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부정맥학회 '심방세동 환자에서 NOAC 치료 임상지침' 발표
약물 상호작용·코로나19 대유행 동안 고려사항 등 지침 제시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유럽부정맥학회(EHRA)가 저체중 또는 비만 등 극단적 체중의 심방세동 환자에게 비-비타민 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를 투약할 경우 고려사항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다. 

극단적 체중의 심방세동 환자는 임상연구에서 NOAC의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투약 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된다. 

임상적 근거 부족으로 진료 현장에서는 극단적 체중인 심방세동 환자의 NOAC 치료가 쉽지 않은 가운데, EHRA는 이 같은 상황을 포함해 의료진의 NOAC 치료를 돕고자 '심방세동 환자에서 NOAC 치료 임상지침'을 발표했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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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침은 2013년 첫 개발 후 네 번째로 업데이트됐다. 지난 2018년 지침에 더해 △극단적 체중의 환자의 NOAC 치료 △NOAC의 약물 상호작용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NOAC 치료 시 고려사항 등에 대한 상황별 권고안을 마련했다. 지침은 EP Europace 4월 25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공개됐다.

극단적 체중 환자, NOAC 혈장 농도 측정·VKA 변경 고려

NOAC은 체중 60~120kg(체질량지수(BMI) 17.5~40kg/㎡)인 심방세동 환자에게 승인된 용량을 투약할 수 있다. 

그러나 항응고효과를 쉽게 평가하는 방법이 없어, NOAC을 과소 또는 과다 투약할 가능성이 높은 저체중 또는 비만 등 극단적 체중의 환자에게 NOAC의 효과가 크지 않고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지침에서는 BMI 40kg/㎡ 이상으로 비만하거나 17.5kg/㎡ 미만의 저체중인 심방세동 환자에게 NOAC 치료를 진행할 경우 고려사항을 정리했다.

먼저 BMI 40kg/㎡ 이상의 비만한 환자는 NOAC 투약 시 주의가 필요하며, NOAC 혈장 농도 측정 또는 비타민 K 길항제(VKA) 치료를 고려하도록 제안했다.

약동학적 특징과 확인 가능한 근거를 살펴보면, 모든 NOAC은 최대 BMI 40kg/㎡인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이지만 40kg/㎡ 이상인 환자에 대한 근거는 강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BMI 50kg/㎡ 이상인 환자는 NOAC의 혈장 농도 측정 또는 VKA로 치료 변경 등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피력했다.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라면, NOAC 치료에 대한 강력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개별 환자에 따라 항응고제를 선택하도록 주문했다. NOAC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면 투약 시 혈장 농도를 측정하도록 했다.

단, VKA는 위우회술의 영향을 적게 받고 목표 INR 범위가 제시됐다는 점에서 VKA로 치료를 변경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저체중인 심방세동 환자는 정상 체중인 환자와 비교해 NOAC 투약 시 출혈 위험이 높다고 알려졌다.

이에 지침에서는 저체중 환자에게 NOAC을 투약하는 경우 약물 축적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혈장 농도를 측정하거나 VKA 치료를 고려하도록 제안했다. 

상호작용 주의해야 할 약물 업데이트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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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AC과 상호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약물도 업데이트했다. 

일반적으로 VKA는 약물 상호작용이 높고 NOAC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OAC은 약물 상호작용이 전혀 없는 치료제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의료진은 NOAC을 처방할 경우 병용약물과의 약동학적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이번 지침에서는 2018년에 이어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할 약물들을 추가 제시했다. 기존 지침에서는 항암제 및 항뇌전증약물과 NOAC의 약물 상호작용을 다뤘다면, 이번 지침에서는 한약(herbal medicines) 및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을 시사하는 약물 등과의 상호작용을 정리했다.

대표적으로 우울증 등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세인트존스워트(St. John's wort)로 치료받고 있다면 NOAC 투약을 주의하거나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제시했다.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을 시사하는 약물의 경우 △베바시주맙 △에쿨리주맙 △핀골리모드 △인터페론 △피르페니돈 △메틸프레드니솔론 등은 NOAC과 약물 상호작용이 예측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리바비린 △렘데시비르 △파비피라비르 △토실리주맙 △니타조사나이드 등은 NOAC과 상호작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고 명시했다.

단, 다루나비르/코비시스타트는 NOAC 혈장 농도 증가를 이유로 NOAC 치료를 금기하거나 권고하지 않았다. 또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를 투약한다면 아픽사반과 리바록사반을 권고하지 않았고, 다피가트란과 에독사반은 치료 시 주의가 필요하지만 투약하지 않는 것을 고려하도록 제시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NOAC 치료는? 

아울러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NOAC 치료 시 고려사항을 정리한 새로운 섹션도 마련했다.

우선 NOAC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해 VKA보다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치료제이면서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VKA보다 잠재적으로 혜택이 크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구체적으로 NOAC은 VKA와 달리 INR 모니터링이 필요하지 않아 NOAC을 투약하는 환자는 병원에 자주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 통해 환자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추고 의료진의 업무량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침에서는 NOAC으로 치료 중인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 특히 입원이 필요한 중증 감염이라면 코로나19 합병증 예방을 위해 항응고제를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근거가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 신기능을 포함한 임상적 악화와 병용약물을 고려해 NOAC 치료를 진행·조정하도록 명시했다. 아울러 진료 과정에서 다학제적 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NOAC 치료 지침도 담았다. 

먼저 근육주사인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 NOAC 아침 용량을 생략하도록 했다. 백신 접종 후에는 NOAC을 1일 1회 복용한다면, 접종 3시간 후 아침 용량을 복용하도록 했다. NOAC을 1일 2회 복용한다면, 백신 접종 후 다음 투약 스케줄에 따라 치료를 재시작하도록 명시했다.

지침 개발에 참여한 벨기에 안트워프 대학병원 Hein Heidbuchel 박사는 "이번 지침은 결정적인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많은 주제를 다뤄 논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산업계 대표자들의 협력 및 수백 개의 공개 의견을 토대로, NOAC을 어떻게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투약할지에 대한 통합된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특정 상황에서 의료진의 개별적인 추측보다 더 나은 치료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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