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동학회·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 당뇨병 환자 목표치 강하
건보공단 데이터 분석 결과, LDL-C 70mg/dL 이상 시 심혈관질환 위험↑
정인경 교수 "심혈관질환 위험 높다면 목표 도달 위해 적극적 치료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가 낮아지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 근거가 쌓이고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지난해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5판'을 발표, 당뇨병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기존보다 낮췄다. 올해 대한당뇨병학회도 이와 같은 권고안을 담은 진료지침을 5월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내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던 상황.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당뇨병 환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 당뇨병 환자는 LDL-콜레스테롤이 70mg/dL 이상일 때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등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만성 콩팥병을 동반했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3개 이상 가진 당뇨병 환자는 LDL-콜레스테롤이 55mg/dL 이상일 때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커졌다.

연구에서 확인한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등 위험이 높아지는 LDL-콜레스테롤 임계값은 국내 진료지침에서 제시하는 조절 목표 최대치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문민경 교수(내분비내과, 제1저자)·강동경희대병원 정인경 교수(내분비대사내과, 교신저자)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당뇨병학회 공식학술지 DMJ 1월 2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국내 진료지침, 당뇨병 환자 LDL-C 목표치 기존보다 낮춰

지난해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당뇨병 유병기간이 10년 이상이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를 1개 이상 동반 또는 표적장기손상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70mg/dL 미만으로 제시한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5판'을 공개했다.

표적장기손상은 알부민뇨, 만성 콩팥병(추정 사구체여과율 60mL/min/1.73㎡ 미만), 망막병증, 신경병증, 좌심실비대 등이 해당된다. 

이와 함께 표적장기손상이 있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3개 이상 동반한 당뇨병 환자는 LDL-콜레스테롤을 55mg/dL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선택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주문하며 적극적 관리에 무게를 실었다.

당뇨병 환자의 유병기간이 10년 미만이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없다면 100mg/dL 미만을 권고했다. 

이와 같게 대한당뇨병학회도 5월 발표할 진료지침에서 당뇨병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강하할 방침이다. 

2021년 진료지침에서 권고한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는 심혈관질환이 없다면 100mg/dL 미만, 있다면 70mg/dL 미만이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에게 제시하는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는 의학적 근거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유관 학회와 통일시키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기존 권고안보다 낮출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심혈관질환 동반 시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는 55mg/dL 미만으로 권고한다. 표적장기손상이 있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3가지 이상 동반했다면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70mg/dL 미만으로 권하면서 55mg/dL 미만을 선택적 목표로 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위험도에 따라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세분화해 당뇨병 유병기간이 10년 이상이거나 위험요인을 1~2가지 갖고 있다면 70mg/dL 미만, 유병기간이 10년 미만이면서 위험요인이 없다면 100mg/dL 미만을 권고할 예정이다.

콩팥병·위험요인 3개 이상 동반,

LDL-C 55mg/dL 이상일 때 위험↑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 같은 국내 진료지침은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강하하는 세계적 흐름과 일치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내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 교신저자인 정인경 교수는 "2018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지침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또는 표적장기손상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70mg/dL 미만으로 하향 조절하도록 권고했다"며 "그 후 유럽에서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3개 이상 동반했다면 조절 목표를 70mg/dL 미만이 아닌 55mg/dL 미만으로 제시했다. 이에 국내 당뇨병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낮춰야 할지 확인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는 건보공단 데이터베이스에서 2009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30~90세 당뇨병 환자 24만 8002명의 데이터가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59.6세였고 추적관찰 기간(중앙값)은 9.3년이었다.

1차 목표점은 2009~2018년 추적관찰 동안 발생한 심혈관질환으로,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등을 종합해 확인했다. 

그 결과, 심혈관질환 위험은 대다수 당뇨병 환자에서 LDL-콜레스테롤이 70mg/dL 이상일 때 선형적으로 커졌다.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LDL-콜레스테롤 70mg/dL 미만과 비교해 △70~100mg/dL 1.12배 △100~130mg/dL 1.20배 △130~160mg/dL 1.32배 △160~190mg/dL 1.46배 △190mg/dL 이상 1.65배 등 유의하게 증가했다.

특히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만성 콩팥병 또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3개 이상 동반 환자는 LDL-콜레스테롤 55mg/dL 이상일 때 위험이 점차 증가했다. 

고혈압을 동반했거나 당뇨병 유병기간이 5년 이상인 당뇨병 환자는 LDL-콜레스테롤 70mg/dL 이상인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의미 있게 커졌다. 하지만 고혈압을 동반하지 않았거나 당뇨병 유병기간이 5년 미만이라면 LDL-콜레스테롤 100mg/dL 이상부터 증가했다.

아울러 위험요인을 최소 1개 가지고 있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LDL-콜레스테롤 70mg/dL 이상일 때 증가했다.

"심혈관질환 위험 높다면 적극적 지질저하 치료 진행해야"

이를 근거로 연구팀은 국내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해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70mg/dL 미만으로 권고하면서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다른 목표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만성 콩팥병 또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3개 이상 동반한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가장 낮았던 55mg/dL 미만을 고려할 수 있다"며 "당뇨병 유병기간이 5년 미만이거나 고혈압을 동반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100mg/dL 미만을 권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에 따라 임상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교수는 "국내 진료지침에서 당뇨병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기존보다 낮춰 권고하고 있다"며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거나 현재 사용하는 약제만으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더 적극적인 지질저하 치료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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