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특집 대담] 환자 앞에서는 내과·외과는 중요치 않다
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 마운자로 출시로 비민대사수술 위축될 수 있어
순천향대 서울병원 김상현 교수, 비만대사수술 체계 잡는 계기될 듯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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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지난 4월 열린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22)에서 GLP-1과 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인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성인을 대상으로 체중을 최대 22.5% 줄였다는 연구가 발표됐을 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임상시험에는 2형 당뇨병이 없고 비만하거나 동반질환이 하나 이상 있는 과체중 성인이 참여했다.

당뇨병을 진료하는 내분비내과 의사들은 “와우~”라고 희망찬 외침을, 비만대사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들은 “휴~”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비만대사수술 영역이 줄어들 것이란 걱정이 담긴 우려였다. 

그동안 당뇨병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식이조절을 해야 한다, 운동해야 한다’ 등의 얘기로 환자들을 독려해야 했다. 그런데도 당뇨병 조절은 쉽지 않은 숙제였다. 

그런데 이제 분위기가 달라졌다. 내분비내과 의사들은 당뇨병 관리는 물론 비만대사수술 영역까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보인다. 

반면 외과 의사들은 겉으로는 “임상시험 결과가 리얼월드까지 이어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등의 얘기를 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공격에 충격을 받은 것은 확실해 보였다.

순천향서울병원 비만대사외과 김상현 교수(사진 왼쪽),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 
순천향서울병원 비만대사외과 김상현 교수(사진 왼쪽),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 

호사가들은 내과 의사와 외과 의사의 영역 간 다툼이 시작됐다고 얘기하거나, 내과 의사의 낙승(樂勝)을 예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 있는 의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누가 이기냐의 승부에 방점을 두는 게 아니라, 그동안 비어 있던 치료 간극을 새로운 약물로 메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본지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이 분야 전문가인 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내분비내과)와 순천향 서울병원 김상현 교수(비만대사외과)의 대담을 통해 새로운 약물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체중감소 효과 뛰어난 마운자로가 가져올 변화는?

 

김상현 교수(이하 김): SURMOUNT-1 임상3상 결과, 마운자로 최대 용량 투약 시 체중이 20% 이상 감소했다. 

평균 체중 20%가량 감량 효과를 입증한 치료제는 마운자로가 처음이다. 특히 10명 중 9명은 체중 5% 이상 감소를 달성했다. 이 수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 정도 효과로 비만대사수술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과도한 자신감일 수 있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 

조영민 교수(이하 조): 그동안 비만을 치료하는 약제들은 약 5%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환자가 식이 및 운동요법 등을 열심히 하면 약 10% 감량되는 정도였다. 이를 넘는 환자가 거의 없었다. 

노보 노디스크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와 알보젠 큐시미아(펜터민/토피라메이트) 등도 식이요법을 같이 했을 때 겨우 약 10% 살이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마운자로가 20% 넘는 수치를 보인 것이다. 특히 임상시험에서 환자가 중간에 탈락하지 않고 잘 투약받으면 22%까지 체중이 감량됐다. 

외과에서 위소매절제술이나 위밴드수술을 했을 때 25%가량 체중이 감량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다. 

그동안 당뇨병 조절이 안 됐던 것은 의사나 환자 잘못이 아니라 좋은 약이 없었던 것이다. 

비만대사수술을 하는 의사들이 긴장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장기 지속형 아밀린 유사체 카그릴린타이드(Cagrilintide)도 출격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임상시험 중인데, 체중 감소 정체기가 아직 오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카그릴린타이드가 마운자로를 압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장기 연구와 부작용 등은 살펴봐야 한다.

조: 실제 비만대사수술을 하는 의사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김: 처음 연구 데이터를 봤을 때 위기감을 느꼈다. 하지만 SURMOUNT-1와 SURPASS-4 연구가 72주 연구라는 점에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삭센다 임상시험에서 처음에는 체중이 수술과 비슷하게 줄었지만, 어느 순간 정체기를 보이다 삭센다를 계속 사용해도 체중이 계속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운자로의 체중 감량 효과는 놀랍지만, 조금 더 데이터가 쌓여야 비만대사수술과 겨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순천향대서울병원 비만대사외과 김상현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비만대사외과 김상현 교수 

김: 마운자로는 일주일에 한번 평생 투약해야 한다. 임상시험에서처럼 리얼월드에서도 환자들이 지속 가능할까?  

조: 매일 투약하는 것이 아니어서 가능하다고 본다. 게다가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 디바이스와 같아서 환자들이 주사하기 쉽고, 편리하다. 

마운자로가 비만대사수술의 트렌드를 바꿀까?

메디칼업저버(이하 MO): 새롭게 등장하는 당뇨병 약물인 마운자로가 그동안 비어 있던 치료 영역을 메울 것이란 얘기는 어떤 말인가? 

조: 가장 확실하게 체중을 빼는 방법은 비만대사수술이다. 지금까지 약물로 5~10% 감량하고, 수술로 25~30% 체중을 줄였다. 마운자로가 이 사이를 메워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비만 환자에게 첫 단계에서는 식이 및 운동요법을 권고하고, 이후에는 마운자로로 치료하고, 그럼에도 체중이 조절되지 않으면 수술, 수술 후 체중증가 시 약물 추가 등으로 체계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기존 다른 약물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시장이 단순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 수술하는 의사로서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더 생겼다는 점에서는 기쁘다. 효과가 좋은 약물이 출시되면 약물치료와 수술이라는 한정된 치료 옵션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치료 간극까지 메울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와 수술해야 하는 환자 사이의 치료 방법이 거의 없다. 그래서 위밴드 수술을 하는데, 이 수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작용이 생기고, 장기 합병증도 많이 발생한다. 

