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광명병원 정영훈 교수, 관상동맥질환 환자 염증수치 따른 예후 분석
약물치료 후에도 지속적 고염증수치 비율, 미국인보다 한국인 낮아
지속적 고염증수치군, 저염증수치군보다 사망·MACE·출혈 위험↑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국내 환자의 예후가 서양인보다 좋은 이유는 낮은 염증수치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대광명병원 정영훈·창원경상대병원 안종화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이 국내 레지스트리를 분석한 결과, PCI를 받고 약물치료 후에도 지속적으로 염증수치가 높은 비율은 미국인보다 한국인이 낮았다.

주목할 결과는 고염증수치가 지속된 환자군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출혈 등 위험이 낮은 염증수치를 유지한 환자군보다 컸다는 것이다.

이는 PCI를 받은 국내 환자의 장기 예후를 결정하는 데 염증수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염증수치의 임상적 중요성을 확인한 이번 연구 결과는 JACC: Asia 4월 1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관상동맥질환 진행 주요 원인으로 '염증수치' 제시

동아시아인은 서양인에 비해 PCI 후 죽상혈전성 합병증 위험이 낮다고 보고된다. 이는 서양인보다 동아시아인의 혈전성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를 뒷받침한다.

국내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질병 예후가 서양인보다 좋다는 임상 근거가 쌓이면서 이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 학계가 주목하는 것은 '염증수치'다. 

정영훈 교수는 "최근 염증수치가 관상동맥질환 진행 및 위중한 사건 발생의 주요한 원인으로 제시됐다"며 "일반인 대상 자료에서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염증수치가 낮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염증활성(inflammatory activity)이 인종 간 유의한 차이가 있지만 이에 따른 예후는 불확실하다. 이번 연구는 국내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PCI 후 잔여염증위험(residual inflammatory risk, RIR)과 임상적 예후 연관성을 조사하고자 진행됐다. 

지속적 고염증수치군, 한국인 18.3% vs 미국인 36.5%

경상대병원·창원경상대병원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된 G-NUH 레지스트리에서 PCI를 받은 관상동맥질환 환자 4562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연구에서 RIR은 입원 당시와 1개월 추적관찰 시 외래 검사에서 고감도 C-반응단백(hsCRP)을 연속적으로 평가해 판단했다. hsCRP 2mg/L 이상을 고염증수치로 정의했다.

이에 따라 전체 환자군은 △지속적 저염증수치군(입원 당시 낮음·1개월째 낮음) △증가된 염증수치군(입원 당시 낮음·1개월째 높음) △감소된 염증수치군(입원 당시 높음·1개월째 낮음) △지속적 고염증수치군(입원 시 높음·1개월째 높음) 등 네 개 군으로 분류됐다.

▲PCI를 받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염증수치 변화에 따른 한국인·미국인 유병률 및 예후 비교. JACC: Asia 4월 12일자 온라인판 자료 재구성.
▲PCI를 받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염증수치 변화에 따른 한국인·미국인 유병률 및 예후 비교. JACC: Asia 4월 12일자 온라인판 자료 재구성.

그 결과, 각 군의 유병률은 △지속적 저염증수치군 51.0% △증가된 염증수치군 10.3% △감소된 염증수치군 20.5% △지속적 고염증수치군 18.3%로 조사됐다. 이와 비교해 미국 마운트시나이병원 PCI 코호트에서는 각 37.8%, 10.2%, 15.5%, 36.5%로 보고됐다(Eur Heart J 2018;39:4101~4108).

즉, PCI를 받은 국내 관상동맥질환 환자 5명 중 1명은 약물치료 후에도 지속적 고염증수치가 나타났지만 유병률은 서양인보다 약 50% 적었다. 

이는 인종 간 염증수치 차이가 환자 예후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원인임을 제시한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국내 지속적 고염증수치군, 사망 위험 2.16배↑

전체 환자군의 hsCRP(중앙값)는 입원 시 1.3mg/L에서 1개월째 0.9mg/L로 시간이 지나면서 유의하게 감소했다. 36개월 추적관찰(중앙값) 동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은 238건, MACE(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는 522건, 주요 출혈은 111건 발생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속적 고염증수치군은 대조군인 지속적 저염증수치군과 비교해 예후 악화 위험이 컸다.

▲중앙대광명병원 정영훈 교수.
▲중앙대광명병원 정영훈 교수.

지속적 고염증수치군은 대조군 대비 4년 동안 사건 위험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2.16배(P<0.001) △MACE 1.41배(P=0.004) △주요 출혈 2.58배(P<0.001) 유의하게 높았다.

또 지속적 고염증수치군은 다른 세 개 군과의 비교해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1.92배(P<0.001) △MACE 1.26배(P=0.032) △주요 출혈 1.98배(P<0.001)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정영훈 교수는 "2012년 동아시아인 패러독스 개념을 만들고 지난 10년간 한국인 심혈관질환의 독특성과 이에 맞는 한국인 맞춤형 심혈관계 적정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해 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염증수치의 임상적 중요성을 확인했다. 한국인에서 왜 심혈관질환 관련 사망률이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여주는지 증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항염증제 적절한 환자 가려내는 데 도움"

이번 결과는 대규모 연구에서 임상적 효과를 입증한 콜히친 등 항염증제가 서양인과 달리 한국인에게서는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항염증제인 △카나키누맙 △콜히친 △메토트렉세이트 등은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효과를 조사한 대규모 임상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카나키누맙과 콜히친은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를 확인했다. 하지만 카나키누맙은 고비용과 치명적 감염 문제로 적응증 확대에 실패했다. 저용량 메토트렉세이트는 hsCRP 수치 또는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낮추지 못했다.

반면 콜히친은 가격이 저렴하고 효능·안전성이 확인돼 심혈관질환 2차 예방을 위한 치료제로 지난해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에 이름을 올렸다(Class IIb, Level of Evidence A). 

안종화 교수는 "관상동맥질환 고위험군에서 콜레스테롤 및 혈소판 활성도 등이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라고 제시돼 왔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염증수치가 고위험군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향후 도입될 항염증제에 대한 적절한 환자군을 가려내는 데 도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Anna van Veelen 교수는 논평을 통해 "이번 연구는 hsCRP가 중요한 임상적 요인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PCI 후 심혈관계 사건 발생에 취약한 환자를 추가로 정의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높은 RIR는 동양인과 서양인 모두에게 민감하면서 강력하고 수정 가능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 고려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PCI 후 RIR 확인 및 치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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