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4일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 개최
대한고혈압학회, 가면고혈압 개념 확대해 '가면비조절고혈압' 정의
치료받는 대상자 중 진료실혈압 정상·진료실 밖 혈압 높은 환자 해당

▲대한고혈압학회는 '2022년 고혈압 진료지침'의 세부 내용을 1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했다. 원광대 산본병원 이은미 교수는 2018년 지침과 달라진 내용을 소개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2022년 고혈압 진료지침'의 세부 내용을 1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했다. 원광대 산본병원 이은미 교수는 2018년 지침과 달라진 내용을 소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에 '가면고혈압'에 이어 '가면비조절고혈압(masked uncontrolled hypertension, MUCH)'이 새로 정의돼 개정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대한고혈압학회는 2022년 고혈압 진료지침을 업데이트하며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 개념을 확대 적용, MUCH와 함께 백의비조절고혈압(white-coat uncontrolled hypertension, WCUH)를 정의했다. 

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진료지침을 1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했다.

2018년 진료지침에서는 고혈압을 △가면고혈압 △백의고혈압 △정상혈압 △지속성 고혈압 등 네 가지로 분류했다. 그러나 환자가 치료받고 있는지 또는 진행하지 않는지에 대한 기준이 진료지침에 담기지 않았다.

개정된 진료지침에서는 고혈압 치료 여부에 따라 분류 후 치료받는 대상자 중 가면효과를 가진 환자군을 MUCH, 백의효과를 보이는 환자군을 WCUH로 정의했다.

가면고혈압은 병원 밖에서 혈압이 높게 나오지만 진료실에서는 정상으로 측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즉, 가면고혈압은 치료받지 않는 환자뿐 아니라 치료 중인 환자 모두 포함한다.

MUCH는 이들 중 고혈압 치료를 받는 대상자가 해당된다. 항고혈압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진료실혈압이 정상이지만 주간활동혈압이 135/85mmHg 이상, 24시간 활동혈압(ABPM)이 130/80mmHg 이상인 경우가 해당된다. 

백의고혈압은 가면고혈압과 반대로 병원 밖 혈압은 정상이지만 진료실에서는 높게 나오는 경우를 의미한다. WCUH는 고혈압 치료를 받는 대상자 중 주간활동혈압과 ABPM이 정상이지만 진료실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 

진료지침 변경사항을 발표한 원광대 산본병원 이은미 교수(순환기내과)는 "치료받는 MUCH 환자 예후가 가면고혈압 환자보다 좋지 않다고 보고된다"며 "백의고혈압과 WCUH 예후도 다르다. 백의고혈압은 향후 심혈관질환이 나타날 수 있고 사망 위험이 약간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WCUH인 백의효과는 예후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두 가지를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MUCH와 WCUH 환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진료실 밖 혈압 측정을 통한 적극적 진단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MUCH 유병률 '45.5%'…약물 순응도와 관련 없어

학회가 MUCH 진단 및 관리에 힘을 실으면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조절되지 않는 가면 고혈압의 특징'을 주제로 MUCH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양대 구리병원 김현진 교수는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조절되지 않는 가면 고혈압의 특징'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양대 구리병원 김현진 교수는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조절되지 않는 가면 고혈압의 특징'을 주제로 발표했다. 

국내 ABP 등록연구에 의하면, MUCH 유병률은 45.5%로 실제 많은 환자가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았다.

한양대 구리병원 김현진 교수(심장내과)는 "진료실혈압이 정상 범위이지만 높은 수준을 보일수록 MUCH 위험이 높다"며 "뇌졸중 또는 좌심실 비대가 확인되거나 항고혈압제를 적게 쓰는 환자,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했거나 심박수가 높은 환자일 경우 MUCH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외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보고된다. 스페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진료실혈압이 잘 조절되는 환자 중 31%가 MUCH(MUCH군)에 해당됐고, 이들의 진료실혈압은 혈압이 잘 조절되는 환자(혈압조절군)와 비교해 유의하게 높았다. 또 젊은 성인, 남성, 긴 고혈압 유병기간, 비만, 흡연, 당뇨병 등에 해당될수록 MUCH 가능성이 컸다.

단, MUCH는 항고혈압제 순응도와 큰 연관성이 없다고 분석된다. 항고혈압제 순응도가 떨어져 MUCH가 나타나는지 전향적으로 조사한 결과, MUCH군과 혈압조절군의 순응도는 비슷했다. 

이와 함께 MUCH군은 혈압조절군보다 진료실 밖 알도스테론 분비 및 교감신경계 활성이 유의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진료실 밖 교감신경계 활성 증가가 MUCH와 연관됐다는 근거가 된다. 

MUCH, 표적장기손상과 연관…장기간 예후 좋지 않아

한양대 구리병원 김현진 교수.
▲한양대 구리병원 김현진 교수.

MUCH는 표적장기손상(target organ damage) 위험 증가와 관련돼 주의가 요구된다. 

MUCH군은 혈압조절군보다 알부민뇨가 크게 증가하고, 좌심실 질량지수(LVMI) 및 맥파전도속도(PWV) 등 증가와도 관련됐다. 특히 MUCH군은 혈압조절군보다 이완기 기능 악화 위험이 2.9배 높다는 보고가 있다.

아울러 11개 연구를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한 결과, 심혈관계 사건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을 포함한 사건 발생 위험은 MUCH군이 혈압조절군보다 1.8배 유의하게 높았다. 

MUCH는 장기간 예후도 좋지 않다. 9개 연구를 메타분석해 9.5년간 추적관찰한 연구에서 MUCH군은 혈압조절군 대비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이 2배, 사망 위험이 1.4배 의미 있게 높았다.  

MUCH는 ABPM에 따라 유형을 세분화할 수 있으며 유형별 심혈관질환 위험은 차이를 보인다. 

구체적으로 MUCH는 낮 또는 밤에만 MUCH에 해당하거나 낮·밤 모두 확인되는 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심혈관질환 위험은 낮·밤 모두 MUCH에 해당하는 군이 가장 높으며, 혈압조절군 대비 약 2.3배 증가한다고 보고된다.

MUCH 환자 찾아 빨리 치료 시작해야

MUCH의 표적장기손상 위험에 따라 이들을 빨리 찾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7년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는 진료실혈압이 조절되는 환자가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고 표적장기손상이 확인된다면, 혈압을 잘 조절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정혈압측정으로 MUCH를 확인하도록 권고했다(Class IIb). 혈압이 높게 측정된다면 ABPM으로 MUCH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를 진행하도록 주문했다. 

2018년 유럽심장학회·고혈압학회(ESC·ESH)는 MUCH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므로 항고혈압제 용량증량(uptitration)을 통해 관리하도록 권고했다(Class IIa). 단, 진료실혈압 또는 정기적 진료실 밖 혈압 측정값에 따라 약제를 조절할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엔 근거가 부족했다. 

김 교수는 "현재 MUCH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실혈압만 두고 항고혈압제를 조절하는 군과 ABPM을 측정해 약제를 변경하는 군의 예후를 비교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온다면 MUCH 환자의 항고혈압제 조절에 대한 근거가 축적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MUCH 환자는 혈압이 조절되는 환자보다 표적장기손상, 심혈관계 사건, 사망 등 위험과 높은 연관성을 보이므로 반드시 찾아야 한다. MUCH 환자를 놓치지 않고 빨리 치료를 시작해 심혈관계 사건, 사망 위험을 줄여야 한다"면서 "어떤 기준으로 MUCH 환자를 치료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정립되지 않아, 향후 이에 대한 여러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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