(Grey zone)에 놓인 만성 B형간염 환자와 기능적 완치를 향해 도전하는 B형간염 신약들을 조명했다.

만성 B형간염의 면역학적 자연 경과에 대해서는 B형간염 바이러스 표면항원(HBsAg) 소실기(loss phase) 설명을 보완한 것이 주요 특징이다. HBsAg 소실기에 대한 권고안은 2018년 가이드라인 내용을 유지하면서, 만성 B형간
염의 자연 경과에서 HBsAg 소실은 매우 드물게 이행되는 상태로 B형간염의 완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기술했다. 

현실적 목표는 기능적 완치로, B형 간염 표면 항체(anti-HBs) 형성 여부와 관계없이 혈액 내 HBV DNA와 HBsAg 소실 상태를 말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만성 B형간염의 회색지대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추가했다. 회색지대는 임상적 지표인 혈청 HBV DNA와 ALT를 기준으로 어느 한 단계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는 상태로 정의했다. 

B형간염 바이러스 외피항원(HBeAg) 양성 환자에서 혈청 HBV DNA가 107IU/mL 미만이면서 혈청 ALT가 상승하지 않거나, HBeAg 음성 환자에서 혈청 HBV DNA가 2000IU/mL 이상이면서 혈청 ALT가 상승하지 않는 경우 등이 회색지대에 해당된다. 

또 최근 만성 B형간염의 기능적 완치를 위한 새로운 약제들의 글로벌 임상연구가 이뤄지면서 가이드라인에서는 관련 약제들을 소개했다. 기능적 완치를 위한 새로운 약제는 △B형간염 직접 항바이러스제 △면역조절제로 나눌 수 있다. 

B형간염 직접 항바이러스제는 △캡시드 형성 억제제 △바이러스 RNA 표적 치료제 △HBsAg 배출 억제제가, 면역조절제에는 △TLR 작용제 △면역관문 억제제 △치료 백신 등이 있다.

만성 B형간염의 기능적 완치를 위한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단독치료만으로 완치를 완벽히 유도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학계는 병용치료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병용치료가 단독치료보다 오히려 높은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더 낫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돼, 병용치료 선택 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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