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 국제학술대회(ICOMES 2022) 1~3일 개최
'심부전 환자에서 비만의 역설' 주제로 논의 펼쳐
"비만의 역설은 사실…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 좋지 않은 예후 연관"

▲대한비만학회는 1~3일 콘래드서울에서 국제학술대회(ICOMES 2022)를 개최했다. 학술대회에서는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심부전 환자에서 비만의 역설'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Nathan D. Wong 교수는 'Obesity, Metabolic Syndrome, and Heart Failure'을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은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비만한 심부전 환자는 오히려 생존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1~3일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대한비만학회 국제학술대회(ICOMES 2022)에서는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심부전 환자에서 비만의 역설(obesity paradox)'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심부전 환자에서 비만의 역설은 사실이지만, 예후 개선을 위해 체중을 줄여야 하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만한 심부전 환자, 생존율 유의하게 개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Nathan D. Wong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Nathan D. Wong 교수.

비만의 역설이란, 비만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지만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오히려 생존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심부전에서 비만의 역설은 심부전 발생 이후 과체중 또는 비만하다면 저체중일 때보다 예후가 좋다는 역설적 상황을 지칭한다. 단, 체질량지수(BMI)가 아주 높은 환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비만한 심부전 환자의 예후를 조사한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한 결과에 따르면, BMI가 높거나 허리둘레, 삼두근 피부두께 등이 두꺼운 환자군은 정상 체중인 이들과 비교해 생존율이 개선됐다. 그러나 BMI가 45kg/㎡를 초과한 환자는 해당되지 않았다(J Obes 2016;2016:9040248).

또 심부전 환자를 BMI에 따라 저체중, 정상 체중, 과체중, 비만 등으로 분류해 생존율을 분석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과체중 또는 비만하다면 5년째 생존율이 유의하게 개선됐다(J Am Coll Cardiol 2001;38(3):789~795). 

심부전에서 비만의 역설이 확인되는 이유는 환자가 위험에 처했다는 인식에 따라 적극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거나 비만 또는 증가된 지방·제지방이 신경호르몬, 염증성 사이토카인, 아디포카인 생리 등을 변화시키면서 보호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Nathan D. Wong 교수는 "심부전 발생 시 아주 높은 BMI를 제외하고 비만과 예후는 역상관관계가 있다는 '비만의 역설'이 학계에서 제기된다"며 "생활습관 관리 및 근거 기반 약물치료가 심부전 1·2차 예방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비만 유병률 낮은 '아시아인'도 '비만의 역설' 해당

심부전 환자에서 비만의 역설을 확인한 연구 대상군은 서양인이 대다수다. 서양인은 아시아인보다 평균 BMI가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결과를 아시아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던 상황.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유병수 교수는 'Obesity Paradox in Heart Failure'를 주제로 발표했다.

SGLT-2 억제제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의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EMPA-REG OUTCOME 연구를 보면, 평균 BMI는 서유럽 26.8kg/㎡, 중유럽 27.7kg/㎡, 북아메리카 28kg/㎡이지만 아시아는 앞선 지역보다 낮은 23.1kg/㎡였다.

하지만 비만의 역설은 세계적 현상(global phenomenon)으로 아시아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급성 비보상성 심부전 환자 대상의 12개 전향적 관찰 코호트 연구에서는 BMI가 높을수록 30일 및 1년째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아시아뿐 아니라 서유럽, 중유럽, 북아메리카 등 지역에 따라서도 유사하게 관찰됐다(J Am Coll Cardiol 2014;63(8):778~785).

뿐만 아니라 국내 전국 단위 심부전 등록사업(KorHF) 조사 결과에서도 BMI가 높으면 1년째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다(Yonsei Med J 2018;59(1):57~62).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유병수 교수(심장내과)는 "심부전 환자에서 비만의 역설은 사실이다. 과체중 또는 경도·중등도 비만인 심부전 환자는 저체중인 마른 환자보다 예후가 좋다"며 "한국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는 다른 지역보다 비만 유병률이 낮을지라도 심부전 환자에서 비만의 역설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비만한 심부전 환자, 체중 줄여야 할까? 

논란이 되는 점은 과체중 또는 비만한 심부전 환자가 비만의 역설에 따라 체중을 줄여야 할지다.

우선 심부전 환자에게 체중 조절은 쉽지 않다. 대사증후군이 있고 평균 BMI가 39kg/㎡ 이상이며 평균 좌심실박출률(LVEF)이 26%인 심부전 환자 대상 무작위 연구에서 생활습관 중재 이후 3개월째 체중, 삶의 질, 바이오마커, 6분보행검사 등 결과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J Obes Weight Loss Ther 2012;2(2):1~8). 

운동에 따른 체중 변화를 조사한 HF-ACTION 분석에서도 BMI 30~34.9kg/㎡군의 3개월째 체중은 운동군 0.5kg, 일반관리군 0.1kg 줄어든 것이 전부였다(Am J Cardiol 2011;108(12):1754~1759).

▲서울대병원 권혁태 교수는 'Treatment of Obesity in the Patient with Established HF and CVD'에 대해 발표했다.

그럼에도 체중 감량에 찬성하는 입장은 체중 조절을 위한 활동이 체중 감소와 관계없이 건강을 증진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며, 건강한 식이요법이 심부전 환자에게 안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강조한다.

반면 심부전 환자는 식이조절 및 운동을 진행하기가 어렵고 체중 감량을 위한 약물치료와 수술의 장기간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장기적으로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유 교수는 "비만한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체중 감량 또는 칼로리 제한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심부전 환자가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체중을 크게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최소 7% 체중 감소 도달·유지를 목표로 강력한 생활습관 교정을 진행하거나 로카세린 등 비만치료제로 등록 당시보다 4.2kg 체중을 줄일지라도 MACE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와 달리 스웨덴에서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비만대사수술 시 10년 이후 체중이 위우회술 시행군 25%, 수직밴드위성형술군 16%, 위밴드수술군 14% 감소했고(NEJM 2007;357:741~752), 이에 따른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비수술군 대비 53% 크게 낮아 수술의 심혈관계 혜택을 확인했다(JAMA 2012;307:56~65).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심부전 환자의 체중 관리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2016년 유럽심장학회(ESC) '급성·만성 심부전 진단 및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BMI가 35kg/㎡ 미만인 중등도 수준의 비만한 심부전 환자에게 체중 감소를 권하지 않았다. 그러나 BMI가 35~45kg/㎡라면 증상 및 운동능력 관리를 위한 체중 감량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2016년 미국심장협회(AHA) '만성 심부전 환자에서 고혈압·비만·당뇨병·고지혈증·대사증후군 등 동반질환 위험 및 관리 성명'에서는 비만한 심부전 환자의 건강 관련 삶의 질을 개선하고 당뇨병, 고혈압, 수면 무호흡증 등 동반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건강한 식이요법과 신체활동을 통한 의도적인 체중 감량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대병원 권혁태 교수(가정의학과)는 "비만은 심부전을 포함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다. 하지만 상당한 체중 감소만이 MACE 발생을 줄인다"면서 "체중 조절, 특히 의도치 않은 체중 감량은 심혈관질환 환자의 좋지 않은 예후와 연관됐다. 하지만 심부전을 포함한 심혈관질환이 있는 비만한 환자에게 의도적인 체중 감량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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