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부전학회, 15일 오프라인 학술대회 개최 관련 기자간담회 열어
심부전, 중증상병군 진단코드에 포함되지 않아…개선 필요

대한심부전학회는 15일 국내 심부전 인식 개선의 필요성과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한심부전학회는 15일 국내 심부전 인식 개선의 필요성과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국내 심부전 유병률과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일반인의 심부전 심각성에 대한 인지도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심부전학회는 추계학술대회 개최를 맞아 15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이 같은 주장을 폈다.

학회 임원진들은 대부분 심혈관계 질환 중심에 심부전이 존재해 그 위험도가 높아, 심부전의 인지도 및 중증도 평가에 대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질환에 대한 관심과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질환 중증도 평가도 타당하지 않아

미국은 급성심근경색은 발생률도 떨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사망률도 감소 추세에 있지만 심부전은 오히려 증가 추세에 가까운 상황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유병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주요심혈관계사건(MACE)도 급성심근경색 비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심부전 인지율은 여전히 낮고 보건쟁책도 후순위로 밀려있다.

대한심부전학회가 지난 2020년 8월, 만 30세 이상 1003명 대상으로 심부전 질환 심각성 인식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인지도는 지속 낮아지고 있다.

심부전의 대표 증상인 ‘약간의 활동에도 쉽게 숨이 차며 피곤하고 발목이 붓는 증상’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것은 응답자의 57.8%로 다른 심장질환(협심증∙심근경색 [70.9%], 뇌졸중[67.4%])에 비해 낮았으며 지난 2018년 조사 보다 소폭 감소했다.

또 응답자 중 48.7%가 심부전을 심각한 병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이 수치도 4년 전보다 많이 감소했다. 퇴원 1년 내 100명 중 20명이 사망한다는 내용을 아는 비율은 5.6%에 그쳤다.

지인 중 심부전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신체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5.7%로 이전보다 감소해, 여전히 심부전 환자는 안정을 취하고 활동을 줄여야 한다고 오인하고 있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유병수 부회장(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은 “심근경색과 뇌경색 등은 발생되면 사망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심부전이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왠만한 고형암보다도 예후가 나쁘다는 건 잘 모르고 있다”며 “질환에 대한 홍보와 정부의 연구지원 등이 심근경색 쪽에 모여있다. 우리나라는 급성계 치료를 중요하게 생각해, 심부전이 인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해 홍보이사(건국대병원 심장내과)는 “응답자의 60%가량이 병원에서 심부전에 대한 정보를 얻고 10%가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있다고 답했는데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병원에서 교육이 어려워 졌다”며 “심부전학회가 심부전TV를 만들고 시민 강좌를 만드는 등 심부전 바로 알기 캠페인을 진행하지만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심부전 홍보가 필요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심부전, 중증질환이지만 일반질환으로 분류

이 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심부전 질환에 대한 중증도 평가가 타당하지 않다는 내용도 발표됐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 사용되는 환자분류체계에서 중증 질환임에도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년 사망률이 폐암과 비슷한 50% 육박할 만큼 예후가 안 좋지만 중증상병군 진단코드에 심부전이 포함돼 있지 않다. I501이라는 코드로 폐부종이 동반된 심부전이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의 심부전은 빠져 있는 상황이다. 

현재 환자분류체계에 따라 나눠지는 전문진료질병군(462개, 카테고리A), 일반진료질병군(588개, 카테고리B)에 심부전은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돼 있다. 허혈성 심근병증(RCMP), 확장성 심근병증(DCMP), 비대성 심근병증(HCMP) 등도 모두 일반진료질병군에 포함된다. 

안효석 정책간사(의정부성모병원 심장내과)는 “관상동맥 조영술 검사도 카테고리A에 들어가는데 심부전이 카테고리B에 포함돼 있는 것이 아쉽다”며 “심부전 환자는 지속증가하고 있어 상급종합병원 지정 등 경제적 면에서도 타격”이라고 말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은 수가가 차등 분류 돼 있어서 중요하다. 입원환자 중 전문진료 질병군 비율이 30% 이상이 돼야하고 입원환자 비율은 14% 이하여야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될 수 있다. 

안 정책간사는 “모든 심부전 환자가 중증상병, 전문진료질병군의 카테고리 A로 분류돼야 한다”며 “자원이라는 게 한정돼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희귀, 난치 질환으로 분류되는 HCMP, DCMP, RCMP 등을 먼저 포함시키는 방안이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강석민 회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은 “대다수 고가의 보건정책이 급성질환에 포커싱 돼 있지만, 다른 동반질환이 발생하는 심혈관 질환 특성상 심부전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해 적절한 치료를 하고 약제를 처방해야 한다”며 “관상동맥질환도 심부전 영역에 있어, 궁극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심부전으로 모여진다. 이런 관점에서 심부전 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달 15일~17일 서울 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리는 대한심부전학회 추계학술대회 “Heart Failure Seoul 2022”에서는 해외 및 국내 심부전 전문가들이 모여 심부전 최신 지식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추계학술대회는 지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처음 대면회의로만 진행되는 행사로 준비됐다.

특히 미국심부전학회와 박출률 저하 심부전에서 중 심부전 약제 4종류 동시치료(implantation of 4 pilars), 유럽심부전학회와 박출률 보전 심부전에서 새로운 치료방법, 중국심부전학회와 박출률 보전 심부전에서 주요 이슈 및 일본심부전학회와 심장이식에 대해 합동 세션을 진행하는 등 전 세계 주요 석학이 모여 열띤 토론의 장을 열었다. 

또 2022년 7월 완전 개정된 심부전 진료지침 중 주요 업데이트 내용도 다뤄져 임상진료에서 국내 심부전 환자들에게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서로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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