이 간극을 채울 수 있는 마운자로의 등장은 수술하는 외과 의사로서는 옵션이 추가된 것이라 긍정적이다. 또 수술 타깃을 체질량지수(BMI) 35~40kg/㎡ 환자로 정하고, 수술 후 약물치료를 한다면 치료 효과를 훨씬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비만대사수술 후 체중 정체 혹은 재증가를 겪는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

조: 2000년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BMI 40 이상일 때 비만대사수술, BMI 27kg/㎡ 이상이면서 동반질환이 있을 때 약물치료, BMI 30kg/㎡일 때 약물치료 등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또 2015년 당뇨병 외과회의(2nd Diabetes Surgery Summit, DSS-Ⅱ)에서는 BMI 35kg/㎡ 이상일 때 또는 BMI 30kg/㎡ 이상이면서 동반질환이 있을 때 비만대사수술을 권고했다. 

그런데 실제 임상에서는 수술과 약물치료를 정확하게 나눌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치료제 등장은 비만대사수술의 체계를 잡을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도비만일 때 비만대사수술을 하면 체중이 약 32% 감소한다. 마운자로가 22% 정도 감소하니까 환자가 병적인 비만일 때는 수술을 선택하는 게 좋을 수 있다. 

BMI 30kg/㎡ 이상인 환자가 수술을 상담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데, 무조건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이들 중 지방간 등 동반질환이 있을 때 수술을 고려한다. 환자가 수술 이후 상황을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때 적당한 치료 옵션이 부족했는데, 이때 마운자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운자로 담낭 관련 부작용은 더 지켜봐야

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만대사외과 김상현 교수 

김: 마운자로 투여로 담낭 관련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체중이 빠지거나 비만대사수술을 하면 담낭질환 위험이 증가하는데, 마운자로도 마찬가지다. 아직 정밀한 평가가 없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도 경우에 따라 영양소 흡수 장애가 있을 수 있어 실상은 매일 비타민을 먹거나 칼슘, 철분 등을 복용해야 한다. 또 계속 운동과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맞는 것이라 영양소 결핍· 등 흡수장애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SURMOUNT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특히 BMI 40kg/㎡이 넘는 슈퍼 비만은 다양한 특성이 있다. 정신과적 문제가 있고. 이런 경우 마운자로를 처방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앞으로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가역성도 중요한 요소다. 일부 위우회술 등을 한 후 다시 이전 상태 해부학적 구조의 회복은 어렵다. 

하지만 주사제는 부작용이 생긴 경우 중단하면 다시 원상 복귀할 수 있다. 환자에게 설문조사 등을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MO: 삭센다가 국내에 출시됐을 때 개원가에서 열풍이 일었다. 마운자가 제2의 삭센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 그럴 수 있고 본다. 삭센다는 빨리 증량할 수 있어 여름 휴가철 등에 잠깐잠깐 체중을 감량할 때 쓸 수 있는 약물이다. 

하지만 마운자로는 6개월에 걸쳐 서서히 용량을 올려야 한다. 그래서 삭센다처럼 쓸 수 없다. 특히 삭센다는 병원이 가격을 책정할 수 있어 수익 모델이 됐다. 아마 마운자로도 파급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이고, 대부분 비급여 처방을 하려고 할 것이다. 

김: 조 교수님 생각과 같은 생각이다. 삭센다는 비급여라 약국이나 병원이 부르는 게 가격일 정도로 혼탁한 상황이다. 마운자로도 같은 맥락으로 흐르지 않을까 한다. 또 일정 기간 비만대사수술 건수도 줄고, 다른 비만 약물의 판매가 감소할 것 같다. 

평생 투약해야 하는 마운자로, 중단하면 다시 체중 증가

MO: 마운자로는 평생 맞아야 하는가?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지?

조: 평생 맞아야 하고, 중단하면 체중이 올라간다. 지난해 발표된 건보공단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에 따른 연간 비용이 연간 13조원, 이 중 의료비가 7억 5000만원 정도였다. 

이 비용을 전략적으로 고려해 약물이 국내에 들어오면 제약사와 약가협상을 하지 않을까 한다. 정부 결정에 따라 환자들이 수술할지, 약물을 복용하지를 결정할 수 있겠다 싶다. 

새로운 약물이 출시되면 건강 불균형 문제가 마음에 걸린다. 교육과 소득 수준에 따라 비만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효과가 좋은 비싼 약물이 등장하면 건강 불균형이 더 심화할 수 있어 걱정이다. 

MO: 미국에서 마운자로의 1년 약값이 14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지?

김: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삭센다를 처방했을 때 주사제라는 두려움도 있지만, 금전적 문제가 가장 컸다. 삭센다를 3.0mg까지 증량해야 임상시험대로 10% 정도 체중이 감소한다. 

그런데 3.0mg으로 증량해 한달을 투여하면 비용이 45만원 정도 나온다. 그래서 실제 환자에게는 1.2~1.8mg 정도로 투여한다. 이런 상황에서 삭센다보다 훨씬 비싼 마운자가 출시됐을 때 과연 환자들이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비만에 보험 적용을 받으면 얘기가 달라지기는 할 것이다.  
 
조: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마운자로를 승인했다. 문제는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에게 보험을 인정할지가 이슈다.  현재 정부가 비만대사수술을 급여화하는 것은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마운자로의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같은 논리라면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0월 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BMI 300kg/㎡ 이상인 환자는 식이요법, 약물요법, 운동 등을 보험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따라서 비만 환자 대상으로 이 약물의 보험 적용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좀 더 멀리 보면 약물의 특허 기간이 만료돼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하면 저렴해질 수 있다. 일단 2형 당뇨병 환자에게 급여로 적용해주고 효과를 본 뒤 판단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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