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항응고제, 심방세동 환자 치매 위험 낮춘다는 보고 이어져
DOAC vs VKA, 치매 위험 비교 연구마다 결과 상이
최의근 교수 "특정 환자군에게 DOAC 효과적…장기간 추적관찰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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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방세동 환자가 뇌졸중 예방을 위해 복용하는 경구용 항응고제로 치매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는 가운데 약제마다 효과가 다를지 관심이 모인다.

경구용 항응고제는 1950년부터 사용된 와파린 등 비타민 K 길항제(VKA)와 2000년대 임상에 도입된 직접 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가 대표적이다. 

DOAC은 와파린과 비교해 비열등한 허혈성 뇌졸중 예방 효과가 있으며 출혈성 뇌졸중 위험을 유의하게 낮춘다.

그러나 치매 예방 측면에서는 두 약제 간 차이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경구용 항응고제가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지만, DOAC과 VKA 중 어떤 약제가 우월한지는 불분명하다. 이에 학계에서는 답을 찾기 위한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다. 

심방세동, 인지기능장애·치매 위험 높이는 질환

심방세동은 뇌졸중, 심부전뿐만 아니라 인지기능 감소 그리고 치매와 연관된 질환이다. 심방세동 환자는 치매 위험이 2배가량 높고 뇌졸중 병력이 없어도 약 40% 증가한다고 보고된다.

심방세동이 치매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정되는 기전은 무증상 뇌경색, 미세색전 축적, 뇌출혈, 전신염증 등 다양하다.

이에 지난 2018년 미국부정맥학회(HRS), 유럽부정맥학회(EHRA),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APHRS), 중남미부정맥학회(LAHRS)는 심방세동이 인지기능장애 또는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전문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경구용 항응고제 복용 시 치매 위험↓…약제마다 다른가?

경구용 항응고제가 심방세동 환자의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는 점은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심방세동 관련 치매 발생률은 경구용 항응고제 사용이 증가하면서 감소했다(N Engl J Med 2016;374:523~532). 

이와 함께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에 의하면, 심방세동 환자의 치매 위험은 경구용 항응고제 복용 시 비복용 대비 21% 유의하게 감소했다(Neurosci Biobehav Rev 2019;96:1~9).

하지만 경구용 항응고제마다 인지기능 보호 정도가 다른지는 불분명하다. 구체적으로 DOAC 복용은 치매 위험 감소와 연관됐다고 보고되지만 VKA와 비교해 차이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또 DOAC 약제별 치매 위험을 비교한 근거도 부족하다.

이에 학계에서는 경구용 항응고제의 치매 위험을 비교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영국 연구팀 "DOAC 치매 위험, VKA보다 16% 낮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Heart 12월호에는 VKA보다 DOAC이 심방세동 환자의 치매 또는 경도 인지장애 예방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Heart 2021;107(23):1898~1904).

영국에서 심방세동을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용 항응고제 치료에 따른 위험을 비교한 결과, VKA군 대비 DOAC군의 치매 위험이 16%, 경도 인지장애 위험이 26% 유의하게 낮았다.

연구에서는 영국 임상진료 연구 데이터링크(CPRD)와 연결된 전자의무기록(EHR) 데이터를 이용해 2012~2018년 심방세동을 진단받아 경구용 항응고제를 처음 복용한 환자를 확인했다. 

분석에 포함된 전체 환자군 3만 9200명 중 53%가 VKA를, 47%가 DOAC을 투약했다. 여성은 44.6%를 차지했고 중앙값 나이는 76세였다.

연구를 진행한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Charlotte Warren-Gash 교수는 논문을 통해 "치매 또는 경도 인지장애는 VKA군보다 DOAC군에서 적게 발생했다"며 "향후 DOAC이 VKA 대비 치매 위험을 더 낮추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국내 연구 결과, DOAC vs 와파린 치매 위험 차이 없어

이와 달리 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이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DOAC과 와파린 간 치매 위험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 결과는 Stroke 지난해 11월호에 실렸다(Stroke 2021;52(11):3459~3468). 

연구팀은 2014~2017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서 경구용 항응고제를 처음 처방받은 40세 이상의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를 확인해 경구용 항응고제에 따른 치매 위험을 비교했다. 

연구에 포함된 전체 환자군은 7만 2846명으로 2만 5948명이 와파린을, 4만 6898명이 DOAC을 처방받았다. DOAC 약제에 따른 치료군은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 1만 7193명, 프라닥사(다비가트란) 9882명, 엘리퀴스(아픽사반) 1만 1992명, 릭시아나(에독사반) 7831명이었다. 

평균 1.3년 추적관찰 동안 치매 조발생률은 100인년(person-years)당 4.87명이었다. 

분석 결과, DOAC군과 와파린군의 치매 위험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 같은 결과는 치매를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분류해 평가한 결과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하위군은 와파린보단 DOAC 복용 시 치매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와파린 대비 DOAC을 복용한 65~74세 환자군은 18%,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군은 11% 치매 위험이 의미 있게 줄었다.

DOAC 약제에 따라서는 릭시아나 복용 시 와파린 대비 17%의 의미 있는 치매 예방 효과가 나타났지만 다른 DOAC은 와파린과 치매 위험 차이가 없었다.

단, 이번 연구는 DOAC 약제별 치매 위험을 비교하고자 디자인된 연구가 아니며, 릭시아나가 국내에 가장 늦게 도입된 만큼 추적관찰 기간이 짧아 결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65~74세·뇌졸중 병력 환자, 와파린보단 DOAC 처방을"

연구마다 DOAC과 VKA의 치매 위험 비교 결과가 다르게 보고되는 이유는 짧은 추적관찰 기간을 들 수 있다. 

치매는 장기적으로 인지기능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VKA와 비교해 DOAC이 임상에 도입된 역사는 짧다. 국내에서는 2015년 7월부터 DOAC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즉 치매 예방 효과를 비교하기에는 추적관찰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 

이 때문에 경구용 항응고제별 치매 위험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최의근 교수는 "치매는 오랫동안 진행되는 질환이므로, 경구용 항응고제를 장기간 투약해야 치매 위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 추적관찰 기간은 짧다"며 "2~3년 후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가 다양하게 보고되는 만큼 많은 근거가 쌓여 메타분석이 이뤄진다면 DOAC과 VKA의 치매 위험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 특정 환자군은 VKA보단 DOAC으로 뇌졸중과 치매 위험을 함께 낮추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고령이 아닌 65~74세와 뇌졸중 병력이 있는 심방세동 환자들이 대표적이다. 

최의근 교수는 "65~74세와 뇌졸중 병력이 있는 심방세동 환자군에서는 DOAC이 와파린보다 치매 위험을 유의하게 낮췄다. 이들에게는 DOAC 처방을 고려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는 와파린보다 DOAC의 뇌졸중 예방 혜택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와 함께 보면,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의 뇌졸중 그리고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DOAC을 처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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