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A 2023] ESPRIT, 중국 심혈관질환 고위험 고혈압 환자 대상
당뇨병·뇌졸중 병력 등 환자, 적극적 혈압조절 시 심혈관 혜택 얻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아시아인도 SPRINT 연구에서 내놓은 결론처럼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근거가 쌓였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한 SPRINT 연구는 고령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하향조정해야 140mmHg 미만을 목표로 조절했을 때보다 더 큰 심혈관 혜택을 얻는다는 결론을 내놓으며 전 세계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SPRINT 연구에는 아시아인이 포함되지 않았고 당뇨병 또는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도 제외돼, 이들에게 결과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이 같은 논란은 ESPRIT 연구가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인인 중국인 대상 ESPRIT 연구 결과, 120mmHg 미만으로 수축기혈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한 고혈압 환자의 3년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은 140mmHg 미만을 목표로 조절한 이들보다 더 낮았다. 

적극적 혈압조절의 심혈관 혜택은 당뇨병 또는 뇌졸중 병력이 있는 고혈압 환자에게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는 SPRINT 연구 결과를 서양인뿐 아니라 아시아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ESPRIT 연구 결과는 11~13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23)에서 나왔다.

주요 심혈관계 사건 위험, 적극적 혈압조절 시 12%↓
당뇨병·뇌졸중 병력 등 하위분석에서도 결과 일관돼

다기관 무작위 대조 오픈라벨 연구로 디자인된 ESPRIT 연구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을 목표로 적극적 혈압조절 시 주요 심혈관계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2019년 9월~2020년 7월 중국 내 116곳 의료기관에서 1만 1255명의 고혈압 환자가 연구에 모집됐다. 이들은 최소 50세 이상으로 등록 당시 수축기혈압이 130~180mmHg였다. 또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최소 2개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동반하는 등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었다. 1형 또는 2형 당뇨병,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도 포함됐다. 

전체 참가자의 평균 나이는 64.6세였고 41.3%가 여성이었다. 관상동맥질환은 28.9%, 당뇨병은 38.7%가 앓고 있었고 26.9%는 뇌졸중 병력이 있었다.

전체 환자군은 목표혈압이 120mmHg 미만인 적극적 혈압조절군(5624명)과 140mmHg 미만인 표준 혈압조절군(5631명)에 무작위 배정됐다. 두 군 모두 혈압 강하를 위해 항고혈압제를 복용했으며, 적극적 혈압조절군은 표준 혈압조절군보다 다양한 계열의 항고혈압제 그리고 고용량을 투약했다. 

1차 목표점은 심근경색, 관상동맥 또는 비관상동맥 혈관재개통술,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응급실 방문, 뇌졸중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을 종합해 평가했다. 

중앙값 추적관찰 기간은 3.4년이었다. 수축기혈압은 치료 1년째 적극적 혈압조절군이 120.3mmHg, 표준 혈압조절군이 135.6mmHg로 강하됐고 추적관찰 동안 유지됐다. 

▲중국 국립심혈관질환센터 Jing Li 박사는 ESPRIT 연구 결과를 11~13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23)에서 공개했다. AHA 학술대회 기자간담회 영상 캡처.
▲중국 국립심혈관질환센터 Jing Li 박사는 ESPRIT 연구 결과를 11~13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23)에서 공개했다. AHA 학술대회 기자간담회 영상 캡처.

연구 결과, 2년 후부터 적극적 혈압조절군이 표준 혈압조절군보다 유의하게 더 좋은 심혈관 예후가 관찰됐다. 

표준 혈압조절군과 비교해 적극적 혈압조절군의 1차 목표점 발생 위험은 12% 유의하게 낮았다(HR 0.88; 95% CI 0.78~0.99).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적극적 혈압조절군이 표준 혈압조절군보다 21%(HR 0.79; 95% CI 0.64~0.97),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39%(HR 0.61; 95% CI 0.44~0.84) 의미 있게 낮았다.

이 같은 결과는 사전에 정의한 하위분석에서도 일관되게 관찰됐다. 관상동맥질환 또는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뇌졸중 병력이 있는 적극적 혈압조절군은 통계적 유의성은 없어도 표준 혈압조절군보다 1차 목표점 발생 위험이 낮았다.

또 등록 당시 수축기혈압에 따라 △141mmHg 미만 △141~150mmHg △150mmHg 초과 등 삼분위로 나눠 평가한 결과도 모두 적극적 혈압조절군의 1차 목표점 예방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등록 당시 수축기혈압이 141~150mmHg인 적극적 혈압조절군은 표준 혈압조절군보다 1차 목표점 발생 위험이 20% 의미 있게 낮았다.

안전성 평가에서 응급실 방문이 필요하거나 중증 이상반응인 저혈압, 전해질 이상, 낙상으로 인한 부상, 급성 신장손상 또는 신부전 등 발생률은 두 군간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중국 국립심혈관질환센터 Jing Li 박사. AHA 제공.
▲중국 국립심혈관질환센터 Jing Li 박사. AHA 제공.

실신은 적극적 혈압조절군 0.4%, 표준 혈압조절군 0.1%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3년 추적관찰 동안 적극적 혈압조절 시 1000명당 3명이 실신을 경험할지라도 14명의 주요 심혈관계 사건과 8명의 사망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를 진행한 중국 국립심혈관질환센터 Jing Li 박사는 "이번 연구는 당뇨병 유형 또는 뇌졸중 병력과 관계없이 신장기능이 정상이거나 경미하게 저하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목표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결과는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을 목표로 고혈압을 치료해야 심혈관질환 고위험인 고혈압 환자가 얻는 혜택이 크고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심혈관질환 고위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적극적 혈압조절 전략을 진행하면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공중보건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향후 연구에서는 적극적 혈압조절 전략의 장기간 혜택을 평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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