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8년 미국 메디케어 청구데이터 분석
NOAC 처방량 증가세…2018년 일반의 5명 중 1명은 와파린만 처방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주요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비-비타민 K 경구용 항응고제(NOAC)를 와파린보다 우선 처방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미국 내 진료현장에서는 많은 의료진이 NOAC보다 와파린을 선호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3~2018년 메디케어 청구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NOAC 처방량은 시간이 지나면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8년 기준 일반의 5명 중 1명은 여전히 NOAC을 선택하지 않고 와파린만 처방하고 있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와파린 대비 NOAC의 효과와 안전성, 복약 편의성 등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료진이 경구용 항응고제 처방 시 와파린을 선호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환자에게 치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NOAC 처방 장벽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 결과는 JAMA Network Open 12월 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NOAC, 효과·안전성·복약 편의성 갖춘 항응고제

와파린은 70여년 동안 쓰인 대표적 경구용 항응고제였다. 그러나 약 10년 전 NOAC이 임상에 도입되면서 와파린의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NOAC은 와파린에 비해 복약 편의성이 우수하고 출혈 위험이 낮아 안전하며 뇌졸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경구용 항응고제 처방 시 NOAC을 우선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9년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부정맥학회(AHA·ACC·HRS) 심방세동 관리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와파린과 NOAC 모두 치료 가능한 심방세동 환자라면 와파린보단 NOAC을 먼저 처방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했다. NOAC은 출혈 위험이 높지 않으며 와파린과 비교해 혈전 예방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이유다.

이와 유사하게 2020년 미국혈액학회(ASH)도 정맥혈전색전증과 폐색전증 치료에 와파린보단 NOAC을 투약하도록 제시했다.

2021년 대한부정맥학회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관리 지침에서도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위험도에 따라 비타민 K 길항제 또는 NOAC을 사용할 수 있으며, NOAC 사용을 비타민 K 길항제보다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NOAC은 출혈 위험이 높고 잦은 모니터링이 필요한 고령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제일 수 있다. 그러나 NOAC이 와파린보다 비싸다는 점은 NOAC 처방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와파린보다 NOAC을 선호해야 하는 근거가 쌓이고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NOAC을 권고하는 가운데, 이번 조사는 2013~2018년 미국 실제 진료현장에서 경구용 항응고제 및 NOAC 처방 변화를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전체 항응고제 중 NOAC 처방률, 2013년 14.1%→2018년 57.3%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2013~2018년 처방자 수준의 연간 전국 메디케어 제공자 활용 및 지불 데이터(Medicare Provider Utilization and Payment Data)를 활용해 메디케어 수혜자에게 경구용 항응고제를 처방한 모든 의료진을 확인했다. 의료진에는 임상간호사와 의사보조인력 등 전문의료진(advanced practice clinicians, APC)도 포함됐다. 

분석 기간에 10회 이상의 경구용 항응고제를 처방한 의료진 총 32만 566명이 확인됐다. 이 중 △심장전문의는 2만 6620명(8.2%) △내과 의사는 8만 5563명(26.3%) △가정의학과 의사는 8만 4369명(25.9%) △APC는 8만 1161명(24.9%) 등이었다. 

조사 결과, NOAC 처방량 및 전체 경구용 항응고제 처방에서 NOAC이 차지하는 비율 모두 분석 기간에 증가했다. 

전체 경구용 항응고제 처방에서 NOAC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14.1%에서 2018년 57.3%로 커졌다. 이와 비교해 와파린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85.9%에서 42.7%로 줄었다. 

가장 빈번하게 처방된 NOAC은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와 자렐토(리바록사반)로 2013년과 비교해 2018년 처방이 늘었다. 반면 또 다른 NOAC인 프라닥사(다비가트란) 처방은 같은 기간 31% 감소했다. 

의료진에 따라 NOAC 처방의 유의한 차이가 관찰됐다. 2013년 경구용 항응고제로 NOAC을 처방하지 않고 와파린을 선택한 의료진은 심장전문의가 18.7%로 내과(69.1%), 가정의학과(77.7%), APC(83.0%)보다 크게 적었다.

이 같은 처방 패턴은 2018년에도 유사하게 나타났으나 전반적으로 NOAC 처방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경구용 항응고제로 와파린만 처방한 의료진은 심장전문의가 1.6%에 불과했다. 내과는 12.6%, 가정의학과는 20.0%, APC는 28.2%가 와파린만 처방해, 2013년과 비교해 와파린을 선택한 의료진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최근 의대를 졸업한 의료진일수록 NOAC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18년 기준 19% 와파린만 처방

2013년 기준 경구용 항응고제를 처방한 의료진은 9만 1837명이었다. 이 중 와파린만 처방한 의료진은 59.3%(5만 4501명), NOAC만 처방한 의료진은 2.1%(1918명)였다. 그 외 38.6%(3만 5418명)는 와파린과 NOAC 모두 처방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 경구용 항응고제 처방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3년 와파린만 처방한 의료진은 분석 기간에 NOAC 처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2013년 와파린과 NOAC을 모두 처방한 의료진의 2018년 NOAC 처방률은 67.0%였으나, 2013년 와파린만 처방한 의료진의 2018년 NOAC 처방률은 41.9%에 그쳤다.

처방 경향을 보면, 와파린만 처방한 의료진과 두 가지 항응고제를 모두 처방한 의료진의 NOAC 처방률은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8년 기준 19%는 여전히 와파린만 처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반의 5명 중 1명은 분석 기간인 6년 동안 NOAC을 단 한 건도 처방하지 않고 와파린만 선택했다.

"의료진 관성이 항응고제 처방에 영향"

연구에서 2013년 NOAC을 처방하지 않은 의료진은 분석 기간에도 NOAC을 처방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연관성은 개별 처방자의 특징을 고려한 후에도 유지됐다.

아울러 경구용 항응고제를 투약해야 하는 환자가 많아진 의료진의 NOAC 처방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환자가 와파린에서 NOAC으로 치료를 변경하기보단, 새로운 환자가 NOAC을 투약하면서 처방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예일의대 Rohan Khera 교수는 논문을 통해 "심장전문의가 처방하는 모든 항응고제의 약 3분의 2는 NOAC이 차지했지만, 일반의는 2018년에도 와파린 처방을 지속했다"며 "게다가 일반의 5명 중 1명은 메디케어 수혜자에게 항응고제로 와파린만 처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Khera 교수는 "2013년 NOAC의 조기 사용은 궁극적인 NOAC 사용 및 선택과 독립적으로 연관됐다. 이는 처방하던 약제를 잘 바꾸려 하지 않는 의료진의 처방 관성이 NOAC 사용에 반영된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NOAC 처방 증가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료진이 NOAC 대신 와파린을 선호하거나 유일한 항응고제로 처방하고 있다. 환자에게 잠재적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이 같은 NOAC 처방 장벽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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