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팀, PCI 받은 관상동맥질환 환자 혈전성향 분석
AMI 환자, 비AMI보다 혈전성향과 밀접한 연관 보여
응고 활성도 증가·혈전용해력 감소 AMI 환자, 심혈관계 사건 위험↑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혈전성향(thrombogenicity)이 급성 심근경색(AMI) 발생과 예후 결정에 중요한 지표로 지목됐다.

심근경색연구회 후원을 받아 중앙대 광명병원 정영훈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이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관상동맥질환 환자 혈액을 조사한 결과, AMI 환자가 비AMI 환자보다 혈전성향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 

이와 함께 혈전성향이 높은 AMI 환자의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발생 위험은 혈전성향이 없는 AMI 환자 대비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번 연구는 혈전성향이 AMI 발생 및 예후 예측에 중요한 지표임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를 근거로 향후 AMI 환자의 혈전성향에 따른 맞춤 치료 개발 필요성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 결과는 European Heart Journal 5월호에 실렸다(Eur Heart J 2023;44(19):1718~1728).

혈전성향, 동맥경화증 진행에 중요한 역할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혈전성향은 혈전 위험을 높이는 혈액 응고 이상으로, 콜레스테롤, 혈소판, 염증인자, 응고인자, 항응고작용, 비만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동물실험에서 혈전성향은 동맥경화증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혈전성향이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검사장비와 대규모 임상연구는 없었다. 즉, 혈전형성과 용해 과정을 측정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검사가 적어 혈전성향이 임상 예후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 됐다.

이 같은 생물학적 문제를 확인하는 바이오마커 또는 대리표지자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있는 가운데, 전혈을 이용해 혈액 응고 성향 및 혈전용해력(fibrinolysis)을 확인하는 혈전탄성 묘사도(thromboelastogrpahy, TEG) 검사가 혈전성향 평가에 활용되고 있다. 

TEG 검사는 수술 및 외상 환자에서 전반적 출혈 및 응고 성향을 확인하기 위해 수십 년간 시행됐다. 응고 활성도(hypercoagulability)와 혈전용해력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PCI 후 시행하는 TEG 검사에서 혈소판-피브린 응집력을 보여주는 최대 진폭(maximal amplitude, MA)이 크다면 예후 악화와 연관됐다고 보고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TEG 검사 관련 연구 규모는 크지 않고 비교적 추적관찰이 짧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PCI를 받은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TEG 검사를 활용해 AMI 환자와 비AMI 환자의 혈전성향을 비교하고, 혈전성향이 PCI 후 장기간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혈전성향 높을수록 AMI 발생 위험↑

연구에는 2010년 1월~2018년 11월 경상대병원·창원경상대병원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된 G-NUH 레지스트리에 등록됐고 TEG 검사를 진행한 관상동맥질환 환자 2705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AMI 환자군(AMI군, 1294명)과 비AMI환자군(비AMI군, 1411명)으로 분류됐다.

TEG를 위한 혈액 샘플은 PCI 진행 직후 채취했고, TEG 추적(TEG tracing)은 샘플링 후 4시간 이내에 시행했다. 

1차 목표점은 최대 4년간 발생한 MACE로,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등을 종합해 확인했다.

분석 결과, 비AMI군과 비교해 AMI군은 응고 활성도를 반영하는 혈소판-피브린 응집력, 즉 MA가 더 컸다. MA는 AMI군이 66.5±7.8mm, 비AMI군이 65.3±7.2mm였고, 두 군간 차이는 유의미했다(P<0.001).

MA 도달 후 30분 뒤 혈전용해 정도를 분율로 표시한 내인성 혈전용해력(LY30)은 AMI군 0.9±1.8%, 비AMI군 1.1±1.9%로, AMI군의 혈전용해력이 의미 있게 낮았다(P<0.001). 

아울러 AMI 발생과 혈전성향이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AMI 발생 위험은 MA가 1mm 증가 시 약 2% 높아지고(OR 1.024; P<0.001), LY30이 1% 증가 시 약 7% 감소했다(OR 0.934; P=0.004). 

 

혈전성향 높은 AMI 환자, 4년 MACE 위험 1.74배↑

이와 함께 AMI군은 혈전성향이 증가된 경우인 혈소판-피브린 응집력이 높은 MA 68mm 이상 그리고 LY30 0.2% 미만이라면 장기간 MACE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상승작용이 나타났다.

다변량 분석 결과, MA 68mm 이상 그리고 LY30 0.2% 미만이 함께 나타나는 표현형(phenotype)인 AMI군의 4년간 MACE 위험은 혈전성향이 없는 AMI군 대비 1.744배 의미 있게 높았다(HR 1.744; P=0.011).

이와 달리 비AMI군은 MA 68mm 이상 그리고 LY30 0.2% 미만이더라도 4년간 MACE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HR 1.031; P=0.935). 

AMI 환자는 PCI 후 혈전 예방을 위해 프라수그렐 또는 티카그렐러 등 강력한 항혈소판제를 투약하는 것이 표준치료이지만, 일부 환자는 허혈성 사건 재발이 나타난다. 표준치료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혈전성향을 타깃한 치료로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이번 결과는 AMI 환자의 장기간 예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혈전성향을 조절할 수 있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제1저자로 참여한 전남대병원 이승헌 교수(순환기내과)는 "이번 연구를 통해 AMI 발생 및 PCI 후 장기 예후에 환자의 내재적 혈전성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신뢰할 만한 검사를 통해 대규모 환자에서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제1저자인 조선대병원 김현국 교수(순환기내과)는 "향후 AMI 환자의 혈전성향에 따라 맞춤 치료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 책임자인 정영훈 교수는 "그동안 AMI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혈관 상태에 대한 이미지 검사 및 혈류 역학적 측정에 기반한 많은 연구가 진행됐었다"며 "이번 연구는 잊고 있었던 환자의 혈전성향이 심근경색 발생에 중요한 원인임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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