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본격화…거리두기 없어도 디지털 디테일 빈도 ↑
대면 업무 수월해졌지만, 영업방식 트렌드 변화 뚜렷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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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대면 영업과 디지털 영업의 과도기는 제약 업계에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정부는 2년여 동안 지속됐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언함에 따라, 비대면 업무형태 중심 영업·마케팅 활동을 추진하고 있던 제약업계의 촉각이 곤두섰다.

이에 따라 그동안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대면 업무가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도 비대면 영업·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증가시킨 제약업계는 언제,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 감염병과 이에 따른 거리두기 정책에 대한 경험으로 꼭 대면이 아니어도 된다는 강한 인식을 갖게 됐다.

거리두기 해제 한 달, 현실에서는 대면영업의 끈을 놓지 못하고 '하이브리드' 영업 방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동…”대면 없이도 괜찮아”

최근 제약업계의 화두는 디지털로의 전환, 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X란 단순히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비즈니스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어떤 경우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계층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아직 걸음마 수준으로 평가받는 제약업계의 디지털화 진행 상황이지만, 변화의 바람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암젠코리아는 암젠온을 출시해 디지털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료진이 원하는 시간에 서비스를 예약하면, 암젠온 디테일러 담당자가 매칭돼 필요한 의학정보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제공한다.

암젠온은 고객 맞춤형 디테일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다. 예약부터 디테일링까지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업 사원이 방문하지 않아도 의료진이 원하는 시점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한국MSD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천명하며 전 부서가 개인화·자동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디지털 방식을 도입한 다양한 영업 활동들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 3월 MSD 버추얼 위크를 개최해  비대면 진료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진료 환경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인지해야한다는 취지로 디지털 전문가, 보건의료 전문인, 제약사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치료 패러다임이 예방, 환자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원격의료부터 인공지능(AI), 디지털 치료제 등 디지털 헬스케어가 진료 환경에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사실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기존 디지털 마케팅 강세 회사로 평가받는 화이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일동제약 등은 각자의 고유 플랫폼 HMP, 닥터빌, 후다닥 등을 통해 대면 영업이 아니더라도 해당 툴을 이용한 제품 디테일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개발 회사 관계자는 “제약업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타산업군 대비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면서도 ”의료 서비스 시장이 디지털화로 인해 소비자 중심적인 환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업계 전반적으로 속도를 내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디지털과 대면 영업의 경계…’과도기적 단계’

거리두기 해제 한 달이 지난 현재 영업 방식의 디지털로의 전환은 그리 쉽지 않은 모습이다. 비대면 영업 방식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영업 담당자의 대면 방문을 중요시하는 회사들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제약 영업의 가장 대표적 변화는 영업사원의 의료기관 방문 횟수 감소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의료기관 방문 횟수가 60% 이상, 코로나19 초기 대비 24% 이상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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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디지털 채널의 성장은 두드러졌는데 코로나19 초기 보다 전체 비대면 디테일링이 85% 성장했고, 이메일링과 디지털 미팅이 각각 64%, 12%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그럼에도 자체 개발 품목이 부족한 일부 국내사는 경쟁력 약화로 대면 영업을 포기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면 영업에 중심을 두되, 디지털 플랫폼 개발을 동시 진행하고 있다.

안국약품은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AI 기반 영업사원용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며 비대면 영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자연스럽게 대면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행사와 활동을 온라인으로 공유·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자체 개발해 해당 툴을 이용한 대면 미팅을 적극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대원제약도 현장 대면 영업을 우선하면서 웨비나·줌미팅을 적극 도입해 하이브리드 영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미팅 급증으로 피도로가 높아지거나 이를 어려워하는 고객들에게 대면 영업을 통해 온라인 툴과 오프라인 대면 방식 모두를 활용,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대원제약은 온라인 플랫폼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영업·마케팅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제약업계는 향후 국내 영업마케팅은 ‘하이브리드’ 방식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한 외국계 제약사 PM은 “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디지털화, 전면 비대면 영업 방식으로 가는 게 이상적이다”며 “하지만 현재는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과도기적 단계인 만큼, 대면 영업과 디지털 방식의 하이브리드 디테일을 통해 고객의 피로도를 낮추면서 제품군·질환군별로 점진적으로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국내사 관계자는 “디지털 디테일은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챗봇이나 플랫폼, 메타버스 등을 통해 빠르고 스마트하게 응대할 수 있지만, 고객들의 세밀한 요구에 대응하기 어려워 대면 영업은 필수”라며 “디지털 플랫폼·머터리얼 등은 당분간 대면 영업에 필요한 하나의 마케팅 툴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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