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요구 있지만 환자 상태, 전원 등 검토해야
복지부 진상조사 응답...의료계는 필수의료·세분화 시스템 지적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진상조사,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요구 등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새벽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외상성 뇌출혈이 발생했던 해당 간호사는 개두술이 필요한 클리핑(clipping)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이 수술이 가능했던 교수 2명은 해외연수와 휴가 등으로 모두 병원에 없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 측은 뇌출혈에 대한 중재적 시술인 코일링(coiling)을 시행한 후 상태 악화를 막기 위해 서울대병원에 전원했다.

국회는 지난 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답을 받았으며 복지부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중대재해처벌법에 적용해 병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도록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한 법이다.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법무법인 한별)는 "책임질 사유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특정 수술을 시행할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다른 교수들이 클리핑이 전혀 불가능했느냐 아니면 다른 시술로 할 수 없었는가는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적 업무를 전제로 의사면허를 받게 된다. 웬만한 시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문제삼으면 법적 다툼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의료진들이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는지, 환자의 중증도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제기한 진상조사는 복지부가 진행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내놨다.

전 이사는 "사건을 수사기관에 넘기면 오히려 내용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상조사를 한다면 복지부가 하는게 맞다. 진상조사에서 쟁점이 나온다면 법적 책임이 생길수도 있다"고 내봤다.

서울에 위치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두고 여파도 이어지고 있다.

고질적인 저수가와 의료체계 문제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의사를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히는 상황이다.

먼저 대한간호협회와 보건의료노조,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등은 의사증원을 근본적인 대책으로 제시하며 빠른 논의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내 최고의 상급종합병원 중 하나인 아산병원은 학회나 휴가 등 변수가 존재하더라도 대응할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의사인력 부족으로 상종에서조차 원내 직원의 응급수술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응급수술이 가능한 의사인력은 국내 대학병원에서도 한두명에 불과하다.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진료과 불균형을 야기한 핵심 문제"라고 주장했다.

 

"신경외과 의사 적지 않지만 뇌출혈 외면"

3차의료기관 '세분화 의료 시스템'도 지적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반면 의료계는 이러한 주장이 논점을 벗어났다고 반박한다.

먼저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클리핑 수술이 아닌 코일링 시술을 하는 의사가 많아진 이유를 짚었다.

협의회는 "코일링 시술이 발전하면서 비침습적 코일링 시술을 하는 경우가 늘었고, 클리핑 수술에 비해 병원 수익에 더 도움됐다"며 "클리핑 수술이 고난이도 수술이라 외국은 수가가 매우 높지만 대한민국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클리핑 수술은 환자들의 예후도 좋지 않은 데다 수가마저 높은 편이 아니니 자연적으로 힘들고 수익 창출도 안 되는 클리핑 수술을 신경외과 의사들도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신경외과 의사는 인구에 대비해 적은편이 아님에도 뇌출혈 분야는 오히려 외면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드러난 문제는 의사 부족이 아닌 저수가, 필수의료 인력 부족, 진료 세분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전 법제이사는 "클리핑 수술이 가능한 의사를 한명만 증원하고 싶어도 병원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의사만 늘리면 해결된다는 것은 원론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제나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 이번에 결합된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인원이 왜 이렇게 배치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형병원에서 세분화를 추구하는 의료시스템을 지적하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신경과 교수는 "2차병원급에서는 한 의사가 여러 질환을 다양화해 보고, 클리핑 수술도 많이 한다. 골든타임이 중요하기 때문에 뇌지주막하출혈 환자도 인근으로 우선 이송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3차병원은 너무 전문화해 한 교수가 특정 질환만 다루게 된다. 이번 사건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한 것은 어려운 환자 케이스였을 것"이라며 "즉 의사부족보다는 시스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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