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 천재경 교수(혈액종양내과)

분당차병원 천재경 교수(혈액종양내과)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간세포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할 것이라 강조했다.
분당차병원 천재경 교수(혈액종양내과)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간세포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할 것이라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간세포암에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과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은 IMbrave150 연구를 통해 표준요법인 소라페닙 대비 전체생존율(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하면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같은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 주요 학회에서는 티쎈트릭+아바스틴을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의 1차 치료에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작년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허가됐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는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1)에서 한국의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리얼월드 데이터를 발표해 화재가 됐다.

본지는 이번 리얼월드 데이터를 발표한 분당차병원 천재경 교수(혈액종양내과)를 만나 연구의 의미를 들어봤다.

- 연구를 진행하고 발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학회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동정적 사용승인 프로그램(EAP)을 통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경험한 환자를 통해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또 실제 어땠는지 리얼월드 데이터를 공유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연구 발표 후 해외에서 궁금하다, 혹은 앞으로 연구를 같이 하자 등의 연락이나 제안을 받았다.

특히 어떤 논문에서는 우리 논문에 실어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상당히 관심이 많은 분야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새로운 약제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일 수도 있고, 아시아인 데이터에 대한 궁금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중국을 제외하면 B형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진행성 간세포암 아시아인 환자 대상 데이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 이번 연구의 주요 결과를 요약하자면.

2020년 5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1개 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으로 간세포암 1차 치료를 받은 138명의 환자를 모집했다. 이 중 Child-Pugh Class A 환자 121명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추적관찰기간은 5.9개월로 짧았지만, 연구 결과 객관적반응률(ORR)은 24%, 질병조절률(DCR)은 76%,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6.5개월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24%의 ORR은 기존 연구인 IMbrave150에서 나타난 29.8%와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고, PFS 역시 기존 연구와 상응하는 결과를 보였다.

최근 발표된 IMbrave150 중국인 하위그룹 분석 결과에서는 PFS 중앙값이 5.7개월, ORR이 24.6%로 나타났는데, 이와도 비슷한 결과를 확인했다.

더불어 전체생존기간(OS)은 아직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다. 이는 추적기간이 짧기 때문일 수도 있고,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워낙 길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안전성 측면에서도 기존 연구와 굉장히 비슷하게 조절가능한 독성 위주로 나타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좋은 결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 이번 연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나.

데이터 간 간극이 작았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대개 리얼월드 연구를 하면 기존 연구 결과보다 좋지 않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리얼월드 연구의 경우 B형간염 등 기저질환으로 인해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았다 등을 사전에 전제하고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한 결과를 도출했다.

IMbrave150 연구는 상당히 엄격하게 조절됐던 연구였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위내시경을 먼저 진행하고 6개월 이내에 작은 위궤양이라도 있는 환자는 제외하는 등 조절할 수 없었다.

위식도정맥류 등이 있는 환자도 리얼월드 데이터에 모두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연구와 유사하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 정작 한국에서는 치료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있지 않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가이드라인 포함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학계 모두 공감하는 상황이다.

소라페닙이 간세포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향후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급여도 적용되지 않고 있는데, 급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IMbrave150 연구 결과가 나왔을 때부터 급여 필요성 목소리는 높았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의 특장점은 장기생존과 완치자가 있다는 점이다. 경구제인 기존 표적치료제는 일정하게 생존기간을 연장해주긴 하지만 완치시키거나 장기생존하는 환자가 없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환자들이 특별한 증상 없이 오래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셈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효과를 낸 치료제를 1차 치료에 사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1차적으로 약제 접근성이 좋아져야 한다. 

이번 리얼월드 데이터는 급여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공고히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급여 필요성에 대한 의견은 계속 표명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내년에는 급여가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보여준 OS 중앙값 데이터는 거의 20개월이다. 즉 실제 오랜기간 생존하는 환자가 생겨나는 것이다. 비록 20~30%의 장기생존자 비율이 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체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 자체를 늘려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면역항암요법은 환자의 림프구를 일으켜 면역으로 치료하는 기전으로, 암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면역체계가 좋은 상태일 때 효과가 크다. 

따라서 면역항암요법을 1차로 사용해 장기생존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최근 치료 트렌드이고, 간암 치료 분야에서도 이 같은 트렌트가 반영돼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