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5개 수련병원 중 숙련된 개두술 의사 133명 뿐
격년별 전공의 2명 지원, 당직의 공유, 의료기관 간 협약 제언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최근 발생한 간호사 사망사건으로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신경외과는 필수의료에서 소외돼 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경외과 의사들은 10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본인의 원가실적현황, 소송을 공개하기도 했으며 낮은 의료수가와 신경외과 전임의 감소를 한목소리로 토로했다.

10일 열린 '수술방에 갇힌 신경외과 정책, 이제는 바꿔야 한다' 정책 토론회 모습
10일 열린 '수술방에 갇힌 신경외과 정책, 이제는 바꿔야 한다' 정책 토론회 모습

대한뇌혈관외과학회 김용배 상임이사(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는 뇌지주막하출혈로 환자가 사망해 소송까지 갔던 본인의 사건을 언급하며 "중증환자는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운명의 가호가 허락돼야 숨을 이어갈 수 있다. 의사는 운명의 선택에 수도없이 포기한다"고 운을 뗏다.

김 이사에 따르면 전국 85개 전공의 수련병원 중 숙련된 개두술 의사(100례 이상 클리핑 경험 의사)는 133명에 그친다. 개두술과 코일링이 가능한 의사는 144명이다.

김 이사는 "한 병원당 2명이 채 안된다. 그나마 수도권에 치우쳐 있어 지방의 전문가 부족은 매우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대책으로는 △수련기관, 고난이도 수술 등 필수의료분야 수가가산제 △중증환자 선의의 진료 행위에 대한 면책 보장 △행위 상대가치점수 현실화 △인재교육, 배출 가능한 호의적 진료 등을 제시했다.

최근 5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신경외과 전문의는 매년 줄어들고 있고, 전공의는 늘고 있지만 수련기간 중 상대적으로 중도포기가 많다.

신경외과 전임의 전문분야 중 뇌혈관 전문은 전체의 약 20%에 불과하며, 개두수술이 가능한 전문의는 40~59세에 절반 이상이 분포해 있다.

신경외과 수술의 낮은 수가 문제도 여러 통계로 입증됐다. 뇌동맥류수술과 두개강내 혈관문합술 등 신경외과 전문의 수술시 단가는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상태다.

김 이사는 본인의 원가실적현황을 보여주며 "현재 4명의 뇌혈관팀을 이끌고 있고 개두술만 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제 통계를 보여주면 의료이익률은 -4%"라며 "인건비와 재료비를 포함해 원가의 104%를 소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세브란스병원은 의료수익으로 의사를 평가하지 않는다. 세브란스병원에 뇌혈관진료팀이라는 필수진료팀이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그래도 개인적으로 속상한 마음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상대가치점수의 적정수준 현실화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그는 "뇌동맥류 클리핑에 필요한 클립을 수급하는 것도 시장에서 정체돼 있다. 지주막하출혈 환자 클리핑 수술 건수는 줄어들지만 어려운 수술은 많아지는 딜레마에 처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보편적 의료의 보장성 강화도 중요하지만 필수의료가 여기서 위축되면 안된다"며 "필수의료가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어떤 요구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신승훈 정책이사, 대한신경외과학회 김대현 수련교육이사
왼쪽부터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신승훈 정책이사, 대한신경외과학회 김대현 수련교육이사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신승훈 정책이사(분당차병원 신경외과)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운영지침에 명시된 신경외과 전문의 기준을 지적했다.

인력기준 중 뇌혈관센터 평가지표에서 신경과 전문의는 최소 3명 이상 있어야 하는 반면, 신경외과 전문의는 1명 이상으로 명시돼 있다.

신 이사는 "신경외과를 1명이라고 누가 정했는지 궁금하다. 신경외과 의사들은 늘 수술방에 있어 회의도 초청되지 않는다"며 "국가 심뇌혈질환 정책이 많이 있지만, 신경외과 의사들이 적극 참여해서 결정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신 이사는 의료기관간 이송 시스템을 위한 협약, 당직의 공유, 신경외과 전공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80시간으로 규정한 전공의특별법이 시행중인 가운데 85개 수련기관 중 70여개 병원 전공의는 연차별 1명뿐인 상황이다.

신 이사는 "응급실, 중환자실 등 당직으로 도저히 수술에 참여할 수가 없다"며 "격년제로 연차별 2명이 지원가능하도록 변경해야 한다. 일정건수 이상의 응급수술이 많은 병원부터 증원해달라"고 촉구했다.

 

전공의 상급년차 돼도 100시간 이상 근무하는 신경외과

"전공의 감축으로 지도전문의, 전임의 업무부담 높아져"

대한신경외과학회 김대현 수련교육이사(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외과)도 신경외과 의사 감소 현상을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의 년차가 올라갈수록 수련시간이 줄어드는 타과에 비해 신경외과는 4년차가 돼도 근무시간이 100시간 이상으로 여전히 길었으며, 흉부외과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김 이사는 "전공의 감축 이전에도 수련과정이 힘들어 중도 포기가 많았다"며 "최근 3년 전부터 충원율이 올라가고 중도 수련포기율도 떨어졌지만 전공의 감축으로 지도전문의와 전임의 업무부담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신경외과 전임의 1,2년차 세부전공
신경외과 전임의 1,2년차 세부전공

이에 따라 전임의 지원자가 줄어들고 종합병원의 지도전문의 지원자 또한 감소해 수련이 부실하고, 절대적인 전공의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전임의 중도이탈률 50%를 고려해 매년 34명의 뇌혈관 전임의가 지원해야 한다. 각 수련병원에서 3명의 전문의가 필요하고 6년에 한명씩 충원되는 것으로 가정해도 매년 28명이 새롭게 요구된다"고 추계했다.

보건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 과장은 "새정부 들어 필수의료분야 확충이 필요하다는 과제가 있다. 수가를 올리는 것은 비용과도 관련이 있어 어느 분야부터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원 확충문제는 의대증원부터 전공의 지원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필수의료에 대한 비공식적 간담회를 하고 있어 관련 정부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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