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 뉴로보 인수…미국 진출 본격화
대웅∙유한∙한미, 美 협력사에 기술 수출나서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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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북미에서 잘나가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 만큼 성공을 또 다른 국내 제약사가 거둬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제약회사인 뉴로보의 지분매수를 통한 자회사 편입, 기술수출을 통해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또 유한양행, 대웅제약, 한미약품은 각각 프로세사, 에볼루스, 스펙트럼과 함께 기술 이전 협약을 맺고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美 회사 지분 꾸준히 매입한 동아∙유한, 대주주 지위 올라

국내 제약사들이 미국 진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이유는 국내와 비교 불가한 시장 규모 때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전체 의약품 시장 규모는 1376조원으로, 이중 북미 시장이 48.3%로 가장 규모가 크다.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23조 1722억원으로, 글로벌 전체 대비 1.6% 정도다.

임상시험 진행 건수도 미국이 가장 많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2년 5월까지 등록된 전체 누적 임상시험은 전 세계적으로 41만 5175건이다. 이중 미국에서 가장 많은 15만 2773건이 등록됐다. 한국은 누적 1만 3114건이다.

특히 미국 현지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국내 제약사들의 영업이익 적자가 지속된 만큼 기술 이전을 통해 수익성 개선도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동아에스티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9월 미국 제약사 뉴로보와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 및 지분 투자 계약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올해 안에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는 뉴로보에 2형 당뇨병 및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 ‘DA-1241’과 비만 및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 ‘DA-1726’의 전 세계 독점 개발권 및 판매권(한국 제외)을 이전했다.

이와 더불어 뉴로보에 15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는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 및 지분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동아에스티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 나스닥 상장사로서 자금 조달이 용이한 뉴로보의 장점을 토대로 DA-1241과 DA-1726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를 가속화하고, 지분 취득을 통해 뉴로보를 동아쏘시오그룹의 글로벌 R&D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는 얀센의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의 글로벌 임상3상을 종료해 내년 상반기 미국에 품목허가 신청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유한양행 역시 미국 제약회사인 프로세사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며 대주주 지위에 오르는 등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0년 프로세사에 중등증 또는 중증 위무력증 환자 치료 신약 후보물질 YH12852에 대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4억 1050만 달러(약 5595억원)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200만달러(약 27억원)를 프로세사 주식으로 수령했다.

YH12852는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5-hydroxytryptamine 4(5-HT4) 수용체에 우수한 선택성을 보이는 작용제다. 국내에서 전임상 독성, 임상1상을 마치고 프로세사에 기술이전 됐다.

기존 위장관 운동장애를 치료 시 사용된 세로토닌수용체(5-HT4) 작용제는 낮은 5-HT4 선택성을 보이는 반면, 다른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심혈관 이상반응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5-HT4 작용제가 아닌 다른 위무력증 치료제의 경우 부작용으로 인해 블랙라벨이 부착되거나 복용이 제한되고 있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이번 임상에서 YH12852는 건강한 피험자 및 변비 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 이상반응 또는 심각한 이상반응 없이 위장관 기능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임상2a상에서 발생한 이상반응은 경증~중등증 수준으로 투여 개시 후 며칠 이내 발생해 특별한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 빠르게 호전됐다. 

 

대웅 나보타, 미국서 승승장구∙한미 롤론티스 상용화 성공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은 기술 수출을 통해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6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펙수프라잔)를 미국 뉴로가스트릭스(Neurogastrx)에 지분 최대 13.5%에 마일스톤 48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뉴로가스트릭스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펙수클루의 임상개발 및 허가를 담당한다. 대웅제약은 계약금으로 뉴로가스트릭스 지분 5%에 더해 마일스톤으로 최대 4억 3000만달러(약 5700억원)를 받게 된다. 또 뉴로가스트릭스의 기업공개(IPO) 성공시 지분 8.5%를 추가로 받는다. 

전 세계 항궤양제 시장은 약 20조원 규모로 형성돼 있는데 이 중 북미 시장이 약 4조2000억원 규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서도 현재 매달 1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펙수클루가 미국서 상용화 될 경우 대웅제약의 수익은 지속 커질 전망이다.

또 대웅제약은 에볼루스와 기술 수출이전 계약을 통해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를 판매하고 있다. 나보타는 2022년 3분기에도 404억원 매출을 달성한 효자 품목이다. 이 가운데 수출은 142억원에서 3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2% 성장했다.

에볼루스는 나보타를 통해 올해 1~3분기 매출 1억 360만달러를 올렸다. 2021년 같은 기간보다 61% 이상 늘어난 수치다. 2022년 연간 매출이 1억 5000만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에볼루스는 현재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분쟁으로 인해 최대주주가 메디톡스로 바뀐 상황이다. 나보타의 판매 매출 로열티가 메디톡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점은 악재다. 

한미약품은 스펙트럼에 기술 이전한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에플라페그라스팀)를 미국 내 상용화에 성공했다. 롤론티스는 지난 10월 미국 전역에 출시됐다. 

한미약품이 개발중인 신약 중 미국식품의약국(FDA) 시판허가를 받은 첫번째 제품이며, FDA 실사를 통과한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최초의 신약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시장을 점유한 뉴라스타(펠그핌그라스팀)가 패치제도 개발돼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점유율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한미약품은 뉴라스타가 24시간이 경과해야 투약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롤론티스의 투약편의성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포지오티닙은 FDA 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며 2번째 글로벌 바이오 신약을 만들겠다는 한미약품의 계획이 난관에 봉착했다.   

포지오티닙은 2011년 한미약품이 보건복지부 항암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개발하기 시작한 경구용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2015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됐고 2016년 미국 임상2상에 돌입했다. 포지오티닙은 임상2상 결과만으로 신약을 허가하는 신속승인 도전에 나섰지만 고배를 마셨다.

FDA는 포지오티닙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결과가 타 약제 대비 부족하다며, 지난 25일 비승인했다. 

이번 FDA 통보에 따라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 과제의 우선순위를 즉각 낮추고, 지난 9월 FDA 시판허가를 받은 롤론티스의 마케팅 및 판매에 회사 자원을 집중할 방침이다. 

스펙트럼은 올 연말까지 ‘R&D 부문 인력 75% 감축’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절감한 운영자본을 롤론티스 상업화 비용에 집중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스펙트럼 톰 리가(Tom Riga) 사장은 “어려운 결정이지만 이 같은 방침이 스펙트럼과 우리 주주들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다”며 “포지오티닙에 대한 향후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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